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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풍부한 햄버거. 도구 없이 간편하게 손으로 쥐고 먹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음식. 우리에겐 그 음식이 가진 이면의 어두움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
▲ 책표지 맛있고 풍부한 햄버거. 도구 없이 간편하게 손으로 쥐고 먹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음식. 우리에겐 그 음식이 가진 이면의 어두움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
ⓒ 에코리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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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고 반짝이는 최신의 인테리어의 매장. 가족과 친구, 연인이 예쁘게 모여 앉아 그들의 음식 문화를 향유하는 곳. 혼자라도 나쁘지 않다. 양복에 넥타이를 맨 사무직들이 한손에 서류가방을 들고 나머지 한 손에 '가볍게' 쥐고 끼니를 풍성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곳.

바쁜 일상에 간편함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풍부한 영양과 '행복한 식사 Happy Meal'을 제공하는 곳. 출출하고 심심한 밤을 함께 해줄 간식을 전화 한통으로도 이미 우리는 '패스트푸드의 제국'에 있는 것을 실감한다. 웰컴 투 패스트푸드 네이션.

'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을 말한다' 라는 말을 생각하면 내가 무엇을 먹는지, 그리고 '먹은것'이 나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관심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 아이들의 대부분이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패스트푸드를 이용한 식사를 하고 있다면 더욱 그 '음식'에 대해서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다. 패스트푸드는 말 그대로 '빠를' 뿐 아니라 간편하고 풍성한 맛을 지니고 있어서 쉽고 빠른 '속도'를 원하는 지금 시대에 꼭 들어맞는 '효율의 식사법'이라는 데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듯하다.

문제는 제공되는 '음식'이 고도로 축약된 산업체계에서 만들어진다는 데에 있으며 우리가 사용하는 물품과 기기와는 다르게 생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영양물질을 너무 빨리 쉽게 생산해서 제공한다는 데에 근거한다. 기계화된 생산 공정을 통해 포장되어 전국 각지로 보내지는 원료를, 숙련되지 않은 '누구라도 조리할 수 있는' 시설을 이용해 조리한다는 것은 편리함과 빠름 이면에 있는 그 무엇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만들어지는' 과정을 분해해 보면 문제가 생길 요지가 다분한데 먼저 원료인 곡물과 축산물은 대량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사용하는 '농약'과 유전자 조작, 항생제와 빠른 시간에 살찌우게 만드는 합성사료가 문제의 근원이며 이어서 도축과 포장육으로 가공 시에 생기는 위생 상태와 처리와 보관에 따른 변질, 이물질과 병균의 유입, 매장으로 '얼려서' 이동하고 내려진 이후에 생기는 미성숙한 관리를 통해 발생하는 문제, 조리 시에 생기는 위생 문제 등으로 크게 분류해 볼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매장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미성년자들로 이루어지고 이들의 시급은 '보람을 느낄 수 없는' 수준이 뻔 한 것이기 때문에 (편의점과 비슷하다) 강요된 미소와 서비스정신, 가공할 노동시간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은 당연시된다. 이는 위생의 문제 뿐 아니라 산업이 가지는 노동력을 대하는 철학의 문제인 것이다.

패스트푸드의 대표주자 맥도널드의 영향력은 누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다 알 정도다. 책은 대표주자의 역사와 사례를 통해서 미국 패스트푸드 산업의 문제를 분석한다. 1968년 미국 1000개 지점을 가지고 있던 것이 오늘날 세계 30000여 곳에 퍼졌다. 매년 100만 명 이상을 고용하는 엄청난 회사이며 미국 최대의 쇠고기, 돼지고기, 감자의 구매자이고 두 번째 가는 닭고기 수매자이다. 게다가 세계 제일의 상업부동산 소유회사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지명도가 높은 유명한 기업'의 자리에 있던 코카콜라를 제치고 앞으로 나선지 10여 년째이다. 이러한 막강한 '권력'에 있는 기업이 우리 몸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음식'을 제공한다고 할 때 우리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는 알아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옆집 아주머니가 주말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무농약 채소를 주면 믿고 먹을 수 있는 것과 광대 '로널드'나 치킨 집 '샌더스 대령'의 포근하고 따뜻함을 믿고 곧 우리의 몸이 되어 버릴 음식을 택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은 아주 유용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더불어 날로 치열해져가는 경제시스템아래 놓인 '외식기업'이 '효율'을 위해서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 가공 및 유통 경로에서 '쉬운 길'로 가기는 결코 '안전'은 아니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다.

책은 세계의 중심에 서 있는 미국의 '음식문화'를 들여다봄으로서 보다 폭 넓은 미국 산업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접근한다. 여기에서 비롯되는 농업, 축산업, 가공업, 서비스업까지의 연결고리가 몇 개의 회사에 의해 조정되고 이를 통해 생산자와 노동자는 '착취'의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는 미국 음식산업의 그늘을 보여준다.

저자는 소비자인 우리의 '선택'을 강요한다. 소비자의 힘으로 회사의 부도덕한 정책과 관리를 바꾸자는 이야기다. 과거, 연대를 통한 요구로 회사의 정책을 바꾼 예들 중, 영국 맥도널드를 상대로 10년 넘는 소송을 이끌어온 그린피스 소속의 2인이 결국 승리하는 모습과 투쟁을 통해서 흑인의 취업을 이끌어낸 일, 유럽등지에서 여론을 업고 일어난 유전자 조작 감자거부가 미국 내에까지 영향을 미친 사례를 들면서 이익을 목표로 하는 기업은 '판매'가 떨어지는 일을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들의 '고객'이 손잡고 요구하면 지금의 문제점들이 충분히 해결되면서 안전과 효율이 공존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매번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음식 이물질이나 위생문제의 뉴스는 재탕, 삼탕의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무감각한 소비주체인 우리의 의지부족이 문제인 것이다. 아이들 대부분이 '식사'를 해결하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어른들의 관심은 '패스트푸드의 제국'에서 음식을 제공받는 국민의 권리 아닌가.

덧붙이는 글 | 패스트푸드의 제국/에릭슐로서 지음, 김은경 옮김/ 에코리브르/16500원



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지음, 김은령 옮김, 에코리브르(2001)


태그:#맥도널드, #햄버거, #패스트푸드, #정크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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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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