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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바위에서 내려다 본 봉하마을의 모습
▲ 봉하마을의 모습 사자바위에서 내려다 본 봉하마을의 모습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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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번 쯤 꼭 가보고 싶었던 "봉하마을", 그 곳을 팔월 첫 휴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찾았다. 가족 중 누구도 여행지로 봉하마을을 찾아가는데 토를 다는 사람 없이 모두 찬성이다. 아마 이심전심으로 그곳 방문을 고대했는가 보다. 사실 작년부터 봉하마을을 한번 가보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지만 그동안 마음에 여유가 없어 이제야 찾아 나선 것이다.

김해의 진영읍을 지나 봉하마을 초입에 이르자 자동차 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휴일을 맞아 봉하 마을을 찾은 방문객들의 차량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멀리 벌판 한 가운데로 뻗어 있는 농로까지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평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봉하마을을 찾고 있었다.

봉하마을을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걸까? 차안에서 기다리면서 잠시 의문을 던져본다. 그에 대한 그리움일까 아니면 불행하게 떠난 노 전 대통령을 불쌍하게 여기는 애석한 마음일까 ?

사실 노 전 대통령이 국정 최고책임자로 현직에 있을 때만 해도 봉하 마을은 그다지 관심 있는 마을이 아니었다. 그저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역사의 한 인물이 태어난 곳 중 한 곳으로 평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다름 아닌 고향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살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왠지 모르게 큰 기대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봉하마을회관 앞에 있는 노전대통령의 초상화
▲ 봉하마을에 있는 노전대통령의 초상화 봉하마을회관 앞에 있는 노전대통령의 초상화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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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전례 없는 일로 한나라의 권력의 정점에 있던 대통령이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모든 사람들의 소망인 금의환향이라는 아름다운 행로를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보통 사회적으로 성공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향마을에 내려가 사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큰 도시나 외국에 나가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고향에 내려오던 날, 고향의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고향마을에 내려와 참 좋다"라는 진솔한 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얼마나 마음이 편하고 좋았는지 오랜만에 엄마를 만난 아이처럼 즐거운 모습이었다. 지금도 고향마을의 환영행사에서 아무런 주저 없이 큰 소리로 외치던 그의 모습이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하지만 이제 봉하마을에서 보여주었던 소탈한 그의 모습은 볼 수가 없다. 단지 그분이 고향마을에 남겨 놓은 발자취뿐이다. 마을 앞 벌판의 논에는 노란지붕의 오리집이 여러 군데 있고 오리들이 무리지어 논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연꽃농원이 조성되어 연꽃들이 활짝 피어 있다. 이는 생전에 노 전 대통령이 많은 관심을 가졌던 친환경농업의 오리농법과 생태마을조성의 결과가 아닐까.

노 전 대통령의 사저 오른쪽에 노 전 대통령의 유해가 안치된 비석이 있다. 그 분의 유언대로 작은 비석(자연석)으로 만들어져 있다. 넓은 공터에 만들어진 이 비석은 녹이 벌겋게 슨 강판위에 놓여져 있는데 너무 작아 초라하기 그지 없다. 잔디가 깔려 있지 않은 흙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헌화를 하고 예를 갖추고 있다. 그들 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고, 슬픔을 애써 감추려 눈을 감고 있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정숙한 분위기로 그 분의 영면을 기원하고 있다.

노전대통령의 비석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 봉하마을에 있는 노전대통령의 비석 노전대통령의 비석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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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의 비석이 있는 마당 바로 위에는 커다란 바위가 지켜보고 있다. 바로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린 부엉이 바위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 봉하마을을 내려다 보고 있다. 이곳에 잠시 서서 많은 고뇌를 했을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하며 그들은 물끄러미 봉하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특히 사자바위에서 내려다 본 봉하 마을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널따란 벌판이 기다랗게 펼쳐져 있고 높지 않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 져 있다. 그리고 사자 바위 앞 너른 벌판너머에는 하천이 유유히 흐르고 그 강변을 따라 기차가 달리고 있다.

사람들이 부엉이 바위에 올라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 부엉이 바위 사람들이 부엉이 바위에 올라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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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봉수대아래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붙여진 봉하 마을은 아이들이 동심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멋진 마을이다. 파란 물결이 넘실대는 너른 벌판과 쭉 뻗은 농로, 그리고 커다란 바위들이 곳곳에 앉아 있는 봉화산은 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꿈을 펼치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벌판너머로 흐르는 하천과 기차 길은 봉하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더해준다,

지금 봉하 마을 사저 앞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가 복원되고 있다. 가난한 농부의 집으로 아담한 초가집이다. 머지않아 완성될 생가에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아쉽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 계셔서 생가에 대한 설명도 해주고 마을을 안내해주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분명 될 터인데 말이다. 사실 봉하 마을처럼 아름다운 마을도 드물다. 그곳에서 역사의 중심에 있던 한 사람을 만나 그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년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지만 이보다 좋은 여행지가 없을 것 같다.

참여정부, 분명 공과가 있을 텐데 왜 그렇게 노무현 정부는 매도되었을까? 특히 경제를 가장 잘못했다고 많은 사람들은 비판을 했고 대부분 국민들이 공감을 하여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경제 지표를 보면 5년 사이에 1인당 국민소득도 1만1497달러에서 2만1659달러로 두 배 정도 높아졌고, 기업부채도 500%에서 100%로 낮아졌다 한다. 그리고 종합주가지수도 630에서 2000 이상으로 올라갔고, 수출은 2100억 달러에서 3000억 달러 이상으로 신장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경제 성적이 가장 나쁜 것으로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 왜 그럴까?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무언가가 왜곡된 것일까? 분명 참여정부 시절에 소득의 양극화 문제나 불안한 부동산 가격 등으로 국민들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정부에게나 공과가 있는 법이다. 감정보다는 보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역사를 올바르게 평가하여 역사가 후퇴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래야만 모두가 자유롭게 소통하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고인의 꿈이 헛되지 않으리라.

마을 건너 길에서 본 봉하마을의 모습
▲ 봉하마을의 모습 마을 건너 길에서 본 봉하마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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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답게 사는 세상" 너무도 좋은 말이다. 경제가 발전하여 배불리 잘 먹고 폼나게 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은 자유롭게 말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밥은 배불리 먹더라도 남의 눈치를 보며 자기 생각을 맘대로 말하지 못하면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

비록 가난한 집이라도 가족들이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자기의 마음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 그곳이 행복한 곳이 아닐까? 특히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려 할 때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란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봉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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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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