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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저녁 폭우가 쏟아지는 제주도 서귀포시 1호광장에 도민 200여 명이 모여 김태환 제주지사의 주민소환을 찬성하는 거리연설회를 가졌다.
 10일 저녁 폭우가 쏟아지는 제주도 서귀포시 1호광장에 도민 200여 명이 모여 김태환 제주지사의 주민소환을 찬성하는 거리연설회를 가졌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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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저녁 7시 20분 제주도 서귀포시 1호광장. 태풍 모라꼿의 간접영향으로 서귀포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서귀포 시민과 강정마을 주민 등 약 200여 명은 얇은 비옷과 우산 아래 몸을 맡긴 채 도백에서 이젠 소환대상자가 돼버린 "김태환 지사를 심판하자"고 외쳤다.

고유기 '김태환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제주도를 주목하고 있다"며 "김태환 소환대상자가 지금은 읍면동을 돌며 주민투표 열기를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가 제주시내로 들어가는 순간 모든 읍면동에서 (김태환 소환대상자를) 심판하자는 바람이 불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그는 "서귀포로 오는 길에 제주개발공사 사장이 주최하는 직원 모임에 김 소환대상자가 참석한다는 제보를 받고 선관위에 알렸지만 선관위의 결론은 오늘도 '문제없다'였다"며 "도지사로서의 권한이 정지된 자가 버젓이 산하 기관의 모임에 참석하는게 문제가 없다는데 선관위와 김 소환대상자는 한통속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분개했다.

"선관위와 김태환 소환대상자는 한통속인가"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도 거리연설에 나섰다. 늘 그랬듯이 강 회장은 강정마을과 법환마을 주민 60여 명과 함께였다. 강 회장은 "자신이 주민과 약속했던 것을 스스로 뒤집는 김태환 소환대상자는 카멜레온과 같은 존재"라며 "특히 4·3항쟁을 왜곡하는 일부 국회의원에게 명예도민증을 주는 김 지사에게 우리 주민들이 불명예 도민증을 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 회장은 "우리가 소환한 것은 국책사업이 아니라 독선과 아집으로 주민의견을 무시하고 공동체를 갈갈이 찢어놓은 김태환 지사"라고 지적하며 "자신이 잘했다고 생각하면 숨어서 물밑으로 다니지 말고 당당하게 주민의 심판을 받으라"고 촉구했다.

강 회장은 "오는 26일은 단군 이래 처음으로, 건국 이래 처음으로 광역단체장이 주민들의 심판을 받는 새로운 역사가 써지는 날"이라며 "제주도민이 올바른 풀뿌리 민주주의를 살려 일으키는 날이 될 것"이라고 주민들의 투표참여를 호소했다.

'서귀포의 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현애자 전 민주노동당 의원은 "제주도 주민들이 그렇게 반대하는 해군기지를 만들겠다며 주민갈등을 유발하고 공동체를 파괴한 김태환 소환대상자와의 마지막 싸움을 이젠 끝낼 때"라며 "주민들이 단결해서 김 소환대상자를 끌어내리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전 의원은 김 소환대상자가 지난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른 시군통합 찬반 주민투표 당시 적극적으로 찬성을 유도했던 일을 거론하며 "그렇게 지방자치를 짓뭉개고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을 임명제로 바꾸고 나니 이젠 동사무소 7급공무원도 도지사만 바라보는 기가 막힌 지방자치시대가 돼버렸다"고 비꼬았다. 권한이 과대하게 도지사에게 집중돼 행정과 주민자치가 기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정마을 주민 등 제주도민 200여 명이 폭우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얇은 비옷과 우산 아래 몸을 맡긴 채 서귀포시 1호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 등 제주도민 200여 명이 폭우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얇은 비옷과 우산 아래 몸을 맡긴 채 서귀포시 1호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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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봤을 때 김태환 소환대상자는 '발가벗은 도지사'"

대정읍의 한 교회에서 사목을 하고 있는 송영섭 목사는 "공개도박장인 카지노를 유치하겠다며 초등학교 아이들 운동회 하는 운동장에서 머리띠를 두르고 서명운동을 받은 김 소환대상자는 아이들의 눈에 발가벗은 도지사로 비춰졌을 것"이라며 "바로 그런 김 소환대상자의 행태가 제주도의 양심과 자존심을 죽였다"고 개탄했다.

송 목사는 "영리병원 문제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주민여론 따라 하겠다더니 반대 여론이 월등히 높았음에도 말을 바꿔 추진했다"며 "김 소환대상자는 진실 앞에 무릎을 꿇으라"고 요구했다. 송 목사는 "우리 제주도민은 이기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겨 놓고 싸움을 하고 있다"고 주민들을 격려했다.

법환마을에서 이웃들과 함께 왔다는 강아무개씨는 "아직은 주민투표 운동 시작단계니까 투표 분위기가 크게 안 뜨는 것"이라며 "주민들은 투표율을 45%정도는 해야 한다고 나름대로 목표를 정해놓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주민의 얘기처럼 지난 주민소환운동 발의자 모집할 때도 강정마을과 법환마을 주민들은 추자도까지 건너 가서 서명을 받아오는 열의를 보였었다. 강정마을과 법환마을은 그동안 해군기지로 거론돼오던 화순마을과 위미마을에서 주민들에게 거부당하자 김 소환대상자가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후보지로 중앙정부와 합의본 곳이다.

평생 바다를 밭으로 삼아 생계를 이어오던 사람들이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다며 건국 이후 처음으로 도지사를 주민 심판대에 올려세운 제주도.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태그:#제주도, #주민소환, #김태환, #강정마을, #서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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