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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도서 관련 정보를 담은 월간지다
▲ 책 잡지 L창간호 살아있는 도서 관련 정보를 담은 월간지다
ⓒ 여산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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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월간지 'L'의 창간을 보면서 나는 갑자기 김상용 시인의 시귀 한 구절이 생각났다. "왜 사냐 건 웃지요"

출판유관기관에서 만드는 책 잡지마저 갈수록 위축되는 이 시기에 왜 책 월간지를 만드시나요라고 물으면 이 잡지의 발행인 조철현 사장은  아마도 그냥 웃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7월에 창간호를 낸 도서관 잡지 'L'은 옴팡진 구석이 있다. 우선은 주요한 타깃을 도서관으로 했다지만 담고 있는 콘텐츠는 도서 전반에 관한 것으로 꾸며져 있어, 일반 독자들에게도 아주 유용한 책이다. 정보는 물론이고 책의 주변에 있는 다양한 꺼리들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갑기 그지 없다.

우선 이 책은 책에 관한 다양한 정보에 충실하다. 책 관련 강좌나 도서관들의 동향, 책 소개 방송은 물론이고 분야별 신간까지 소개하고 있다. 책 마니아라면 꼭 챙겨야할 정보들이 일목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보기에 좋다. 다음은 책 마을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잘 되어 있다. 첫 차례로 이문재를 다룬 '테마 인터뷰', 안양시립 석수도서관 서성남 사서의 하루를 밀착 취재한 '조철현 기자의 하루'는 반가운 읽을 거리다.

또 정보에도 충실하다. 출판평론가 이권우를 비롯해 조성일, 이경탑, 최지혜, 구자형, 연용호 등이 참여한 분야별 책 칼럼은 좋은 정보이자 즐거운 읽을 거리이기도 하다. 그밖에도 우리나라 책벌레의 상징적인 존재인 장정일의 '책 읽기에 취하다'도 반가운 읽을 거리다.

사실 도서 잡지의 출간소식을 들을 때 우선 생각나는 것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다. 주간으로 나오던 '출판저널'조차 경영난으로 인해 월간으로 바뀌어 근근히 명맥을 유지하는 게 지금 책 전문지들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책 잡지의 어려움이 눈에 보듯 뻔한 일이다. 영세한 출판사들이 대부분인 출판시장에서 광고를 받을 리도 없고, 도서관을 중심으로 배포되는 무가지이니 돈 나올 구멍이 없다. 반면에 읽을 맛이 나는 글을 받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원고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며, 편집비며, 인쇄비며, 배포 비용을 합치면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있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냥 봐서 저 잡지나 몇 회까지나 갈 수 있을까 내기를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잡지의 발행인이 조철현 사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고민은 덜해진다. 조철현 사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도서 신간 릴리즈 회사인 여산통신을 만들었고, 역시 도서 전문 방송인 온북티브이를 만들어서 여전히 굳건하게 역할을 하고 있다. 출판계 전반에 넓게 퍼진 인맥으로 인해 신뢰가 깊게 쌓여 있는 상태다. 때문에 첫 걸음을 하기 어려웠지 이제부터는 꾸준하게 이 작업을 해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L'이 100호를 넘기고, 1000호를 넘기는 것은 출판인들은 물론이고, 도서관 등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관심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시선과 도움이 있을 때만 여산통신의 의미있는 몸짓이 너털웃음이 아닌 즐거운 웃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태그:#엘, #잡지, #출판, #도서관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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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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