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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전복도 넣었어요?"
"응, 무조건 한사람 앞에 하나씩이야. 운이 좋은 사람은 큰 거 먹을 수 있어."
"작은 거라도 좋아요. 전복이니깐."
 
올케의 환한 웃음이  기분을 더욱 좋게 해준다. 큰 그릇에 푹익은 삼계탕과 전복, 대추, 마늘을 넣어 상에 차려냈다. 올케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마음먹고 하시면 이렇게 잘 하시면서" "이 거 하나도 안 어려워 이 정도도 못하면 어쩌라고.  살림살이가 몇 십 년인데" 했다.

 

지난주 중복날이었다. 오랜만에 동생네 식구들과 딸아이 식구들 모두를 불렀다. 중복이니깐 삼계탕이나 먹자고. 아들아이가 올 줄 알고 11마리를 샀다. 하지만 아들은 바빠 그주에는 못 온다고 해서 10마리만 끓였다. 삼계탕을 한 번에 10마리를 끓여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많아야 5~6마리 정도였다.

 

 

워낙 양이 많은지라 두 군데의 압력솥에서 끓여낸 후 다시 큰 들통에 모아서 푹 끓였다. 그릇에 담아 내니 상이 꽉찬다.

 

"자 맛있게 먹어요. 우리 조카들도 많이 먹고. 닭죽도 끓여 놨으니깐."

 

많은 양을 끓여서인가? 남편은 "여태까지 먹어본 삼계탕 중에 제일 맛있는데. 연하고 부드럽게  아주 잘 끓였어" 한다. 이번에는 닭의 껍질도 모두 벗겨냈다. 올케는 "껍질 벗기려면 손도 많이 갔을 텐데요" "우리식구들은 몸에 지방이 부족한 사람이 없는지라 모두 벗겨냈으니깐 마음놓고 먹어. 살 찔 염려 없으니깐" 했다. 닭은 껍질과 살 사이에 기름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학교 생활로 바쁜 두 조카도 마침 방학 중이라 와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삼계탕 끓이느라 더웠던 것이 단번에 날라가는 듯했다.

 

배 부르다고 하면서도 찹쌀과 당근, 양파를 넣고 끓인 닭죽들도 잘 먹는다. 가끔 이런 시간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도 이것저것 많이 하지 말고 메인음식 한두 가지하고 김치를 맛있게 해서 상차림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도 삼계탕과 해물파전 두 가지만 하고 있는 김치만 차려냈다. 그래도 푸짐해 보였다 .모두들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너무 많이 차리면  특별히 무엇을 맛있게 먹었는지 생각도 잘 안 날 때가 있다고 한다.

 

모두들 잘 먹었다고 하니 나는 더 고마웠다. 우리는 가족은  모두 모여도 20명도 안 된다. 멀리 사는 언니네는 이번에 며느리를 얻어서 5명이지만  잘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가까이 사는 동생네 식구 4명, 딸네 4명, 우리 3명이 전부인 것이다. 기분 좋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동생네 식구들이 돌아갔다. 그들이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다음에는 해물 손칼국수를 맛있게 해서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동생네를 배웅하고 들어오니 남편이 설거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난 너무나 놀라서 "아니 웬일이야? 설거지를  다하고?" "오늘(24일) 삼계탕 많이 끓이느라 고생했으니깐 설거지는 내가 해줄게. 그리고 아주 맛있게 먹기도 했고" 한다.

 

딸아이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면서 웃는다. 난 구태여  남편을 말리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부는 더많이 도우면서 살아야한다는 것이 평소 나의 주장이기도 하다. 남편이 설거지를 도와주니 그날의 피로는 절로 풀어지는 것만 같았다.


태그:#삼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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