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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 인천 옹진군 영흥도에서 출발한 '우성호'에 승선한 낚시객들이 우럭낚시에 푹 빠져 들고 있다.
 8월 1일 인천 옹진군 영흥도에서 출발한 '우성호'에 승선한 낚시객들이 우럭낚시에 푹 빠져 들고 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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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 선장님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은 다름 아닌 "오늘은 이상하게 고기가 안 나오네!"라는 말일 듯싶다. 계속된 남획으로 어자원이 줄어들다 보니 고기잡겠다고 먼길 오신 손님들이 공치거나 몰황(고기가 안 잡힘)일 경우 손님들에게 미안해 하면서 너무나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이기 때문.

특히나 남해 먼바다 즉 추자도나 만재도, 황제도 등 원도에 감성돔 낚시 출조할 경우 특히 그런 말을 많이 들은 바 있다. 감성돔이라는 고기가 워낙에 귀하다 보니 낱마리 조황만 해도 낚시꾼들 입은 함지박만 해지고 자랑스러운 듯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더욱이 4자나 5자(4자는 체장 40cm급, 5자는 당연히 50cm급)를 연거푸 몇 수라도 걸어 올리는 날에는 그 입은 찢어지다 못해 아예 귀에 걸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황은 어쩌다 한 번일 뿐. 대부분의 경우 썩 만족하지 못하는 조황에 그치는 게, 열 번 출조 나간다고 하면 아홉 번이 늘상 그렇다. 허탕치고 돌아오는 길에서 그 원인분석을 할라치면 한마디씩 거드는데 그 이유는 다양하기만 하다.

"오늘은 동남풍이 불어서, 물이 너무 안 흘러서, 청물이 들어서, 뻘물이 들어서, 수온이 너무 차서, 수온이 너무 높아서....." 등등. 이유는 다양하기만 하다. 한마디씩 거드는 이유가 단순하다. 시간과 막대한 돈을 들여 고기 얼굴 보려는 욕심에 그 먼 거리까지 왔건만 잡히라는 고기 대신 담배와 소주만 죽어라 잡았기 때문.

지난 2002년부터 3년간 남해 원도 감성돔 낚시의 메카인 완도에도 있었고, 특히 지난 15년동안 즐기고 있는 우럭낚시의 경우에도 아직까지 대박 조과는 본 바도 없고 경험한 바도 없다. 무려 15년 동안 말이다.

우성호 선장이 뜰채를 이용 5자급 우럭을 들어 올리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우성호 선장이 뜰채를 이용 5자급 우럭을 들어 올리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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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꽝' 조황인가... 애꿎은 줄담배만

오전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조과는 별 볼일 없다. 손바닥만한 우럭 두 수에 뼘치급 놀래미 서너 수가 전부다. 아니 손바닥 반에 반도 안 되는 볼락도 두어 마리 있다. 오늘(1일) 출조는 큰마음 먹었더랬다. 지난주 토요일날도 우럭낚시를 나갔는데 오늘도 우럭낚시를 간다고 마음먹었으니 말이다.

뭐 그래도 어쩌겠는가. 우럭 낯바닥 보겠다는 열망이 성난 호랑이 눈을 뜨고 째려보는 아내의 눈초리 정도는 너끈히 극복해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새벽 3시반에 집을 출발해 영흥도 신흥낚시에 도착해 얼음과 봉돌 등 각종 낚시채비를 한 후 배를 탄 지 두 시간여 만에 도착한 곳은 머나먼 선갑도 해상이었다.

낚시배는 '우성호'였다. 새벽 5시 15분경 영흥항을 출발해 시속 13노트로 2시간 반가량 운행한 후 도착한 해상이 바로 선갑도 해상이었던 것. 영흥항에서 직선거리로 60km 남짓 되는 꽤나 머나먼 바다다.

두 시간째 조황은 썩 좋지 못하지만 주변 낚시 여건은 최상의 조건이다. 파도는 낮다. 0.5m 남짓 될까? 바람도 적당히 불고 있다. 초속 8m쯤 되는 것 같다. 산들바람 정도다. 물때는 2물 조금을 막 지나 물이 적당히 흐르기 때문에 우럭낚시에 더없이 좋은 날이다. 다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때문에 8월초 여름 태양이 맹위를 떨치는 게 조금은 흠이었다.

그래도 나 같은 경우에는 밑바늘에 홍거시(지렁이의 일종)를 끼워놓았더니 잔챙이가 제법 물었기에 심심치 않게 낚시대를 걷어 올려야 했다. 하지만 의정부에 왔다는 한 분과 그 옆에 하남에 왔다는 단독 출조객들의 경우에는 심각해 보였다.

두 시간이 흐르도록 단 한 번 낚시대를 걷어 올리지 않았기 때문. 물론 걷어 올릴 때도 있었다. 이동하기 하기 위해 선장이 낚시대를 올리라는 신호에 허탈한 눈빛으로 낚시대를 걷어올리기는 했으니 말이다.

그대는 보았느뇨...'60cm급 초대형 개우럭'을 말이다.
 그대는 보았느뇨...'60cm급 초대형 개우럭'을 말이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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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여 이동하는데 저 멀리 해상에 수십 척이 한꺼번에 몰려 있어

2시간여 동안 좋은 조황을 보이지 않자 선장은 장소를 이동하겠다고 말했다. 조금 멀리 가겠다는 거였다. 20분 남짓 갔을까? 저 멀리 수십 척의 낚시배들이 몰려 있는 게 보였다. 섬이나 암초 부근이 아니었다. 섬과 섬 사이 해역이었다.

조금은 이상했다. 보통 우럭의 경우 어초나 여(바위)지대에 있는 관계로 섬 부근이나 등대 주변에서 맴돌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곳 해역은 섬과 섬 사이로 섬에서 2~3km 이상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보통 이런 해역의 경우 바닥이 뻘층이거나 사질토 지역으로 우럭이 있지 않는 장소였다. 역시나 고기가 안 나올 것이라고 지레짐작을 한 후 배가 이동하던 도중에 잡은 우럭과 놀래미를 썰어서 옆에 낚시꾼들과 회맛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던 참이었다. 그때 상황이 급변했다. 선장이 디카를 들고 서둘러 앞쪽으로 지나치면서 한마디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고기 나오고 있습니다."
"?????"

뜨거운 햇볕을 피해 배 뒷전에서 잡은 고기를 썰어먹다 말고 앞쪽을 살펴보니 장난이 아니다. 낚시대마다 고기를 걸린 것 같았다. 오늘 우성호에 탄 사람이 총 18명이었고 배 한 켠당 8명이 낚시를 즐기고 있는데 우측편에 앉아 있던 8명 낚시꾼들의 바늘에 일제히 고기가 걸린 거였다.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쳐다보니 동시에 고기가 걸린 듯 전동릴이 올라가는 소리가 동시에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뿔사. 우럭밭이로구나. 입에 넣고 채 씹지도 않은 회감은 뒤로 하고 서둘러 제 자리로 뛰어 갈 수밖에.

막 낚시대를 물에 짚어 넣고 있는데 바로 옆에 오늘 두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낚시대를 걸어 올리지 못했던 하남에서 왔다는 낚시꾼의 릴대가 장난이 아니다. 전동릴이 올라오지 않는다는 거다. 낚시대를 담그면서 힐끔힐끔 쳐다보는데 전동릴이 부서질 듯 굉음을 지르면서도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바위에 걸리거나 밧줄 등에 걸린 것은 아닌 듯했다. 물고기가 한 번씩 바늘털이를 하는 듯 한 번씩 쿡쿡 쑤셔 박히는 모습이 엄청난 대물이 걸려 올라오는 게 확실해 보였다. 드디어 낚시대를 다 감고 뱃전으로 고기를 끌어 올렸다.

"세 마리다!"

그랬다. 두 마리가 동시에 걸리는 '쌍걸이'는 그래도 가끔씩 보았지만 세 마리가 한꺼번에 걸린 모습은 처음 보았다. 그것도 삼자는 넘어 보였다. 특히 가운데 낚시 바늘에 걸린 한 마리는 특히 커보였다. 틀림없는 사자였다. 선장이 자로 재보더니 43cm란다.

한 낚시객이 잡은 고기들. 완전히 어물전이다. 장어에 광어에 우럭에.
 한 낚시객이 잡은 고기들. 완전히 어물전이다. 장어에 광어에 우럭에.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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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cm급 우럭, 좁은 쿨러에 들어가는 걸 거부하다

그때부터였다. 여기저기서 우럭을 걸어 올리기 시작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올라오는 한 마리 한 마리가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소위 개우럭이라고 불리우는 우럭들이었다. 30cm 급만 되어도 요즘에는 개우럭이라고 칭하는데 이날 올라오는 우럭들은 그 크기를 압도했다.

진짜배기 '개우럭'이었다. 30cm 급 우럭은 금강급이나 한라급에 불과했다. 백두장사급 즉 50cm가 넘는 우럭부터 심지어 60cm가 넘는 대물 우럭까지 속속 뱃전에 선보였다.

우럭 크기가 마치 대구를 연상케 했다. 큼지막한 배에 커다란 머리통까지 마치 대구를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수십 척의 낚시배가 이곳 해역에 몰려 있는 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해역이라고 해봤자 고기가 나오는 포인트는 반경 300m 남짓이었다. 이십 척이 넘는 낚시배가 이 좁은 포인트를 중심으로 몰려 있다보니 다른 배 낚시줄이 내 낚시줄에 엉키지는 않을까 염려스럽기까지 했다.

선장은 무척이나 바빴다. 우럭사진을 찍어서 조황을 인터넷에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큰 우럭이나 광어가 나오게 되면 사진을 찍는데, 이날 한두 명이 아니고 이날 승선한 낚시객 거의 전부가 동시에 걸어 올리는 바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듯했다.

수심은 60m 남짓이다. 여밭이 아니기 때문에 낚시 바늘이 바닥에 걸릴 염려도 없었다. 한 마리가 걸린 것 같으면 그냥 놔두고 바늘을 흘렸다. 동시에 두 마리를 걸어올리기 위해서였다. 한 시간여 그렇게 낚시를 했을까.

어느새 쿨러가 가득 차고 있었다. 한 마디로 초대박이다. 우럭낚시 15년 동안 이만큼이나 낚아 올린 것은 처음이다. 18명의 낚시꾼들이 걸어올린 30cm 급 이상만 대충 헤아려도 한 사람당 최소 다섯 마리 이상으로 100여 마리가 넘는 듯했다. 다른 낚시꾼들은 광어도 몇 수 했다.

우럭이 큰 관계로 쿨러에 들어가지를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등쪽을  접어서 어거지로 꾸겨 넣어야만 했다. 대단한 우럭 크기였다.
 우럭이 큰 관계로 쿨러에 들어가지를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등쪽을 접어서 어거지로 꾸겨 넣어야만 했다. 대단한 우럭 크기였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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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러가 다들 꽉꽉 채워져 가자, 선장은 오늘은 '조기철수'를 하자고 제안했다. 오후 두 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었다. 낚시꾼들 그 누구도 반론이 없다. 잡을 만큼 잡았고 더 이상 고기를 넣은 쿨러 공간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돌아오는 뱃길. 바람이 선선하다. 8월 1일 여름 휴가가 절정을 치닫는 이날 기억에 남는 낚시를 즐겼으니 그 이상 가는 휴가가 또 있을까 싶다. 하남에서 오신 분은 욕심이 생겼는지 내일(2일)도 출조를 나오겠단다.

뭐 나도 나오고 싶은 욕망은 굴뚝 같지만 아무리 낚시가 좋다고는 하지만 지난주 토요일에 이어 이번주 토요일도 연속 출조했는데 일요일마저 낚시간다고 하면 성난 마누라의 그 후환은 감당하기 어려울 테니 2주 후를 기약할 수밖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물우럭, #신흥낚시, #우성호, #광어, #바늘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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