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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 기사는 지역에서 의미있는 생태활동을 꿈꾸는 이들의 활동을 그린 기사다.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이런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꿍꿍이를 꾸미는 이들을 위해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1부에서  '마을생태길눈이'라는 개념은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http://www.maul.or.kr/)의 생태자료실 '[생태공동체] 마을생태길눈이란 무엇인가?' 게시글의 첨부파일을 함께 읽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두 번째 시간이다. 마음을 모으는 의미로, 자연과 관련된 노래를 매주 한 곡씩 배우기로 했다. 오늘은 백창우씨의 '하나뿐인 지구'이다. 산후조리를 하면서 아내와 함께 매일 듣고 있는 곡 중에 하나다. 녹색단체에서 환경운동 캠페인을 할 때 많이 쓰이는 노래이기도 하다. 4명이나 알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몇몇 있기 때문이다. 노래를 배우고, 모둠을 나누고, 조사방법과 유의사항을 나누는 것으로 우리모임을 시작했다.

(노래배우기) 창작동요 <하나뿐인 지구>(백창우 시/곡)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고운 꽃들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세상 우리들의 지구
아침이면 환한 햇살아래 새들이 지저귀고
밤이면 하늘 가득히 은하수 반짝이는
우리들의 푸른 지구 동그랗고 예쁜 초록별
우리 손으로 가꿔야 할 하나뿐인 지구

맑은 바람이 불고 하얀 구름이 떠가는
아름다운 세상 우리들의 지구
아지랑이 뽀얀 들판엔 나비떼 춤을 추고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매미떼 노래하는
우리들의 푸른 지구 동그랗고 예쁜 초록별
우리 힘모아 지켜야 할 하나뿐인 지구

좌측 상단부터 스머프조, 시원조, 솔진조, 풍경 모둠
▲ 모둠 나누기 좌측 상단부터 스머프조, 시원조, 솔진조, 풍경 모둠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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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편성] 오늘은 지도를 들고 나온 첫 시간이다. 마침 장마기간에 낀 맑은 날이다. 우리는 4개 모둠으로 나누어 516번지의 '나무'들을 조사하기로 했다. 짧은 구간에 있는 나무를 전부 조사해 보자는 거다. '스머프'모둠(영준, 영기), '소리'모둠(재혁, 솔이), '풍경'모둠(윤정, 윤환), '시원'모둠(수지, 재원)으로 나누었다. 시간은 1시간, 일찍 끝난 모둠은 팥빙수 먹으러 가도 된다는 '당근'으로 동기부여까지 했다.

향나무가 보이고 있다. 우리동네 가장 많은 나무 중 하나다.
▲ 저 나무는 무엇? 향나무가 보이고 있다. 우리동네 가장 많은 나무 중 하나다.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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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방법] 이웃집 벽을 따라 심겨진 나무들의 이름과 키, 개체 수를 조사하는 것이다. '재혁'형은 조경을 전공한 사람답게 '표기법'(개수 이름 : H0.0)을 알려주었다. 예를 들어, 5미터가 되는 소나무 2그루를 만났다고 하자. 지도상에 점을 찍고, (2 소나무 : H5.0) 이렇게 표기한다. W는 나무 전체의 폭, R은 밑동의 지름을 나타낸다고 알려주었지만, 그것까지 한다면 욕심이라는 다수의 의견에 조사하지 않기로 했다.

시원모둠이 담당 골목을 돌며, 나무를 살피고 있다.
▲ '시원' 모둠 활동사진 시원모둠이 담당 골목을 돌며, 나무를 살피고 있다.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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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사항] 나무를 조사하러 이리 저리 돌아다니면, 동네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꺼라는 '윤정'이의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지역활동가'답다. 한두 번 얼굴을 마주친 적은 있지만, 집집마다 돌며 나무를 조사하고 지도에 옮겨 적고, 사진까지 찍으니 이상하게 보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만든 명찰이 한몫 톡톡히 했다.

'마을생태길눈이'라는 명찰을 내밀며, '동네 사람인데, 마을에 어떤 나무와 꽃이 있는지 조사하고, 공부해서, 생태지도도 만들고, 동네 아이들에게 설명도 해주려 한다'고 말하면 '허허, 좋은 일 하시네요!'라고 격려해 주신다. 이를 계기로 얼굴도 트고, 말도 붙여 보는 거다. '근데, 저 나무 이름이 뭔가요?'하고 물으면, '살구나무인데, 열매가 아주 많이 열려요! 꽤 오래된 나무에요'라고 말하며 뿌듯해 하신다. 우리 동네엔 정원을 가꾸며, 나무와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마을생태 탐사를 하면서 감나무에 날아든 새(참새와 까지 비둘기 말고는 구분하기 힘든 나이기에 이름은 알지 못함)를 목격했다. 아직 익지도 않은 땡감. '새들이 땡감을 쪼아 먹는구나!'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저렇게 쪼아 먹으면, 남아나겠나? 걱정도 됐다. 하루 정도 계속 생각해 봤다(생태교육은 이런 의문을 가지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식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 생태교육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새가 설마 땡감을 다 먹어 치우겠나? 너무 많이 달렸으니, 새도 먹고, 비바람에 떨어지고 하다보면, 알차게 여문 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겠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자연의 이치를 터득한 마냥 뿌듯함이 느껴졌다(아직은 얕은 수준이란 걸 안다. 허나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직 익지도 않은 땡감. '새들이 땡감을 쪼아 먹는구나!'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저렇게 쪼아 먹으면, 남아나겠나? 걱정도 됐다. 하루 정도 계속 생각해 봤다. 새가 설마 땡감을 다 먹어 치우겠나? 너무 많이 달렸으니, 새도 먹고, 비바람에 떨어지고 하다보면, 알차게 여문 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겠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자연의 이치를 터득한 마냥 뿌듯함이 느껴졌다.
▲ 감나무에 앉은 산새들. 아직 익지도 않은 땡감. '새들이 땡감을 쪼아 먹는구나!'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저렇게 쪼아 먹으면, 남아나겠나? 걱정도 됐다. 하루 정도 계속 생각해 봤다. 새가 설마 땡감을 다 먹어 치우겠나? 너무 많이 달렸으니, 새도 먹고, 비바람에 떨어지고 하다보면, 알차게 여문 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겠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자연의 이치를 터득한 마냥 뿌듯함이 느껴졌다.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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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잡 넝쿨인가? 이게 뭐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개나리였다. 노란색 개나리만 생각했지, 그 이후에는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던 것이다. 몰라보기는 목련도 마찬가지다. 어쩜 이렇게 절기마다 다른 얼굴일까. 이 길은 내가 수 백 번도 더 오간 길이다. 생활 속에 놓치는 것들이 어디 이뿐일까? 생태탐사는 '함께'지만 '함께하지 못했던'것들과의 신선한 만남이다.

스머프 모둠에서 이상한 잡풀을 발견했다. 여기 분명 많이 오가던 거리인데, 이게 뭐지? 집으로 돌아와 식물도감을 펼친 후에야 개나리임을 알았다. '맞다. 그 골목은 봄이면 항상 노랗게 물드는데....' 여름 개나리의 모습은 이렇다.
▲ 웬 잡 넝쿨? 뭐! 개나리라고? 스머프 모둠에서 이상한 잡풀을 발견했다. 여기 분명 많이 오가던 거리인데, 이게 뭐지? 집으로 돌아와 식물도감을 펼친 후에야 개나리임을 알았다. '맞다. 그 골목은 봄이면 항상 노랗게 물드는데....' 여름 개나리의 모습은 이렇다.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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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복숭아·모과·살구·은행·감·앵두나무, 목련·개나리·단풍·벚·수수꽃다리·개오동·소나무·느티나무 그리고 능소화(이렇게 분류한 이유는 첫 번째는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과실나무이고, 두 번째는 관상수이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에서 발견한 나무들이다. 종류가 그렇게 많지 않다.

은행 나무에 껍질이 벗겨져 있다. 장난친게 아니라, 병충해를 막기 위해 이렇게 해주었을 것이라는 재혁님의 설명.
▲ 이건 왜 이래? 은행 나무에 껍질이 벗겨져 있다. 장난친게 아니라, 병충해를 막기 위해 이렇게 해주었을 것이라는 재혁님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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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복숭아나무(이상 영기), 모과, 살구나무(이상 영준), 단풍, 소나무(이상 재원), 벚나무, 수수꽃다리(이상 윤환), 개오동, 은행나무(이상 솔이), 앵두나무, 능소화(이상 수지), 향나무, 주목나무(이상 재혁), 목련, 감나무(이상 윤정)에 대해 각자가 조사하기로 했다. 한 나무에 A4 한 장씩 조사한다. 인터넷과 식물도감에 있는 내용을 위주로, 재밌는 이야기들을 모아 서로 알려주기로 했다.

스머프모둠 : 골목에 빼곡이 나무 이름과 높이를 적어두었다. 다행히 알고 있는 나무들이 많았다.
▲ 생태지도 만들기 스머프모둠 : 골목에 빼곡이 나무 이름과 높이를 적어두었다. 다행히 알고 있는 나무들이 많았다.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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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모둠별 지도를 모아서 인수동 생태지도를 완성하고, (자연)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어 볼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인수동 마을신문 www.welife.org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마을생태길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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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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