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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재보궐 선거가 두 달도 넘게 남았지만 선거 예정 지역에서는 예비후보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수도권 지역이라 상징성이 부각되고 있는 안산 상록을 지역도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난 3일부터 사실상 선거전의 막이 오른 듯하다.

 

각 후보자들의 이름과 사진, 공약이 큼지막하게 나온 플래카드가 주요 건물의 외벽에 걸려 있는 가운데, 출퇴근 시간 유권자들을 접촉하려는 움직임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직까지 지역 유권자들은 차분한 모습이지만 예비후보들의 발걸음은 바쁘기만 하다.

 

3일 시작된 안산 상록을 예비후보 등록에는 12일 현재 모두 13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쳐 만만치 않은 경쟁을 예고했다. 앞으로도 몇 명의 후보가 추가로 등록할 것으로 예상돼 예비후보만 20여 명에 육박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단순한 지역 선거가 아닌 전국적 선거로 부각되는 탓에 안팎의 관심이 높아 그만큼 뜨거운 경합을 예고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만큼 어떤 후보들이 공천을 받을지도 주요 관심사다. 수도권이란 상징성이 큰 까닭에 각 정당이 전략공천을 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비후보가 아닌 전략적인 후보가 선택될 경우 예비후보들이 쏟은 노력은 허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탓에 정당 간판으로 나서려는 이들은 공천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낙하산 공천 반대에 여야 예비후보들 연대감

 

현재 출마를 선언한 여야 후보들은 대부분 지역에서 일정하게 기반을 다진 사람들이다. 지난 총선 때 낙선한 주요 후보들도 모두 재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라 외부 공천설은 이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대다수의 예비후보들은 '중앙에서 후보가 내려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 말하고는 있지만,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지금껏 안산의 국회의원 선거는 대부분 지역 정치인보다는 외부 인사 공천이 이뤄졌던 탓이다.

 

이 때문에 안산 상록을 예비후보자들은 여야를 초월해 한 가지 부분에서는 연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이른바 '낙하산 공천 반대.' 지역을 꾸준히 지켜온 인사가 아닌 외부 인사의 공천은 안 된다는 것.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외부 인사 공천설에 대한 여야 각 진영의 일치된 반응이다.

 

내부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기도 버거운데, 외부 인사가 전리품을 가져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것에 여야 예비후보자들의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통하고 있는 것이다.

 

'낙하산 공천 반대'에는 지난 선거 결과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지역 토박이 출신 홍장표 전 의원이 낙하산 공천을 집요하게 거론한 것이 큰 위력을 발휘하며 당선의 한 원인이 됐던 것. 안산은 토박이들이 많지 않은 곳이지만, 지역에 오래 거주하던 사람들에게 낙하산 반대 논리가 먹혀들며 응집력을 발휘하게 했고 여야 후보를 모두 떨어뜨리는 예상 밖의 결과를 안겨줬다.

 

이 때문에 당시 낙선한 후보들은 낙하산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듯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써 왔다. 예전의 후보들은 낙선하면 거의 지역을 떠났지만 이들은 끝까지 지역을 지키며 다음 선거를 준비해 왔다. 이런 노력 덕분에 낙하산의 굴레는 어느 정도 벗어난 처지다. 따라서 고생한 이들을 제쳐 놓고 외부 인사를 내려보내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전략 공천에 부정적 반응 보이는 지역 정치권

 

현재 한나라당에서는 김덕룡 전 의원이 전략공천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안희정 최고위원과 김근태 전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의 여론 조사도 이들이 모두 대상으로 될 만큼 전략 공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에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역 내 한나라당 쪽 인사들은 "일부 언론에서 근거 없이 떠드는 이야기일 뿐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당 쪽 인사들은 "아직까지 뭐라 장담할 수 없지만 외부 인사가 온다고 해서 선거에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치 않는다"는 반응들이다.

 

지역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거물급이 오게 되면 정권 심판론이 먹혀들어 한나라당에 어려운 선거가 될 수 있다"면서 "한나라당으로서는 철저히 지역 선거로 가야 승산이 있을 것이며 거물인사의 공천이 선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더구나 거론되고 있는 김덕룡 전 의원은 나이도 칠순의 고령인데다 이전에 비리 문제가 있어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공천 신청이야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보지만 당이 현실적으로 그를 공천하겠냐"며 외부 인사 공천에 부정적 의사를 나타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김덕룡 전 의원의 친인척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있는데, 김덕룡 전 의원이 내려올 생각이 있으면 친인척이 예비 후보로 등록했겠냐"면서 김덕룡 전 의원의 출마설은 과장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쪽도 지역의 맹주인 천정배 의원이 공개적으로 낙하산 공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천 의원은 "기존 후보들로도 충분히 선거가 가능한데 외부 인사를 공천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낙하산 공천을 막겠다"고 밝혔다.

 

상록을 지역 민주당 정승현 시의원도 "당에서는 이기는 선거를 해야 하는데, 외부 인사가 내려와서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하고 "현재 예비후보들이 나서도 공천만 잘 이뤄질 경우 선거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만일 유권자들이 인정할만한 인사라면 외부 인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보지만 다른 후보들과 합의도 필요하며, 월등하게 득표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부 인사로서 얻는 표만큼 낙하산 공천으로 떨어져 나갈 수 있는 표를 잘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희정 '대의명분 맞으면 판단', 김덕룡 사촌동생 '형님 오셔도 출마!'

 

그렇지만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는 전략 공천이 돼도 거물급이 온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다는 반응이다.

 

지역 노사모의 한 관계자는 전략 공천에 대해 "큰 후보가 와야 어려운 현안들이 해결될 수 있다는 지역주민들의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껏 안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들 중 낙하산 아닌 사람이 누가 있었냐"고 반문하고, 낙하산 공천 반대 논리는 명분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안희정 최고위원이 언급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지난 8일 여의도에서 열린 팬클럽 모임에서 안 최고위원이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안산 상록을 재보선 출마 여부를 묻는 팬클럽 회원의 질문에 안 최고위원이 "대의명분이 맞으면 거기에 대한 판단을 하겠다"고 답변했다는 것.

 

그는 "노무현 가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을 막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일부 인사는 전략 공천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는 탓인지 당 간판이 아닌 무소속 출마를 공언하고 있다. 한나라당 민원국장과 안산 상록갑 당협위원장을 역임한 김석균 예비후보가 그런 경우다.

 

'김덕룡 전 의원이 사촌형님'이라고 밝힌 김 예비후보는 "형님이 출마하시겠다는 뜻을 전해 온 것이 없었다"며 "큰 정치를 하시려는 형님이 굳이 나오시겠냐는 생각도 들지만 형님이 출마의사를 밝히신다고 해도 나 역시 출마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의 공천에서 있는 기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당에서 20년 이상 당직자 생활을 해 온 내가 오죽했으면, 당을 등지고 무소속으로 나오려 하겠냐"며 "공천 경쟁에서 2번이나 물을 먹은 이후로 한나라당의 공천 심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역 민심과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 낙하산 공천만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김 예비후보는 "17대 총선에 낙선해 4년을 기다리며 지역을 일궈놨는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공천심사도 제대로 안 해주고 1차 심사에서 탈락시킨 후 외부 후보를 전략 공천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번에는 아예 공천 경쟁에 나서지 않고 내 능력으로 국회에 들어가겠다"는 것이 그의 결심이었다.

 

무소속, 누가 공천돼도 출마... 반MB 단일화만 고민

 

 

또 다른 무소속인 임종인 전 의원 측은 다른 당의 전략 공천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예선 없이 본선에 나갈 것이기에 상대적 여유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우리는 민주당에서 누가 내려오든 나갈 예정이기에 이미 선거 출마가 확정된 후보"라면서 "거물급 누가 공천이 되든 출마계획에 영향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다만 반MB 진영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으나 공천되지 못하거나 외부 인사가 전략 공천될 경우 들러리 역할만 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차라리 진보개혁진영의 후보로서 단일 후보가 되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지역 진보정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이 임 전 의원 측과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부 인사가 내려온다고 해도 반MB 단일 전선이 구성되지 않는 한 진보정당들은 임 전 의원을 도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비후보 많지만 내년 지방선거에 뜻 둔 사람들 많아

적극적 지지층, 조직표가 당락 좌우에 대부분 공감

 

최근 한 인터넷 신문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김근태 안희정 김덕룡 등 거론되는 외부 인사들의 지지도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지역 예비후보들은 재보궐 선거의 여건상 충분한 신뢰를 두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물론 경쟁 예비후보들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온 측은 기대감이 섞인 표정을 보이고 있으나, 재보선은 특성상 일단 투표율이 낮고 조직에 의해 당락이 좌우될 수 있다는 판단에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안산 상록을의 투표율은 40%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재보선 투표율이 이보다 높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 적극 지지층을 갖고 있거나 조직에 우위가 있는 후보들이 유리하다는 것.

 

예비후보들은 당선 가능 득표수를 1만표 정도로 보고 있었다. 따라서 여론조사를 무시할 수는 없으나 전적으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예비후보들이 난립해 예선 경쟁이 치열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도 예비후보자들이 난립하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까지는 예비후보로 얼굴을 알릴 수 있는 덕분에, 1년도 채 남지 않은 지방 선거에 뜻을 두고 있는 인사들이 재보선 공간을 활용해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8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한나라당쪽 관계자들은 실제적인 공천 경쟁률은 낮다고 평가하면서, 이진동 예비후보의 공천을 높게 보는 분위기였다. 중앙에서 갖는 신뢰가 만만치 않다는 것. 이진동 예비후보도 지난 10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100% 공천을 확신한다"며 본선 진출을 자신했다. 친이계로 지난 총선에서 전략 공천이 이뤄진 데다 권력 실세들의 지원이 막강하다는 것이 주변 인사들의 이야기다.

 

송진섭 전 안산시장도 한나라당 인사들 중 가능성 높은 예비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역 내 인지도가 높은 데다, 시장으로 있었던 점이 강점이라는 것. 외부 후보가 내려오지 않을 경우 두 사람 중 하나로 결정될 가능성이 많다는 게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민주당 쪽은 한나라당보다는 예선 경쟁률이 낮지만 외부 인사의 전략 공천 가능성은 더 높아 어느 누구도 자신할 수는 없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재 예비후보들 중에는 문화일보 정치부장 출신 김재목 현 당협위원장이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민주당에 복당한 김영환 전 의원은 여론조사를 해 본 후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복당이 내년 충북지사 선거 출마를 계획하고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지지율이 확고한 우위를 보이지 않는 한 본선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 지지자들의 전망이었다. 친노 정서에 기대고 있는 민주당이 노무현 탄핵에 앞장 선 인사를 내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었다.


태그:#재보선, #안산 상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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