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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폭로해 이슈가 된 기무사 사찰 논란과 관련해 17일 오후 여의도 국회 민주노동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국군기무사령관 민간인 불법 사찰 관련 피해자 증언 및 2차 동영상 공개 기자회견'에서 민주노동당 엄윤섭(오른쪽)씨가 자신의 모습이 촬영된 동영상을 보이며 기무사로부터 불법 사찰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2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폭로해 이슈가 된 기무사 사찰 논란과 관련해 17일 오후 여의도 국회 민주노동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국군기무사령관 민간인 불법 사찰 관련 피해자 증언 및 2차 동영상 공개 기자회견'에서 민주노동당 당원인 엄윤섭(오른쪽)씨가 자신의 모습이 촬영된 동영상을 보이며 기무사로부터 불법 사찰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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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사람은 사찰 동영상 때문에 잠도 못 잡니다. 이명박 정권은 가정파괴범 아닙니까?"

대학원에서 신재생에너지(연료전지)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는 엄윤섭(42)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순해 보이는 얼굴과는 좀 다른 모습이었다. 그만큼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은 한 개인에게 큰 상처를 남긴 듯했다.

작년 총선 출마자와 그의 부인까지 카메라에 담아

17일 민주노동당이 추가로 공개한 기무사 민간인 사찰 동영상에 따르면, 엄씨가 자신의 작업실 앞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촬영돼 있다. 또 기무사 요원이 담배피우는 그를 보면서 동료에게 "집안에서는 담배를 못 피우나 봐"라고 얘기한 것도 녹음돼 있다.

민주노동당 당원인 엄씨는 지난해 18대 총선 당시 서울 관악을에 출마해 3.6%(2264표)를 얻었다. 그는 김세진·이재호 열사 기념사업회 운영위원과, 언론인 손석춘씨가 이끌고 있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 회원으로도 활동해왔다.

그런데 엄씨는 '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그는 "질병 때문에 병역도 면제받았기 때문에 군에 가본 적도 없다"며 "개인적으로 군인이나 군대를 싫어하기 때문에 군인을 직접 만난 적도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주한미군 철수운동을 많이 한 정도"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당원이긴 했지만 지난 총선에 출마한 이후 당활동도 거의 접은 상태였다. 대학원 논문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기무사는 그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을까?

"글쎄요. 의도는 알겠지만 말씀드리기가…. 오래 전부터 일상적 사찰을 해온 것 같다. 그래서 (내) 과거 행적을 문제 삼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 활동도 접었고…. 그런데 논문도 못 쓰고 공포에 떨고…."

더욱 심각한 것은 기무사가 엄씨뿐만 아니라 그의 부인까지 사찰했다는 점이다. 이날 민주노동당이 공개한 동영상에는 그의 부인이 운영하는 서울의 한 약국이 촬영돼 있다. 하얀 약사복을 입고 자리에 앉아 약국 일을 보고 있는 부인의 모습이 촬영된 것. 부인이 출근하면서 약국 문을 여는 장면도 찍혀 있다.

엄씨는 "부인과 내가 같이 불안해하고 있어 같이 살기 어렵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이것은 가정을 파괴하는 범죄 아닌가"라고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민주노동당 금천구위원회 사무실과 소속 간부, 금속노조의 지부 사무실과 한 노조활동가 등도 기무사의 사찰카메라에 담겼다. 금천구위원회 소속 간부의 경우 하루 동안의 활동이 모두 촬영됐다.

특히 기무사 요원인 신아무개 대위가 지난 5일 마지막으로 찍은 사찰대상은 휴가병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40대 중반의 노조활동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것만으로도 기무사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는 것이 민주노동당측의 주장이다.

 민주노동당 당원인 엄윤섭씨가 부인의 모습이 촬영된 동영상을 보이며 심경을 말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당원인 엄윤섭씨가 부인의 모습이 촬영된 동영상을 보이며 심경을 말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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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기무사, 주요 도시에 민간인 사찰 체제 구축한 듯"

우위영 대변인은 "1차 공개 동영상에서 확인된 대화내용을 보면 사찰조가 운영되고 있고, 이러한 사찰조들은 수없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진보정당 당원·당직자·정치인 사찰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 대변인은 "이는 진보정당을 탄압하는 것"이라며 "청와대 직보체계로 바뀐 이후 청와대가 기무사령관으로부터 관련보고를 받았는지 밝혀야 한다"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또 다른 사찰대상이었던 최석희 비상경제상황실장은 "동영상, 수첩 등을 다 봤는데 (찍힌 대상 사이에) 공통점이 전혀 없다"며 "군에서 휴가나온 사병과 만난 장면이 찍힌 것이 아니라 약사, 노조활동가 등의 개별활동만 찍혀 있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작년 중반에 기무사령관이 바뀌면서 주요 도시에 민간인 사찰체제를 구축했는데 이번에 그중 하나가 드러난 것"이라며 "이번 민간인 사찰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라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날 엄윤섭씨와 기자들이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사찰 동영상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
"작업실을 찍은 동영상을 보고 소름끼치고 경악스럽고 공포스러웠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 집사람은 그것 때문에 잠을 못 잔다. 이명박 정권은 가정파괴범 아닌가?"

- 기무사에서 뭔가 근거를 가지고 사찰을 했을 텐데 실마리가 될 만한 것은 없나.
"지난 총선 때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선 적이 있다. 이후 당 활동을 접었다. 생활도 어렵고 논문도 써야 해서…. 동영상에 촬영된 곳은 집 같은데 사실 작업실이다. 제가 물건을 만들어 파는…."

- 대학원에서 무슨 공부를 하고 있나.
"신재생에너지 중에서 연료전지에 관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 군과는 전혀 관련이 없나.
"질병 때문에 군(병역)을 면제받았다."

- 기무사측은 군사기밀 유출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사병과 접촉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활동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 활동할 때 군인과 접촉한 적은 없나?
"제가 군인을 싫어한다. 기피증이 있다. 군인을 만난 적도 없고, 기억이 없다."

- 혹시 주한미군 반대활동을 하지 않았나.
"참여정부 시절 주한미군 철수운동을 많이 했다."

- 이번 사찰 동영상을 확인하기 전에 누군가 자신을 사찰하고 있다는 낌새를 느끼지는 못했나.
"그런 느낌을 받은지 오래됐다. 제가 신경과 치료를 받고 있다. 주변에서도 예민한 사람으로 알려졌는데, 제가 너무 과민한 것인지 모르겠다."

- 본인과 부인은 어떤 피해를 받고 있나.
"집 사람은 저를 걱정한다. 저보다 담담하게 대응하고 있다."
최석희 실장 "엄윤섭 당원임을 확인한 뒤에 두 차례 만났다. 처음에도 많이 불안해하고 힘들어했다. 2~3일 마음 다지고 나왔는데도 계속 불안해하고 있다."

- 왜 사찰을 당했다고 생각하나.
"글쎄요. 의도는 알겠지만 말씀드리기가…. 오래 전부터 일상적 사찰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과거 행적을 문제 삼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활동을 접고…. 그런데 논문도 못 쓰고 공포에 떨고…. 부인이 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같이 불안해 하고 있다. 같이 살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이거 범죄 아닌가? 가정파괴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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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