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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민물고기들이 노니는 모습을 표현한 예쁜 그림이 눈을 끈다.
 토종 민물고기들이 노니는 모습을 표현한 예쁜 그림이 눈을 끈다.
ⓒ 소담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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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가 임진왜란 때 울어서 왜구를 물리쳐 두꺼비 섬(蟾)을 쓴다고 전해지는 섬진강, 넓고 넓은 나주평야를 품고 어느 강보다 조수 영향을 많이 받아 과거 뱃길 요지였던 영산강, 래프팅으로 유명하고 천연기념물과 희귀 동식물들이 사는 물 맑기로 소문난 동강, 비단결 같은 물길과 부여의 백마강이라 불리며 낙화암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금강, 백제 교역 때 '한수'라는 중국식 이름에서 '한수', '한강'으로 불리게 되었고 순 우리말 '한 가람'에서 비롯된 한강.

'4대강'의 요란한 구호와 정치적 선동도구로 전락해버린 우리 '강'. 문화와 생태의 보고인 그 소중함을 어찌 이루 말로 다 할 수 있겠는가.

한반도 구석구석을 돌아 바다로 내려가는 우리 강은 우리만의 고향이 아닌 물고기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곳이라면 결국 인간도 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면 결코 강이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진정 '죽이기'가 아닌 '살리기'를 해야 한다)

동화는 아이들의 맑고 고운 마음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 색연필과 같다. 우리에게 잊히고 사라지는 것들과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기억은 앞으로 살아갈 세대에게 더욱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수려하고 굵은 선의 필체로 그린 물고기 그림과 이에 어울리는 아름답고 생생한 이야기로 펼쳐지는 우리 강에 사는 토종 물고기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우리 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총6편의 이야기다.

섬진강의 각시붕어는 자신이 물고기가 맞는지 의심한다. 지느러미와 아가미를 갖춘 외향과 관계없이 자신이 조개에서 태어난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 젊은 각시붕어는 자신의 존재의 근원인 부모를 찾아서 떠난다. 여행의 이야기는 부모를 찾는 '니모'를 떠오르게 했다. 조개에서 나왔다는 각시붕어의 이야기는 뻐꾸기의 일방적인 '탁란'과는 다르다. 각시붕어는 조개의 알을 퍼뜨려서 놓아주고 대신 조개가 자신의 알을 보호해주는 것으로 역할을 교환하는 지혜를 보여준다. 공생하는 수생동물들끼리의 관계를 인간이 본받을 수 있을까.

영산강에서는 전운이 감돈다. 어디선가 크게 일어날 것 같은 피바람의 물결이 긴장을 더하게 한다. 토종과 외래종간의 한판 승부. 물속 전쟁이 흥미롭다. 매기와 쏘가리를 내세운 토종과 베스, 블루길 등의 외래종 군단과의 전쟁은 이미 뉴스를 통해서 우리가 알다시피 토종의 참담한 패배로 끝난다. 쏘가리장군을 모시던 꺾지는 쏘가리가 죽고 전쟁에 지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칠성장군'을 찾아 나선다. 칠성장군이라 불리는 가물치를 결국 장군으로 영입하고 동료들을 모아 다시 외래종과의 전쟁을 준비한다.

동강의 이야기 두 편, 첫 번째인 '바다로 떠난 별마루'는 동강에 사는 산천어 이야기이다. 몸이 자라면 바다로 나가는 산천어의 모험. 바다로 나가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의 송어가 되어 고향과 같은 민물로 돌아온다. 떠난 별마루와 남아 있는 산천어들의 기다림의 이야기가 애틋하게 펼쳐진다. 바다로 나가면 송어가 되는 산천어도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이었지만 송어가 되어서도 자식을 낳기 위해서는 다시 고향으로 올라와야 한다. 어려움이 왜 없겠는가. 바다로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목에 새로 생긴 장애물들. 수중 보와 갑문, 곳곳에 인간들이 통째로 쳐 놓은 그물을 피하지 못해 죽어가는 송어들.

두 번째는 가을이 깊어 바다에 갔던 '별마루'가 다른 송어들과 함께 돌아오면서 행복이 펼쳐진다. 산천어 각시와 사랑을 나누고 도랑 밑바닥에 알을 낳고 죽는다. 별마루가 낳은 아들 '아름이'가 다시 바다로 향하는 꿈을 가지고 1년이 되자 결국 강의 터줏대감인 할아버지를 뒤로 하고 바다로 떠난다.

한강에서는 물고기가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를 이어오는 동안 어생(魚生)(?)을 통해 깨달은 생태계의 진리를 철학으로 풀어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세상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한 몰개는 자신의 의문을 풀기 위해 밤섬에 사는 비단잉어 '소크라테어'를 찾아가 인생의 해답을 구한다. 생명의 이치를 해설하는 소크라테어는 '관계'로 이어진 생태계는 어느 하나가 모자라서도 안되며 태양으로부터 시작해 땅과 물, 그 속에 생명들이 서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고기로부터 듣는 인간이 숙연해지는 순간이다.

금강은 절에 사는 인간, '동희'가 주인공이다. 그곳의 물고기 박사 동희는 절에도 많은 물고기와 관련된 목탁, 목어, 풍경 등의 이야기를 스님과 나누다가 억지스러운 스님의 말씀에 항상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물속에 물고기가 탑을 쌓으면 엄마가 돌아온다는 스님의 말씀을 믿지는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물속에 쌓여 있는 돌탑을 보고 놀라 선생님께 달려가고 선생님은 어름치가 알을 낳기 위해 물에다 돌탑을 쌓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입가가 헐어가면서 어렵게 쌓은 돌탑 사이로 알을 낳는 어름치는 수위를 구별해 탑을 쌓으면서 그해의 비오는 양을 예측한다는 경이로운 이야기도 소개한다. 이는 수위에 따른 햇빛의 투과량을 조절해 되도록 많은 알들이 부화하도록 돕는 어름치의 지혜라 한다.

물속의 물고기를 바라보는 것은 바로 우리 인간세상을 들여다보는 것과 다름없다. 그들의 삶이 곧 인간의 삶과 닮아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의 삶과 사회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연속의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는 때가 있었다. 얼마 전부터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다. 지금은 티브이나 책속에서나 소개되는 풍경이다. 기껏 현장학습이나 체험학습을 통해서 촌을 찾는 아이들.

한창 자라는 어린아이들이 순수함을 잃고 참고서와 문제집의 무게에 눌려 학원을 전전하는 모습이 무척 안타깝다. 흙 한번 밟아 보지 못하고 '아쿠아리움'이나 가야 볼 수 있는 살아 있는 물고기, 외래 열대어들. 우리 산과 강에 어떤 생물이 더불어 사는지 영영 알지 못할 것이 두렵기도 하다. 우리 마실 물이 어디서 오며 그 물속에 어떤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지 아이와 함께 나누어 보고 또 그들의 삶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인간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깨닫는다면 이 '생태동화'의 역할은 다한 것이라고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본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맑고 깨끗한 우리 강 토종민물고기/서지원 글, 원성현 그림/소담주니어/9800원



토종 민물고기 이야기 - 맑고 깨끗한 우리 강, 생태동화 1

서지원 글, 원성현 그림, 꿈소담이(2009)


태그:#물고기동화, #생태동화, #초등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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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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