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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근심이 깊어져 울화병이 생길 지경이다." 휴가차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의 말입니다. 내 친한 친구는 왜 울화병이 생길 정도로 근심이 깊어졌을까? 하는 일이 마음 먹은 대로 잘 안 되는 걸까? 왜 스트레스가 자꾸 쌓이는 걸까?

"친구야! 왜 그렇게 힘들어해?"
"응, 세상 돌아가는 꼴이 그렇네!"

친구는 1960년대 중반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30대 때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깊이 표현했던 세대입니다. 어느새 4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아이들 교육 문제로, 직장에서의 승진 문제로 걱정이 많을 나이입니다. 부부 사이도 갈등이 참 많았던 모양입니다.

원추리 꽃
▲ 원추리 꽃 원추리 꽃
ⓒ 윤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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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근심이 깊어져 울화병이 생길 지경'이 된 진짜 이유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386세대의 특징이기도 한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비롯된 근심입니다. '딱한 인권위원회, 더 딱한 대한민국 국민'을 보면서, 쌍용차 노동자들의 힘겨운 투쟁을 보면서, 4대강 살리기의 어려움과 4대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또 대학 등록금이 계속 인상되면 어쩌나, 남북문제가 자꾸 꼬여지면 어쩌나 하는 근심들이 쌓여서 생긴 울화병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쉽게 고쳐지기 어려운 울화병입니다. 병원에 간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닙니다. 어서 빨리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문제입니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가슴 속에 생긴 울화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근심이 사라지는 꽃 원추리를 바라보며 근심을 잊는 방법입니다.

구례군 서시천변의 원추리 꽃
▲ 원추리 꽃 구례군 서시천변의 원추리 꽃
ⓒ 윤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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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 망우초를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잊을 망, 근심 우, 풀 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근심을 잊을 수 있다 해서 옛 선비들이 좋아했던 꽃입니다. 글 읽는 방 앞 정원에 심어놓고 마음 속 근심이 깊어지면 바라보곤 했던 꽃이 원추리 꽃입니다.

원추리 꽃이 자그마치 100만 송이나 심겨져 있는 곳이 있습니다. 전남 구례군 구례읍 서시천변입니다. 섬진강을 따라 가다 구례읍에서 서시천변을 찾으면 됩니다.

서시천 제방을 따라 걷는 길
▲ 서시천 제방 서시천 제방을 따라 걷는 길
ⓒ 윤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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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근심일랑 벗어 두고 서시천 제방을 따라 길을 걷습니다. 나무와 풀 내음이 향기롭게 코 끝을 스칩니다.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쉬었다 갑니다. 다정히 손잡고 걷는 연인들, 뒤뚱뒤뚱 자전거 타고 재밌게 달려가는 아이들, 운동 삼아 쉬엄쉬엄 걷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참 한가로운 풍경입니다.

원추리 꽃 너머로 지리산이 보입니다.
▲ 길 가의 원추리 꽃 원추리 꽃 너머로 지리산이 보입니다.
ⓒ 윤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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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지리산의 산줄기와 능선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옵니다. 산 위론 하얀 구름이 걸렸습니다. 하얀 구름 위에 살던 신선이 '어서 이리 오라' 손짓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듭니다. 망우초의 효능이 나타나는 듯합니다.

구례군 서시천변의 100만 송이 원추리 꽃
▲ 원추리 꽃 구례군 서시천변의 100만 송이 원추리 꽃
ⓒ 윤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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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우리 100만 송이 원추리꽃 보면서 모든 근심 걱정 잊어 보자꾸나!" 서시천변에 가만히 앉아 잠시 동안이라도 근심을 잊기로 합니다. 원추리꽃을 자꾸 바라보고 있으면 근심 걱정을 잊을 수 있다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참 행복한 시간입니다.

황토집 뒤란에 핀 원추리 꽃
▲ 황토집과 원추리 꽃 황토집 뒤란에 핀 원추리 꽃
ⓒ 윤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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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 민박집에서 뒤란의 원추리 꽃 보며 하룻밤을 쉬었습니다. 다시 힘을 얻었습니다. 어렵고 힘든 세상살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싸우고, 열심히 돈벌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합니다. 몸도 마음도 1980년대처럼, 20대처럼 움직일 순 없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입니다.


태그:#원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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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들로 다니며 사진도 찍고 생물 관찰도 하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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