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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돋아난 모습이 원래 여름방학 때 학교 운동장 모습입니다.
▲ 아이들 없는 학교 운동장에 돋아나는 풀들 풀이 돋아난 모습이 원래 여름방학 때 학교 운동장 모습입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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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한 학교운동장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아이들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는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 대신 찾아드는 것은 풀입니다. 운동장 여기저기에 풀이 돋아납니다. 아무리 척박한 땅이라도 땅이 있는 곳이라면 풀씨는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려 쑥쑥 자랍니다. 무더운 날씨에는 더욱 기운차게 자라나지요.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 방학을 맞아 텅빈 운동장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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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하게도 방학을 한 지 한참이나 됐는데도 학교 운동장에는 풀 한포기 없이 말끔합니다. 맨 땅에 풀 한 포기 하나 없다니 좀 이상하지 않나요? 

말라죽은 풀이 여기 저기 눈에 띕니다.
▲ 가까이 들여다 본 운동장 말라죽은 풀이 여기 저기 눈에 띕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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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서 들여다 봤습니다. 풀이 났는데 말라 있습니다. 잎을 보니 날이 가물어서 말라죽은 것이 아닙니다. 운동장 곳곳에 말라죽은 풀이 보입니다. 아이들이 금을 긋고 놀던 운동장가에도, 축구 골대 주변에도 풀이 나서 말라죽었습니다. 제초제를 뿌린 것입니다.

 아이들이 금을 긋고 앉아 노는 자리입니다. 제초제를 뿌려서 풀을 죽였습니다.
▲ 운동장 가에 말라 죽은 풀들 아이들이 금을 긋고 앉아 노는 자리입니다. 제초제를 뿌려서 풀을 죽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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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골대 주변에도 제초제를 뿌려서 풀을 말끔하게 죽였습니다.
▲ 축구 골대 주변에 말라 죽어있는 풀들 축구 골대 주변에도 제초제를 뿌려서 풀을 말끔하게 죽였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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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학교에도 가 봤습니다. 그 학교에도 역시 운동장에 제초제를 뿌려서 풀을 말라 죽인 것이 보입니다. 운동장에 잔디를 깐 학교도 잔디 주변에 난 풀은 어김없이 제초제를 뿌려 깨끗하게 죽입니다. 아이들이 오고가는 길에도 어김없이 제초제를 뿌려 풀을 깨끗하게 없앱니다.

오늘 찾아간 네 학교 중에 세 학교가 제초제를 뿌려서 풀을 말라죽인 흔적이 있었고, 한 학교는 말라죽은 풀은 보이지 않았지만, 풀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세 학교는 제초제를 뿌린 지 얼마되지 않은 반면에, 한 학교는 제초제를 전혀 뿌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뿌린 지 오래 됐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넓은 잔디밭을 풀없이 관리하려면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잔디밭이 깔린 운동장 주변에 말라죽어있는 풀들 넓은 잔디밭을 풀없이 관리하려면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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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초제는 학교를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해  뿌립니다

제초제는 방학 때만 뿌리는 것이 아닙니다. 학기 중에도 학교주변을 말끔하게 관리한다고  뿌립니다. 제 경험으로 보면, 제초제를 뿌려서 학교 주변과 운동장 풀을 없애는 것은 도시학교나 시골학교나 어느 학교나 다 관행으로 해 오는 일입니다.

아이들이 지나다니는 길에도 제초제를 뿌려 풀을 죽였습니다.
▲ 아이들이 오고가는 길에도 아이들이 지나다니는 길에도 제초제를 뿌려 풀을 죽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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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실에 물어보니 학교마다 늘 관행으로 뿌려왔다고 합니다. 기사님은 제초제를 뿌리지 않으면 학교 관리가 되지 않기에 뿌린다고 합니다. 관리자도 제초제 뿌리는 것을 원한다고 합니다. 관리자에게 여쭤보니 학교에 풀이 수북하면 보기 싫고 동네 사람들이 자꾸 지저분하다고 뭐라 하는데, 사람을 시켜서 풀을 뽑으면 인건비가 많이 들어서 어쩔 수 없이 제초제를 뿌린다고 합니다.

현수막은 이렇지만, 마을은 물론 학교 안에도 제초제를 사용합니다.
▲ 아이들이 오가는 학교 앞에 붙은 현수막 현수막은 이렇지만, 마을은 물론 학교 안에도 제초제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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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학기말 전교사회의 때 우리 마을은 전체가 제초제를 뿌리지 말자고 현수막을 내걸곤 하는데, 아이들이 맨발로 뛰어놀고 흙장난도 하는 학교 운동장에 제초제를 뿌리는 것은 좋지 않으니 뿌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맞는 말이라면서 생각해 보겠다 하셨는데, 오늘 학교에 가 보니 운동장 곳곳에 제초제를 뿌려 풀을 죽인 흔적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최근 '에코 그린 스쿨 추진'이니 해서 '학교 숲 조성', '친환경 재료에 의한 학교 건축'이라는 말과 함께, 모래도 오염이 되지 않은 것으로 자주 갈아줘야 한다면서 정작 아이들이 뛰어노는 곳에는 제초제를 뿌리고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보면, 학교 공원화라 해서 학교가 꽃과 나무로 예쁘게 둘러싸여 있거나 잔디밭이 있는 학교는 제초제는 물론이고,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공으로 심은 꽃과 나무가 많은 학교에서는 더욱 더 제초제와 농약과 화학비료를 주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학교에 나는 모든 풀은 교육자료입니다

학교에서 제초제와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는 것은 오랜 관행인데, 이 관행을 하루 빨리 없애려면 먼저 학교가 풀 한포기 없이 깨끗하고 예뻐야 한다는 생각부터 빨리 바꿔야 합니다. 또 학교에 나는 풀은 지저분한 것이 아니라, 모든 풀은 다 귀한 교육자료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어느 학교는 하도 풀 한포기 없이 깨끗하게 관리해서 정작 수업시간에 쓸 풀 한 포기를 구할 수가 없기도 했습니다.

남보기에 '깨끗하다'는 것으로 풀 한포기 없이 삭막한 학교에서 뛰어노는 것보다 사시사철 풀꽃들이 넘실대는 곳에서 놀아야 교육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아이들에게 좋습니다. 풀꽃들이 넘실대는 곳에서 뛰어놀다보면 풀 공부와 더불어 생태공부는 저절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학교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풀 한 포기 없이 깨끗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관행이라서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은데, 이 참에 학교에 제초제와 농약과 화학비료를 절대 사용하지 말라는 법을 만들 것을 제정했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학교에서 제초제는 깨끗하고 깔끔하고 아름답기 위해 뿌립니다. 학교가 깨끗하고 말끔하고 아름답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위해 깨끗해야하고, 말끔해야하고, 아름다워야하는지 깊이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태그:#제초제뿌린학교운동장, #제초제, #학교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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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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