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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가장 즐거워야 할 날, 가장 신경쓰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바가지'다. 정상적인 가격보다 여름 한철이라고 터무니 없는 가격을 요구함으로써 즐거웠던 휴가가 짜증으로 마무리되기 일쑤이기 때문.

수영장도 무료, 보트를 타는 것도 무료라고 하니 이보다 더 환상적인 휴가지는 없는 것 같다. 모든 즐길거리가 무료다. 보트는 그냥 보트놀이가 아닌 '카약'이다. 1인승에서 다인승 까지 다양하다. 드래곤 보트도 있다. 해외토픽에서 가끔씩 소개되곤 하는 뱃머리에 앉은 한 사람이 북을 두드리고 그 소리에 맞춰 이십여명 남짓이 양쪽으로 노를 젓는 보트다.

강원도 화천군의 상징 '수달'. 수달 두마리가 물을 뿜는 분수가 인상적이었다.
 강원도 화천군의 상징 '수달'. 수달 두마리가 물을 뿜는 분수가 인상적이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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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시사철 축제가 열리는 물의 나라 '화천'

강원도 화천군은 서울에서 접근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 서울 중심에서 백km 남짓이니 두어 시간이면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휴가철 맘먹고 가는 곳이 아니더라도 가벼운 나들이 코스로도 적격일 듯하다.

'화천'이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산천어축제'다. 지난 1월 산천어축제의 경우 백만명이 다녀갔다 하니, 지자체 축제중 성공작으로 꼽는 함평 나비축제와 명성을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하지만 화천군의 장점은 겨울 한철에 끝나는 게 아니었다.

6월에는 '비목문화제'와 '토고미 오리쌀 축제'가, 그리고 8월에는 1일부터 오는 16일까지 계속되는 '물의 나라 화천 쪽배 캠프'라는 축제가 있다. 사내면에서는 7일부터 9일까지 '화천 토마토 축제'가, 8일부터 9일까지는 '2009 화천 평화배 전국 드래곤보트대회'가 열렸다.

또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는 '제3회 화천 평화배 전국 수상골프대회'가 예정 되어 있는 등 전국 각지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기 위한 화천군의 노력은 사시사철 계속되고 있었다. 특히 지난 1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쪽배축제'의 경우 북한강이 휘감아 도는 지역적 특성을 한껏 살린 특색있는 축제인 듯했다. 

우리 가족이 '쪽배 캠프'축제에 매료된 것은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한껏 고려한 화천군의 배려 때문이었다. 지난 6일 방문한 축제장의 모든 시설물 이용은 모두 무료였다. 아내도 두 아이들이 수영장에서 노는 것을 보더니 한마디 거든다.

"서울에서 이 정도면 입장료만 몇 만원은 들어갈텐데"
"........."

그랬다. 수질이나 시설물 등 모든것이 휼륭했는데 이용료는 단 한푼도 받지 않았다. 이용객들도 많지 않았다. 넉넉한 공간이 마치 호텔 수영장을 방불케 했다.

화천군에서 붕어섬에 설치해 놓은 수영장
 화천군에서 붕어섬에 설치해 놓은 수영장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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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물놀이 기구도 물론 공짜였다
 각종 물놀이 기구도 물론 공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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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약 체험장
 카약 체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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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약 체험장에는 1인용, 2인용, 다인용등 다양했다. 체험을 즐기기전 전문강사진에 의한 10여분간의 교육은 필수였다.
 카약 체험장에는 1인용, 2인용, 다인용등 다양했다. 체험을 즐기기전 전문강사진에 의한 10여분간의 교육은 필수였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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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군에서 발행하는 상품권. 카약이나 드래곤보트 이용시 먼저 5천원을 지불하고 대신해 받고 이 상품권을 화천군 어디에서나 주유할때나 식당등 에서 사용하면 된다.
 화천군에서 발행하는 상품권. 카약이나 드래곤보트 이용시 먼저 5천원을 지불하고 대신해 받고 이 상품권을 화천군 어디에서나 주유할때나 식당등 에서 사용하면 된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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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로 즐길 수 있었던 곳은 바로 화천읍을 돌아가고 있는 '붕어섬'에 조성되어 있는 시민공원내에 화천군에서 만든 수영장이었다. 이곳은 그 어떤 입장료나 시설이용료를 받지 않았다. 다만 음식료품을 들고 들어가는 것만은 엄격하게 금하고 있었다.

물론 파라솔도 무료였고 강변에 늘어져 있는 나무에 매달아 놓은 해먹 이용도 무료였다. 심지어 쉽게 즐기기 어려운 카약의 경우에도 먼저 1인당 5천원을 지불한 뒤 대신 화천군에서 통용되는 5천원짜리 상품권을 받기에 무료와 마찬가지였다.

상품권은 화천군내 어떤 곳에서든지 현금과 마찬가지로 사용할 수 있기에 세심하게 생각하는 화천군의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두 아이들이 캬약 체험을 즐긴 후 받아든 두 장의 상품권은 이날 '평화의 댐' 휴게소에서 점심식사 비용으로 지불했으니 말이다.

화천군의 경우 일반적인 조건으로는 관광객을 끌어 들이기 어렵다는 악조건을 자신들만의 장점으로 만든 듯했다. 사철 다양한 축제와 체험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 들이고 있었기 때문.

8월 평화의 댐에는 말 그대로 '평화'가 가득한 듯 했다.
 8월 평화의 댐에는 말 그대로 '평화'가 가득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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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천군에는 '즐길거리'와 함께 '생각할거리'도

화천군에는 물놀이뿐 아니었다. 이승만 별장으로 유명한 '파로호'를 비롯해 '평화의댐' 등 한번쯤은 방문해 그 의미를 새겨볼만한 명소가 즐비했다. 금강산댐이라 불리는 북한의 임남댐을 과장해 정권유지에 활용했던 소위 '금강산 수공' 성금모금은 지금 생각한다면 가당치도 않은 정권의 여론 조작이었다.

북한이 남침시 금강산에 있는 댐을 터트리면 여의도가 잠기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63빌딩 어디까지 잠긴다며 그래픽까지 보여주며 방송과 신문 등 모든 언론을 총 동원해 난리법석을 피웠던 그 시절 우민화를 새삼 새겨보니 씁쓸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수자원공사에서 평화의 댐을 관리하고 있었다. 북한 임남댐의 길이는 710m 총저수량은 26억2천만㎥, 이에 맞선다는 평화의 댐은 길이 601m에 총저수량은 임남댐보다 1천만㎥이 많은 26억3천만㎥ 이란다.

삼국지와 고전에서나 나왔던, 물로 적을 공격한다는 소위 '수공책'이라는 가공할 만한 상상력을 동원했던 전두환 정권의 '양치기와 늑대'의 우화는 2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화천군에서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었다.

평화의 댐 방문에서는 DJ와 악수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물론 브론즈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DJ의 손이었다. 모형 브론즈는 수자원공사에서 조성해 놓은 '평화의 댐 물문화관' 앞쪽 광장에 조성되어 있었다.

평화의 댐 광장에 새겨져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 메시지'
 평화의 댐 광장에 새겨져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 메시지'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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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종
 평화의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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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과 탄피를 녹여 만들었다는 수십톤은 됨직한 거대한 '평화의 종'도 인상적이었다. 민주화의 거목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병상에서 신음하는 동안 그의 숨결이 남아있는 이번 화천 방문은 그래서 그 의미가 더 깊었던 것 같다. DJ의 메시지 처럼 '평화는 사랑이아'라는 말이 귓전을 맴돌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화천군, #쪽배축제, #카약, #드래곤보트, #수상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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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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