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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밤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본관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조인식에서 합의문 작성과 교환을 마친 뒤 송명호 평택시장, 박영태·이유일 공동관리인, 한상균 노조 지부장, 문기주 A/S지부장, 김봉한 평택노동지청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6일 밤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본관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조인식에서 합의문 작성과 교환을 마친 뒤 송명호 평택시장, 박영태·이유일 공동관리인, 한상균 노조 지부장, 문기주 A/S지부장, 김봉한 평택노동지청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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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동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 '함께 살자!'고 외치며 영웅적인 파업투쟁을 전개했다.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려는 자본에 맞선 장렬한 투쟁이었다. 자본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짓밟을 때는 강력한 저항에 부딪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투쟁은 매우 끈질기고 완강했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의 지원이 미약했고 국가권력의 총체적이고 폭력적인 압박 속에서도 장기간의 투쟁을 이어나갔다. 77일 동안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벌어진 노동과 자본간 대립은 전쟁 그 자체였다.

그러나 결과는 자본의 승리로 끝났다. 자본의 이해를 철저하게 대변하는 국가권력의 폭력까지 더해져 노·사간 투쟁이 아니라 노·정간 직접적 충돌이었다. 총자본과 총노동의 대립이었고 대결이었다. 그러나 총자본은 국가권력의 폭력기구, 자본, 언론 등 그야말로 총체적이었다. 이에 반해 노동은 총노동이라고 할 수조차 없었다. 연대나 지원은 미약했고 실질적으로는 쌍용차지부의 고립된 투쟁이었다.

처절한 노동자 투쟁, 그러나 자본의 승리

수천 명의 폭력경찰과 수천 명의 사측 구사대와 용역깡패가 공장을 에워싸고 물리적 공격을 가했다. 음식물 반입은 물론 단전단수를 실시했고 의료진 출입도 통제했다. 정권이 헬기를 동원하고 총기를 소지한 경찰특공대까지 투입하는 상황에서 고립된 노동자들이 이길 수는 없었다.

투쟁과정에서 더욱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측이 노동자들을 해고와 비해고 노동자로 분리시켜 노·노 갈등을 유발시키고 물리적으로 충돌하게끔 만들었다는 점이다. 600명 때문에 4500명이 다 죽는다, 600명 때문에 협력업체 포함 20만 명이 다 죽는다는 논리를 계속적으로 유포해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적대시하는 데 성공했다.

말하자면 분할지배(divide and rule policy) 전략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노동자들의 연대성을 파괴하고 나아가 인간성까지 파탄나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자본주의적 인간은 철저하게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고 동료를 죽여야 내가 사는 철저하게 노예 검술사(글래디에이터)같은 생존체제다.

자본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을 착취한다. 나아가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연대를 차단하고 투쟁을 무력화시킨다. 자본이 노동의 유연화를 위해 노동자를 자유롭게 정리해고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관건이다. 철저하게 이용해 먹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유롭게 용도폐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대기 중인 산업예비군인 실업자나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더 값싸게 고용할 수 있다.

또 정규직노동자들을 자유롭게 해고하는 것은 그들이 자주적으로 단결하고 투쟁하는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이틀 동안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어 많은 농성노동자들을 이탈시켰고 최후통첩을 내린 8월 6일 쌍용차 노·사는 쟁점을 일괄 타결했다. 농성노동자의 48%는 무급휴직과 영업직 전환으로 쌍용차 직원 신분을 유지하고 52%는 정리해고하는 데 합의했다. 정리해고자 중에서 희망퇴직, 분사, 회사 정상화 시 재고용 기회 등을 합의했지만 쌍용자동차 미래로 볼 때 불투명한 내용들이다.

자본의 경제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

77일간의 파업투쟁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노동자 파업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그것도 임·단투 시기의 장기파업이 아니라 총체적 폭력에 저항하는 엄청난 투쟁이었다. 자본은 국내 재벌을 넘어 전 지구적 총자본인 다국적기업과 야만적 투기자본의 폭압적 착취형태를 취하고 있다. 국가는 이들 세계자본의 하위기구로 전락한 지 오래고 노동자를 통제하는 하부관료기구일 뿐이다.

WTO나 FTA로 대표되는 세계무역질서는 자본의 전 지구적 착취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과정이다. 산업자본주의에서 금융투기자본주의로 변화된 오늘날 자본주의체제는 매우 빠른 주기의 경제위기에 처한다. 따라서 자본은 자신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전개한다. 이는 노동에 대한 공격이다. 자본주의 경제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한다. 쌍용자동차 사태는 바로 전 세계 경제위기의 한 형태인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전가함으로써 발생했다.

쌍용차사태 책임은 정부, 대주주, 경영진에 있다. 그러나 결과는 회사를 살리는 구조조정인 정리해고에 동의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공장을 점거한 채 장기간 파업을 벌인 노동자들에게 책임이 돌아갔다. 구조조정과정에서 몇 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죽었고 가정은 파탄지경에 빠졌다. 투쟁을 이끈 노조지도부를 비롯해 많은 노동자들이 감옥에 갇히고 여러 가지 고초를 겪어야 한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일반적 현상이다. 본질은 어디 가고 없고 결과만 남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노조와 노동자가 져야 한다. 그래서 쌍용차사태의 책임과 문제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되짚어 보기로 한다.

쌍용차 사태 책임은 정권과 (투기)자본

첫째, 노동자 정리해고와 노동운동탄압에 혈안이 된 이명박 정권이다. 겉으로는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면서 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다.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위기에 처한 쌍용자동차를 선택해 정리해고를 완수하는 실험장으로 이용했다. 정규직노동자를 해고하여 비정규직이나 하청업체 노동자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장기간의 쌍용차 사태에 대해 철저하게 노·사문제인 것처럼 방치하면서도 경찰력을 투입해 노동자들을 탄압했다. 손대지 않고 코푸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나아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을 무력화시키는 계기로 활용했다.

둘째, 쌍용자동차를 중국 상하이 자동차에 팔아넘긴 노무현 정권이다.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이후 지속된 신자유주의정책은 자본의 세계화논리에 기초했다. 기간산업인 자동차산업 역시 산업이나 고용정책보다 자본의 국제적 이동인 금융 정책적 관점에서 서 있었다. 당시 동북아금융 허브국가 건설도 그런 맥락이었다. 쌍용자동차를 중국 상하이 자동차에 매각할 당시 주무부처장관은 현 민주당 대표인 정세균 산업자원부장관이었다. 노무현 정권과 민주당(당시 열린우리당) 역시 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셋째, 상하이 대주주에게 특약을 해소시켜줘 기술을 유출토록 한 혐의가 있는 산업은행이다. 상하이 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할 당시 중국계 은행과 산업은행으로부터 4200억 원을 대출받았다. 대출조건으로 산업은행의 허가 없이는 자산이전이나 기술을 유출할 수 없다는 특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2006년 10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산업은행총재를 상대로 한 심상정 의원의 질의내용에서도 30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신차모델을 단 240억 원에 넘기기 위해 특약을 해소해 준 배경을 따져 물은 바가 있다.

넷째, 투자약속을 지키지 않고 기술을 유출시킨 상하이 대주주다. 상하이 대주주는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면서 1조2천억 원에 달하는 투자와 완전고용을 약속하면서 노조와 특별단체협약을 맺었고 이를 공증까지 했다. 그러나 이윤을 챙기고 기술만 빼나간 뒤 공장을 법정관리상태에 내맡겨 버렸다. 공장이 파산상태에 이르렀는데도 상하이는 여전히 쌍용자동차의 대주주다.

다섯째, 회사를 법정관리 상태에 빠트린 경영진이다. 경영진들은 회사와 노동자를 위기에 빠트리고 결국 대주주가 기술만 유출한 뒤 법정관리에 맡기고 빠져나가는 것을 방기했다. 지금 법정 관리인들은 당시 경영에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이다.

여섯째, 사법처리를 방기한 검찰이다. 2006년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쌍용자동차 기술을 유출시킨 혐의로 대주주와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고발인 조사과정에서 증거를 대라고만 했고 수사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다가 2008년 자체적으로 공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으나 그 결과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고 사법처리도 하지 않았다. 불법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고 주식을 소각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일곱째, 사측의 불법적 정리해고다. 일반적으로 노동자 정리해고는 <정리해고법>에 근거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비정규직보호법>이라는 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리해고에 관한 법률은 전통적인 <근로기준법>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를 근거로 한다.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조항이 아니라 특별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다.

정리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어야 하고 '해고회피노력'을 해야 한다. 쌍용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원을 정리해서는 안 된다. 회사는 향후 인력운용계획에서 노동자를 정리해고하고 신규노동자를 채용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해고회피노력은 노조가 제출한 자구안(임금삭감과 노동시간 단축 등)이 회사가 제출한 안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안이었다. 

여덟째, 파산법원의 책임이다. 쌍용자동차는 법정관리상태에 있다. 1000만 원 이상의 지출은 법원의 하가를 받아야 한다. 회사는 지금 임금체불은 물론 희망퇴직 직원의 퇴직금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운영자금이 바닥난 회사다. 그런데 법정관리인 등 임원의 월급은 꼬박꼬박 챙겼고 용역깡패를 고용하는 등 엄청난 돈을 지출했다.

아홉째, 법정관리인의 부도덕과 불법행위다. 직원들을 정리해고자와 비정리해고자로 나누어 노·노 갈등을 유발시켰다. 이 결과 비정리해고자들은 구사대 역할을 하면서 정리해고자가 죽어야 자신들이 살 수 있다는 4500명이 살기 위해 협력업체 포함 20만이 살기 위해 공장에서 최후까지 투쟁하는 600명은 죽어야 한다는 인격파탄에 빠지게 만들었다. 농성자들에게 음식물은 물론 단전단수하고 의료진의 출입도 금지시키는 반인권적 행태를 저질렀다. 그리고 노․사문제에 공권력을 끌어들여 공장을 전쟁터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의 정당한 생존권 투쟁을 불법폭력으로 왜곡했다. 사실에 입각한 보도는 내팽개친 채 회사의 경찰의 기관지 노릇을 했다. 경찰의 반인권적인 폭력진압, 구사대와 용역깡패들의 폭력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노동자들의 자구책인 방어행위에 대해서는 불법으로 몰았다. 그것도 신문 1면에 사진까지 실어 왜곡했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터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다. 결과는 패배였다. 쌍용차 사태를 책임져야 할 수많은 당사자들은 어디 가고 없다. 노동자들만이 죄인이 되었다. 자본주의체제 경제위기는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었다. 정권과 자본은 폭력을 동원해 정리해고라는 전리품을 챙겼다.

이제 다시 경찰과 용역깡패 그리고 구사대를 거느리고 다른 산업, 다른 공장으로 정리해고의 칼날을 겨눌 것이다. 청와대, 검찰, 한나라당, 조·중·동 등 수구보수자본신문들이 정리해고 전쟁에 큰 원군이 될 것이다. 이번 쌍용차 투쟁에서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 등 그동안 산업(별)노조운동을 떠들었던 민주노조운동은 그 실력이 드러났다. 이제 정리해고 구조조정 깃발을 내 건 이명박 정권의 공격은 거침없이 계속될 것이다.


태그:#쌍용자동차,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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