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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새벽 0시 20분, 쌍용자동차 노조의 평택공장 점거농성이 62일째를 맞았다.

 

노조가 점거 중인 도장공장 옥상은 전날(21일) 경찰이 헬기를 동원해 투하한 최루액의 매캐한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검게 그을린 한상균 노조지부장의 얼굴은 오랜 투쟁으로 인해 다소 지쳐보였다. 하지만 짧은 스포츠형 머리에는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붉은색 띠가 단단하게 매여져 있다. 검은색 뿔테 안경 너머로 보이는 작은 두 눈에도 피곤함보다는 턱밑까지 밀고 들어온 공권력의 무력시위로 인해 긴장감이 배어 있다.

 

한상균 지부장은 "영문도 모르게 다가온 정리해고 때문에 쌍용차 조합원들은 처절한 투쟁을 하고 있다"며 "'해고는 살인'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수면가스로 생체실험을 하는 것처럼..."

 

물도 끊겼다. 가스 공급도 중단됐다. 각종 음식이나 의약품은 아예 들여올 수가 없다. 심지어 단수 조치로 화장실에서 볼일조차 볼 수가 없다. 도장공장 내부는 처참한 난민 수용소를 방불케 했다. 3000여 명의 경찰이 둘러싼 도장공장은 조합원의 가족은 물론 취재진조차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한상균 지부장은 "조합원들은 극도로 예민한 심리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사람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감옥에서도 볼 수 없는 비인격적인 말살 행태가 쌍용차 내부에서 자행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수면가스로 생체실험을 하는 것처럼 이번 사태를 노동유연화 정책의 마루타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며 정부의 대응을 맹비난했다.

 

그는 공권력 투입 임박설과 관련 "우리는 생존권을 위한 합법적 투쟁을 하고 있지만, 정부는 최루액을 쏘면서 자본과 합작품으로 노동자를 압박하고 있다"며 "그동안 '함께 살자'는 생각이, 이제는 '함께  죽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극도로 날카로워진 노동자의 분노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며 "(정부와 사측이) 정말 (물리적 충돌을) 원한다면 우리도 회피할 생각이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다음은 한상균 지부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요지이다. 한 지부장과의 인터뷰는 22일 도장공장 옥상에서 새벽 12시 20분경부터 1시간 가량 진행됐다.

 

 

- 현재 공장 내부 상황은 어떤가?

"함께 살자고 시작한 투쟁이 62일째다. 우리의 요구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일반 국민들 다수가 지지하고 있는 주장이다. 쌍용차가 위기에 직면한 원인이 있다. 외국자본(상하이차) 문제가 걸려있는데, 그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먹튀자본', 상하이 자본의 범죄행위를 관리 못한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계속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영문도 모르게 다가온 정리해고 때문에 쌍용차 조합원들은 처절한 투쟁을 하고 있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단수, 가스 공급 중단, 각종 부식·의약품 공급이 중단돼 있다. 어린 아이들을 비롯해 부모, 형제와의 상봉이 차단된 상태다. 조합원들은 극도로 예민한 심리상태를 보이고 있다. 우울증과 정신적 압박을 느끼고 있고, 스트레스에 의해 고혈압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의약품 조달이 안 돼 큰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단수 조치 이후) 화장실도 못 간다. 변을 어디에 눠야 할 지 답이 없는 상황에서 긴긴 밤을 뜬눈으로 지새워야한다. 강제수용소, 그 이상이다. 사람이 살 수 없을 뿐 아니라 짐승도 살 수없는 상황이다."

 

- 20일 쌍용차 노조 간부의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동지의 아내가 사측의 회유와 협박, 그리고 (공장 내부로) 공권력 침탈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에 겁을 먹고 자결을 했다. 전체 노동자의 아내가 죽은 것이다. 비통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현재 조합원들은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 사측과 공권력이 우리 피를 더 말리게 한다면, 이후 벌어질 불상사가 어디까지 갈 지 가늠할 수 없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노조지도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조합원들을 자제시키고 있지만, 통제가 안 된다."

 

- 경찰의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고 하는데.

"또 다시 극도로 날카로워진 노동자의 분노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정부와 사측이) 정말 (물리적 충돌을) 원한다면 우리도 회피할 생각이 없다.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서는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살자'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사측, 노동자의 결단이 삼위일체가 된다면 해결될 수 있는데도, 이렇게 난항을 겪고 있다.

 

사측은 노동자에게 모든 것을 열어줬다고 하지만 모든 게 정리해고의 강행이었다. 그래서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우리는 생존권을 위한 합법적 투쟁을 하고 있지만, 정부는 최루액을 쏘면서 자본과 합작품으로 노동자를 압박하고 있다. 그동안 '함께 살자'는 생각이, 이제는 '함께  죽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 지금 현재 가장 어려운 문제는 무엇인가?

"어차피 해고자 신분에 있는 노동자들은 밖으로 나가도 절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정도 고통은 감내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람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감옥에서도 없는 비인격적인 말살 행태가 쌍용차 내부에서 자행되고 있다."

 

- 정부나 사측과 물밑 협상이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나?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서로 입장들을 확인하고 있다. 갭(차이)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는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수면가스로 생체실험을 하는 것처럼 이번 사태를 노동유연화 정책의 마루타로 삼으려는 것 아닌가."

 

-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 20일 "세계 자동차시장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SUV 중심인 쌍용차의 생존 가능성을 대단히 낮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당장 생산에 들어가더라도 생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의미인데.

"쌍용차는 나름대로 저력이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 상하이차에 매각된 후 4년 동안 신차 하나 없이 견딘 것은 기적이 아니라 적극적인 고객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적자금은 투자다. 대우조선에 투자해서 은행도 돈 많이 벌지 않았나.

 

단, 그 시점이 늦어질수록 (회생에) 근접하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양보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노동자의 영혼까지 말살하려는 경영진을 보면서…….특히 어제는 동지의 아내가 타살됐는데, 사측이 방송차를 통해 '오!필승코리아'라는 노래를 틀었다. 우리를 조롱하는 것 아닌가. 그런 자세로 문제를 풀려고 했기 때문에 사태가 여기까지 왔다. 국민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정부도 결단하고, 사측도 전향된 자세로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저는 구속을 감수하고 언제든 공개토론에 나설 자세가 돼 있다. 국민 앞에서 옳고 그름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공개토론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 정부도 피하지 말라. 이미 공개적으로 나서는 것 아닌가. 이미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았나. 노사 간의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키를 가지고 있다. 사태 해결을 위해 이제는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 회사 측에서는 '산 자와 죽은 자'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살아남은 자, 즉 비해고자 3000여 명과 20여만 명의 하도급 업체, 판매업체 등의 생존권도 중요하다는 것인데.

"어느 날 갑자기 해고 통지를 받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입장은 당하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영문도 모른 채 정리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다수의 이익'이라는 이름으로 묻힐 수 없다. 회사측은 생산성 운운하면서 정리해고를 했지만, 그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의 일방적 잣대로 정리해고를 하고, 그것만이 회사 회생의 지름길이라는 것에 동의 못 한다.

 

회사가 제안한 영업직, 분사, 협력사 취업 알선 등도 결국 정리해고다. 협력사에 취업을 알선한다면서  마치 노조에 신경을 쓰는 것처럼 언론플레이 하고 있지만, 세살 먹는 어린이도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협력사 노동자 다수가 공장을 떠났다. 무급휴직으로 떠나고, 순환근무까지 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협력사에 원청의 힘으로 압력을 넣어서 취업을 시키겠다는 것은 원청의 무책임한 횡포다. 우리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지침까지 어겨가면서 회사에 자구안을 제출했다. 근무형태를 바꾸고, 임금을 25% 삭감하는 등 일자리 나누기로 함께 살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사측이 이것을 역이용하고, 중앙 관제 언론을 통해서 우리의 진정성을 왜곡하고 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있다"

 

- 최소한 경찰의 공권력 투입에 의한 물리적 충돌로 야기될 무고한 희생은 막아야 하지 않나?

"물리적 충돌 전에 이미 5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떴다. 모두 산재로 인정받았고, 분명한 사회적 타살이다. 사측의 대량 학살이었다. 이것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예단하기 어렵다. 노동자들이 극도로 분노하고 있고, 닫혀 있는 공간에 대한 압박감이 심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하는 사측, 정부의 행태를 보면서 그렇게 됐다. 살고 싶지만 분노가 이미 넘쳐나서,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겠느냐. 다 같이 죽자' 이런 얘기를 담배 한 대 피면서 스스럼없이 하는 상황이 됐다. 지금은 그 나마 담배까지 공급이 차단돼 금단현상이 추가됐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치를 떨고 있다."

 

- 노조지부장으로 이번 투쟁을 이끌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

"조합원 동지들, 그리고 가족들이 정리해고 광풍에 휘말려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먼저 뜬 것이 가장 가슴 아팠다. 또한 적게는 10년, 많게는 30년간 함께 일한 동료들 간에 '생존'이라는 두 글자만으로, 그것도 경영진의 아주 저속한 노동자 갈라놓기에 의한 음모로 인해서, 스스로 반목하고 갈등하고 때로는 원망하고, 친구 사이, 선후배 사이, 동료 사이를 다 저버릴 때, 지부장으로서 참담한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반년 이상 아이들 학원을 끊고, 인간다운 삶을 다 포기하면서 가정을 지켜온 모든 쌍용차 노동자 아내들의 절규들이 없게끔 했어야 하는데, 지부장으로서 고통만 안겨주고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서 가슴이 아팠다."

 


태그:#쌍용차, #한상균 노조지부장, #싸용차 노조 점거농성, #정리해고, #최루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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