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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들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도 산하 조직의 한 고위간부가 김 지사도 참석한 행사에서 대놓고 "(주민투표) 가지 말자"고 건배사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물의를 빚고 있다.

 

건배사가 '가지 말자'

 

지난 8일 저녁 제주도 표선해수욕장에서는 제주도 체육회가 주최한 '전 도 산악인의 밤' 행사가 열렸다. 약 100여 명의 제주도 산악인들이 모인 이 자리에는 주민소환투표 대상자인 김 지사도 참석했다.

 

자리가 무르익자 이 행사를 주최한 제주도 체육회 고위간부가 일어나 건배사를 했다.

 

"여러분 제가 '가지'하고 선창하면 '말자'고 후창해 주십시오. 자 그럼, 가지! 말자!"

 

누가 들어도 '주민투표 가지 말자'는 내용이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이 고위간부가 김 지사가 자리에 있을 때 이 같은 건배사를 하더라"며 개탄했다. 이 고위간부처럼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자가 공개장소에서 특정인을 지지하는 내용의 발언을 하면 선거법 위반이다.

 

제주도 선관위는 현재 이 고위간부의 건배사가 선거법을 위반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그 행사에 참석했던 몇몇 인사들은 문제의 건배사가 김 지사가 자리에 있을 때 나왔다고 진술하는 있는 반면 또다른 참석자들은 김 지사가 자리에 없을 때 나왔다고 하는 등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건배사 시점에 김 지사가 자리에 있었는지만 참석자들끼리 진술이 다를 뿐 문제의 건배사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이날 행사에 박영부 서귀포 시장이 표선면장을 대동하고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즉 김 지사가 주민투표에 소환된 줄 뻔히 알면서도 김 지사가 참석하는 행사에 중립을 지켜야할 박 시장이 면장까지 대동하고 참석한 것은 올바른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공무원들 선거개입 제보 이어져... 대부분 주민투표율 낮추려는 의도

 

더 큰 문제는 주민소환 투표 과정에서 끊임없이 공무원 개입 제보가 이어지고 있는 등 관권선거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9일 현재까지 '김태환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에 접수된 관권개입 사례만 모두 10건. 제보의 주내용은 공무원들이 나서서 투표 기권을 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A지역의 경우 동장이 사회복지사를 동원해 부재자 투표용지가 발송된 장애인들에게 주민투표를 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무원별 할당자 명단이 배포됐으나 즉각 회수됐다는 충격적인 내용까지 주민소환운동본부에 알려졌다.

 

또 한 도청 고위 공무원은 주민소환운동본부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인사의 가족 직장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넣는 등 권한을 남용했다. 일부 읍면장들이 선거사무원들로 투입될 공무원들에게 "부재자 신고를 하지 마라"고 했다는 제보도 접수됐다.

 

B지역 이장이라고 신분을 밝힌 한 제보자는 "공무원들이 주민투표에 참여하면 마을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력을 넣고 있다"고 제보했다. C지역에서는 일부 읍면장이 "마을별 주민투표율을 5% 이하로 만들라"고 이장들을 압박했다는 제보도 들어왔다.

 

주민소환운동본부 한 관계자는 "주로 제보의 내용이 주민투표율을 최대한 낮춰서 김 지사 소환주민투표를 무력화시키려는 명백한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며 "제보자들이 신분이 노출될 경우 불이익을 염려하여 공개증언을 꺼리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제주시 갑과 제주시 을, 서귀포시 등 지역을 세 개로 나눠 차량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주민소환운동본부는 김 지사 측이 주민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총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고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에 맞서 김 지사는 이른바 '조용한 민생투어'를 계속하며 맞대응을 피해 가고 있다. 하지만 선관위가 김 지사의 복지시설 방문을 '호별방문'으로 규정해 시장 방문 등으로 일정을 바꾸는 등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 지사가 주민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최대한 '조용한 행보'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어지는 공무원들의 선거개입 제보. 바람 많은 제주도에서 김 지사의 소원처럼 주민소환 투표 바람이 잠재워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태그:#제주도, #김태환, #주민소환, #주민투표,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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