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시에서 발표한 중랑천 개발 계획과 선착장 조감도
▲ 중랑천 개발 계획 서울시에서 발표한 중랑천 개발 계획과 선착장 조감도
ⓒ 서울시

관련사진보기


중랑천에 배를 띄운다고?

서울시는 총 사업비 1960억 원, 수변문화공원 조성에 480억 원을 투입하여 안양천과 중랑천에 뱃길을 2012년에 완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구간에 운행되는 수상버스는 한강 유람선과 비슷한 규모로 폭 7.0m, 길이 25m로 150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수상택시는 8명이 탈 수 있는 규모로 운행하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인데, 현실적으로 이 구간에 뱃길을 만든다는 것은 여러 이유로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중랑천은 경기도 양주에서 시작돼 의정부를 거쳐 서울의 중랑구와 동대문구의 경계를 만들고 성동구를 거쳐 빠져나가는 총 길이 45.3Km의 한강 제일 지천이다. 중랑천 변에 동부간선도로가 있고, 20개의 교량이 있다. 이중 장안교에서 한강으로 빠져나가는 7.2Km 구간에 뱃길을 만들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종이배나 띄우시지, 무슨 배를 띄운다고...

중랑천은 청계천과는 달리 건천은 아니지만 유속이 느리고 수량이 많지 않은 하천이다. 평소 수심은 얕은 곳은 바닥이 드러나 있고, 보를 세워 깊은 곳은 500mm밖에 되지를 않는다. 이러한 환경에서 배를 띄운다는 것은 터무니없어 보인다. 그에 따라 서울시는 바닥을 파내 깊이를 충분히 확보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중랑천 바닥을 2m까지 준설하고 물을 채우면 배를 띄우는 데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계획은 심각한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우기에 쓸려 내려오는 토사를 감안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수심 5cm 정도로 유사와 함께 떠내려온 돌들이 드러나있다.
▲ 바닥이 보이는 중랑천 수심 5cm 정도로 유사와 함께 떠내려온 돌들이 드러나있다.
ⓒ 김일현

관련사진보기


중랑천은 평상시 수심이 낮지만 우기나 집중호우 시 수심이 높아지고 유속이 상당히 빨라진다. 그에 따라 상류의 토사들이 하류로 흘러내려가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바닥을 준설하여 깊이를 확보하더라도 토사가 쓸려 내려와 다시 바닥을 높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결국 주기적으로 준설을 계속해 주지 않으면 뱃길은 유지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중랑천 인근에서 오랫동안 거주했던 주민들이 "종이배나 띄우면 딱이지 무슨 배를 띄운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처럼 중랑천 뱃길은 세금 낭비가 될 공산이 크다.

재개발에 쫓겨나는 것은 철새나 물고기도 마찬가지가 될 건가?

서울시 환경보전연구원이 2007년 4월부터 12월까지 중랑천의 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잉어, 붕어, 메기, 미꾸라지 등의 어류와 실지렁이, 거머리 등 환형동물, 물달팽이, 왼돌이물달팽이 등 연체동물류, 깔다귀, 잠자리, 땅콩물방개, 물땡땡이 등의 곤충류 등 모두 31종의 하천동물이 살고 있고, 이들을 먹이로 삼는 백로와 왜가리, 가마우지, 야생오리 등의 조류들도 발견된다고 발표했다. 중랑천의 수질개선사업으로 인하여 생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생태는 상류보다는 하류에 주로 자리하고 있는데, 중랑천 뱃길로 예정된 구간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결국 뱃길로 개발이 되면 어렵게 복원되고 있는 생태는 다시 손상될 것으로 보인다. 수중생물들이 준설작업으로 인하여 사라지고, 뱃길을 위해 만들어진 구조물과 배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오염물질은 수질을 악화시켜 생태가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철새와 물고기가 사라져버린 황막한 곳에 배가 다니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생태하천 복원이라는 또 다른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니 이율배반적인 시정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청계천과 같이 중랑천 상류에 정수된 물을 끌어올려 흘려보낸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것도 범람의 위험을 가중시키고, 세금 낭비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중랑천에는 수중, 수상 생태가 살아있다
▲ 중랑천 위로 왜가리가 날고있다 중랑천에는 수중, 수상 생태가 살아있다
ⓒ 김일현

관련사진보기


무엇을 위한 뱃길인가?

위에서 언급했듯 중랑천에는 20개 교량이 있는데, 장안교부터 하류까지 10여 개의 교량과 교각이 있다. 그리고 하류에는 배가 다니기 위해서 철거해야 할 다리가 두 개가 있다. 교각이 촘촘히 많은 다리와 낮게 시공된 다리로 배가 다니기 위해서는 철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시 교각을 줄여서 세우고 높이를 높여야 하는데, 그것이 쉬운 것이 아니므로 철거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교통수단으로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데, 정작 두 개의 교량이 사라진다면 교통 상황을 좋지 않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한강으로 들어가기 전 사적 제160호 '살곶이 다리'도 뱃길로 인하여 위협을 받게 된다. 조선시대 돌로 만들어진 가장 긴 다리라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다리지만 뱃길로 인하여 훼손당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사적 제160호
▲ 살곶이다리 사적 제160호
ⓒ 김일현

관련사진보기


7.2Km 뱃길, 누가 이용할 것인가?

이 모든 것을 양보하고서 뱃길이 아주 유용한가를 따져본다면 그것마저도 긍정적이지 못하다. 명목상으로 뱃길이 한강으로 이어져서 안양천까지 연결하여 수상교통을 통해서 관광 효과와 교통 분담을 하겠다는 것인데, 사실상 한강에서 운행 중인 수상택시의 경우 이용자가 적어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지천까지 배를 운행한다고 이용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장안교에서 뱃길을 넘어 옥수역까지 8.81Km 구간은 자동차로 약 9분 정도 걸리고, 자전거로 30분(시속 17Km/h 저속 주행 시)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전철로는 회기에서 옥수역까지 4정거장으로 약 11분이 소요되고, 현재 운행 중인 시내버스 노선은 16.7Km로 교통상황을 감안하더라도 2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데 배를 타고 과연 이 구간을 얼마나 짧은 시간에 도달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직선거리도 아니고 긴 곡선구간을 달려야 하고, 안전 때문에라도 고속으로 달릴 수 없으니 교통수단으로 가치가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배를 타기 위해서는 선착장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있는데, 대중교통과 연개가 어렵다는 점에서 교통수단으로는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랑천 뱃길 사업이 발표되자 아주 신속하게 한나라당 홍준표 지역구 사무실에는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었고, 주민자치위원회에서 환영 플래카드를 거리에 내걸었다. 그리고 뱃길로 인하여 인근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여 놓았다. 서울에 속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에서 불리한 지역이었던 동북부지역에 부동산가격 상승 호재가 될 것이라며 찬성의 목소리를 모으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중랑천과 청계천으로 이어지는 어도를 알리는 안내판
▲ 어도 안내판 중랑천과 청계천으로 이어지는 어도를 알리는 안내판
ⓒ 김일현

관련사진보기


배가 다니는 중랑천이 아닌, 생태가 흐르는 중랑천이 되기를...

서울시는 '중랑 물재생센터'에서 정수된 물을 17km 위쪽 중랑천 상류와 5개 지천으로 끌어올려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게 하겠다고 밝혔다. 한 해 전기료만 10억 원이 넘게 들며, 매일 20만 톤의 물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상류의 하천 바닥에 석재를 깔아 원활하게 정수된 물들이 하류로 흘러가게 해주어야 한다. 결국 상류의 생태마저 손상을 시켜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하천바닥으로 흡수되는 물의 양이 크게 줄어서 범람의 위험도 있다고 한다. 수중생태가 자리를 잡지 못하는 청계천과 같은 모습이 돼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하류에서는 하천의 바닥을 파내고 배를 띄운다니 중랑천의 생태는 심각하게 훼손이 되는 것이다. 결국 세금은 세금대로 지속적으로 지출이 되는 비효율적이며 파괴적인 개발로 이어질 것이 우려된다.

청계천 철새보호구역이라고 쓰여있지만 중랑천에 세워져있다.
▲ 철새보호구역 표지판 청계천 철새보호구역이라고 쓰여있지만 중랑천에 세워져있다.
ⓒ 김일현

관련사진보기


도시에 흐르는 하천에서 생태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오염을 막고, 하천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해주는 친환경적인 개선책이 나와야지 개발의 논리로 많은 것을 파괴하여 인공적인 것들로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정부가 주장하는 '저탄소 녹색성장'과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하천의 원래의 목적과 원래의 생태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설치 되었던 시설물들을 철거하면서까지 생태를 살리려고 노력을 하는데 비해 정치적인 논리로 엄청난 재앙을 몰고올 하천정비 및 운하, 뱃길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유감스러운 것이다. 환경은 우리가 주인이 아니다. 우리 후손에 잠시 빌려쓰고 있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태그:#중랑천뱃길, #중랑천, #서울시, #청계천, #오세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생활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노동자들이 겪고있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알게모르게 지나치는 많은 문화유산에 대한 기사도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