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쌍용자동차는 13일부터 차량 생산을 재개했다.
 쌍용자동차는 13일부터 차량 생산을 재개했다.
ⓒ 박상규

관련사진보기


모든 공정을 마친 3600cc급 '체어맨W'가 13일 오전 10시 30분께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조립2라인에 모습을 드러냈다. 완성된 차를 보자 이유일 법정관리인이 다가가 먼저 입맞춤을 했다. 쌍용차 임직원 20여 명은 감격에 겨운 듯 박수를 보냈다.

참 오랜만에 쌍용차 공장에서 자동차가 생산됐다. 노동조합의 77일간 점거 파업 기간을 포함해 83일 만이다. 이로써 숱한 어려운 국면을 넘긴 쌍용차는 새로운 상황을 맞이했다. 살아  남느냐, 아니면 사라지느냐. 쌍용차가 어디로 갈 지는 이제 차를 찍어내는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 됐다.

우선 이날 쌍용차 임직원들의 얼굴은 밝았다. 특히 이유일 법정관리인은 "볼트 새총과 화염병,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회사 살리기에 주저하지 않았던 여러분의 희생과 용기야말로 높이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라며 "77일간의 상처를 털어내고 쌍용차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직원들 역시 사기가 높아 보였다. 경력 12년의 김아무개씨는 "그동안 같은 회사 직원들끼리 싸우는 실망스런 모습을 국민들과 소비자들에게 보여줬다"며 "완벽에 가까운 차를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쌍용차, 13일부터 차량 생산 재개... 산업은행, 1300억원 지원 결정

13일 생산 목표 차량은 74대. 파업 이전 시간당 30대를 만든 것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쌍용차는 곧 하루 200~250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그리고 9월부터는 매달 4000~4500대를 생산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쌍용차는 올해 7월까지 약 1만 3000여 대의 차량을 팔았다. 최상진 쌍용차 기획재무본부장은 "삼일회계법인이 실사 후 세운 연 2만 7000대를 넘어 3만~3만 3000대를 팔아보겠다"면서 "월 4000~4500대를 판매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쌍용차 측은 "최소한 월 1만 대 이상의 차량을 만들어야 수익이 났지만 이제 구조조정을 마쳤기 때문에 월 6000대만 판매해도 흑자를 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으로부터 구조조정 비용 1300억원 지원도 이뤄졌다. 이날 산업은행은 "지난 12일 신용위원회를 열어 쌍용자동차에 인력구조조정 비용 1300억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쌍용차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쌍용차는 신차 C200 생산에 회사의 명운을 걸고 있다. 하지만 신차는 내년에나 생산이 가능하다. 그리고 산업은행이 신차 개발 비용 지원을 거부해 '총알'이 부족한 상황이다.

쌍용차 측은 "C200 생산 판매는 쌍용차의 희망인 만큼 자산 매각을 통해서라도 꼭 자금을확보할 것이다"며 "신차가 시장에서 인정받는다면 새로운 회사 인수자들이 여럿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 희망사항일 뿐이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C200의 성공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하이브리드 등 새로운 기술의 '친황경' 차량이 속속 시장에 나오는 상황에서 경유차 위주인 쌍용차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신차 개발, 회사 이미지 개선, 노조와 관계 등 과제 많아

또 이번 쌍용차 사태를 겪으면서 회사 '브랜드 이미지' 자체가 땅에 떨어진 것도 문제다. 쌍용차는 "신문과 TV 광고 그리고 직원들이 적극 나서 적극적인 이미지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노조와 합의한 '희망퇴직 52 : 무급휴직 48'에 대한 실무협상을 벌어야 하는 만큼 여전히 곳곳에 화약고가 즐비하다. 노조는 이미 "회사는 노조 사무실을 봉쇄하고 파업 참가 비해고 노동자들에게 보복성 인사를 하는 등 대타협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이처럼 쌍용차 공장의 기계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릴 수 있으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파산'이라는 말은 쌍용차 사업장에서 금기 용어다. 지금 쌍용차 공장에서는 "다시 달려보자!"는 구호 소리가 우렁차다.

이유일 공동관리인은 "과거에 집착해 좌절하지 말자,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어쨌든 쌍용차 직원들은 자신감을 갖고 자신들이 만드는 차보다 먼저 달리고 있다. 그 종착점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태그:#쌍용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