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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직접 타고가는 모습은 아니구요...폼만 잡아봤어요...앞으로 잘 타기 위한 포스~
▲ 자전거 탄 풍경... 제가 직접 타고가는 모습은 아니구요...폼만 잡아봤어요...앞으로 잘 타기 위한 포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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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바퀴에 공기를 가득 넣고 다시 길로 나선다. 팽팽한 바퀴는 길을 깊이 밀어낸다. 바퀴가 길을 밀면 길이 바퀴를 밀고, 바퀴를 미는 길의 힘이 허벅지에 감긴다. 몸속의 길과 세상의 길이 이어지면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간다. 길은 멀거나 가깝지 않았고 다만 뻗어 있었는데 기진한 몸 속의 오지에서 새 힘은 돋았다."(김훈, <자전거여행2>에서)

요즘 부쩍 자전거 인구가 많아졌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부쩍 늘어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자전거를 빨리 배우고 싶었다. 작가 김훈은 자전거로만 여행을 다니지 않던가. 작년 여름, 제주도에서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을 자주 발견하면서 내 관심의 씨앗은 점점 자랐을 것이다.

한적한 강변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씽씽~ 강바람도 상쾌하고...
▲ 자전거 탄 풍경... 한적한 강변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씽씽~ 강바람도 상쾌하고...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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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이었던가. 우연히 남편과 함께 저녁 산책을 하다가 멀쩡한 것 같은데 버린 자전거가 있어 주워왔다. 자전거는 낡아서 양쪽 손잡이 끄트머리가 떨어져 나갔고, 따르릉따르릉 소리를 내는 벨도 없고 한눈에 봐도 낡은 자전거였지만 남편이 타고 운전해 보니 자전거는 잘 나갔다. 배울 때 자주 넘어지고 부딪치고 하니 이걸로 배우자 싶어 집으로 끌고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밖으로 끌고 나가보지 않았다.

남편 자전거 뒤에 타고 산책로 끝까지 달리다

남편과 함께 자전거도로를 끝까지 달려보기로 했다. 물론 내가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 뒷 꽁무니에 앉아서 타고 간다. 가끔, 저녁 무렵이면 가까운 양산 강변 둑길 산책로를 어슬렁거리며 강물 따라 걷기도 하지만 길이 어디까지 나 있는지 그 끝에까지 가 보진 못했기에 모처럼 마음내고 시간 내서 끝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기로 했다.

그제(16일)부터 이틀 동안 자전거를 타고 양쪽 둑길 끝까지 달려보았다. 집에 모셔두고만 있던 남편의 자전거를 모처럼 낑낑대며 계단을 내려와서 양산천변길로 향했다. 매번 가던 짧은 거리에서 멀리 뻗어 있는 둑길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가 보기로 했다. 한산한 가운데 몇몇 사람들이 양산천변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었다.

둑길 위 산책로를 걷다가 그 아래 자전거도로로 내려섰고 자전거를 탔다. 남편의 두 다리가 힘주어 동력을 길어 올리며 나아가는 길, 자전거 바퀴는 미끄러지 듯 굴러갔고 상쾌한 바람이 앞에서부터 불어왔다. 남편의 허리를 잡고 남편의 귓등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했다. 앞에서 다가오는 풍경들은 또 뒤로 바람과 함께 뒤로 흩어지고 또 다른 풍경이 앞으로 다가왔다.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이었다. 남편은 두 바퀴 자전거를 밀고 앞으로 나아갔다.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지나 온 길을 돌아보니 길은 아득하게 멀리까지 뻗어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면 갈수록 상쾌한 강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졌다. 제법 멀리까지 와 있었다. 얼마나 많은 비가 쏟아졌던 것일까.

산책로에서 자전거도로에서...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들...
▲ 자전거 탄 풍경... 산책로에서 자전거도로에서...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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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로 곳곳마다 침수되어 있어 오던 길에서 다시 둑길로 올라가기를 몇 번 반복했다. 강물은 엄청나게 불어나서 강물 옆 풀밭과 나무들은 물에 푹 젖었고 강물에 깊이 잠겼다가 나온 듯 물가에 심긴 나무들은 지푸라기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곳곳마다 강가에 자전거를 대놓고 낚시하는 사람들이 더러 보였다.

마침 신도시 쪽에서 점점 멀어진 둑길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고 한갓져서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었다. 양산 신도시가 끝나는 지점 쯤, 양산타워가 있는 곳에 가까이 이르자 엄청나게 불어난 물가에서 낚싯대를 강물에 던져 넣고 고기를 낚고 있는 사람이 가까이 보였다.

한적한 산책로 위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
▲ 자전거 탄 풍경... 한적한 산책로 위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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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 낚싯밥으로 고기를 낚는다고 했는데 몇 마리 잡아놓은 고기는 '준치'라고 했다. 제법 여러 마리의 고기를 잡은 것이 매운탕을 몇 번은 하고도 남겠다. 물이 한껏 불어났을 때 '준치'를 잡을 수 있단다. 아득히 먼데까지 이어진 둑길 산책로는 도대체 어디까지 이어진 것일까.

가도 가도 끝도 없을 것처럼 길게 뻗어 있는 길을 편안하게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물론 남편은 앞에서 낑낑대면서 달렸다. 하구 쪽으로 내려갈수록 둑길 아래 자전거도로와 가꾸어놓은 잔디밭은 아예 깊이 침수되어 있었다. 한적한 강변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길, 강바람이 제법 차가웠다.

저녁이 되고...불이 들어왔다...
▲ 양산타워 저녁이 되고...불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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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굽어 뻗은 길 저 끝에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까지 멀리 산책길을 따라 나와 본 것은 처음이다. 자전거를 타고 이곳까지 달려 오다보니 자전거로도 제법 먼 길이다. 한갓진 외곽인데도 강변 가까운 곳에 온통 초록 숲으로 된 쉼터와 공원을 조성해 놓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자전거도로가 침수되어 둑길 위로 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늦은 오후 이 한갓진 길에 별로 사람이 없어 자전거는 마음껏 나아갔다. 양산천 하구는 갈수록 점점 넓어지고 멀리 멀리 흘러가고 있었다. 모처럼 장마 비로 불어난 하천은 힘차게 아래로 흘렀다. 둑길은 수질정화공원이 있는 곳에서 끝나고 있었다.

높이 솟쳐 오르는 분수대의 분수를 발견한 우리는 둑길 끝에서 출입구를 찾아 들어가 보니, 어린이 놀이터, 허브 꽃 단지, 분수대, 수질정화하는 곳 등이 있었다. 분수대가 있는 곳은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잘 만들어놓은 연못이었다.

연못에는 연꽃이 피어 있고 무엇보다도 깜짝 놀란 것은 노란색, 붉은 색 등 화려한 색의 커다란 잉어 떼가 물 속에 가득했다. 가족과 함께 도시락 싸들고 소풍이라도 오면 좋을 것 같다. 공원을 한바퀴 돌고 다시 왔던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어느새 저녁 어스름에 물들고 있고 있는 강 건너 건물들에는 아슴아슴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고 있었다.

바람은 더 차가웠다. 어느새 양산타워엔 불이 켜지고 신도시 쪽으로 가까이 오자 이 저녁, 저녁산책을 나온 사람들과 운동하는 사람들로 산책로는 가득했다. 테니스 치는 사람, 운동기구로 팔다리를 뻗으며 운동하는 사람들, 손을 길게 뻗으며 길을 걷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물끄러미 강물을 바라보는 사람.

다음날도 맞은편 산책로 끝까지

다리 위에서 아래로 보이는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가족을 찍었다...
▲ 자전거 탄 풍경... 다리 위에서 아래로 보이는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가족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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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17일) 오후에도 역시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이쪽만 보랴 저쪽 산책로로 끝까지 가 봐야지. 비를 머금은 축축한 바람이 불고 하루 종일 흐린 하늘에 먹구름이 깔려 있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하루 온종일 흐렸다. 이쪽 건너편에 있는 건너편 산책로는 양산역 등뒤쪽에 강을 가로질러 놓은 다리를 건너 바로 그 아래로 길에 이어진 길이었다.

가보지 않은 길, 오늘은 건너편 산책로를 달려보는 것이다. 다리를 건너서 자전거로 둑길을 지나다가 곧 자전거도로로 내려섰다. 강을 끼고 마주 부는 바람을 맞받으며 달리는 자전거, 이쪽 역시 장마 비로 인해 군데군데 풀이 눕고 나무가 쓰러져 있고 쓰레기를 뒤집어 쓴 나무들도 여럿 보였다.

얼마나 많은 비가 왔는지 둑길 아래 넓고 길게 다듬어놓은 공원에도 흘러 들어온 나뭇가지들과 지푸라기들이 흩어져 있었다. 자전거도로는 얼마쯤 가다보니 끊어졌고 다시 둑길로 올라왔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한적한 둑길을 따라 끝도 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강변 둑길 위로 우리의 자전거는 씽씽 달렸다.

상쾌했다. 50kg이 넘는 나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 운전대를 잡은 남편, 한참을 달리다가 보니 무거워서 그런지 등에 땀으로 젖었다. 미안했다. 그리고 정말 자전거를 빨리 배우고 싶어졌다. 나도 강바람을 마주하고 길 위로 마음껏 달리고 싶었다.

양산 천 강변산책로에 밤이 내리면...
▲ 자전거 탄 풍경... 양산 천 강변산책로에 밤이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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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도 여기저기서 자전거를 타고 부드럽고 여유만만하게 강변길을 달리는 것을 보면 절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마음껏 강바람을 쐬면서 이 호젓한 길을 달리고 싶어졌다. 갑자기 생각이라도 난 것처럼 "자전거를 빨리 배워야겠어요! 하고 말했더니 남편은 반색하며 "내일이라도 당장 둘이 나란히 이 길을 달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일 당장 연습해야겠어요!" 했더니 당장 그러자고 했다. 하기야 혼자 달리면 쌩쌩 가볍게 나갈 텐데 무거운 나를 태우고 달리는 길이 힘들기도 할 것이다. 남편의 등은 땀에 젖어 있었다. 어제 달렸던 강 건너 길이 저 멀리 보였다. 호젓하고 조용하기는 저쪽 편 길이 더 나았다.

이쪽은 남양산 역 뒤를 지나 조금 더 지나보면 콘테이너박스들이 있고 양산물류센터가 바로 옆에 있어 소음이 많고 소음이 많아 강물 따라 걷는 산책로로서의 느낌이 반감되었다. 그래도 이쪽 물금, 범어 사람들에겐 인접해 있는 산책로인지라 이곳 사람들이 즐겨 애용하는 곳인 듯 했다.

자전거를 타고 둑길을 시원스레 달리는 사람들도 있고 제법 먼 거리의 둑길을 운동 삼아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강물을 끼고 하구 쪽으로 내려갈수록 강은 더 넓어지고 깊어졌다. 저쪽 맞은편 산책로와 더 멀리 벌어졌다. 이쪽 산책로는 전날 갔던 저편 산책로보다 좀더 길게 나 있었다.

호포대교 앞에서 산책로가 끝났다. 호포대교 건너편 저쪽에는 호포역이 보였다. 호포대교 바로 앞에서 끝나는 산책로, 그 끄트머리 길 한쪽엔 운동시설과 쉼터 정자가 있어 긴 길을 걸어온 사람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되었다.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오는 둑길 위에 자전거를 세워둔 채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았다.

강물은 어제보다 수위가 조금은 더 낮아진 것 같았다. 마주 보이는 금정산 능선은 구름으로 뒤덮여 있고 강건너 마주 보고 있는 오봉산 역시 구름을 이고 있었다. 강물은 쉬지 않고, 계속 흘러 흘러가고 있었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오는 길, 시내 인접한 곳으로 오자 아까보다 사람들은 더 많아지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 걸어가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눈에 들어왔다.

저녁이 될수록 시민들은 더 많이 강변으로 나왔다. 강물에 낚싯대를 띄우고 서 있는 강태공도 여럿 보였다. 강물에 낚싯대를 드리운 채 자전거를 옆에 두고 강물을 마주보고 오래도록 앉아 있던 노인은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물고기를 낚는 것일까 흘러간 추억을 건져 올리는 것일까.

가만히 흐르는 강을 바라보고 꼼짝 않고 앉아 있는 연로한 노인의 모습은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였다. 이쪽에도 저쪽 강둑에도 사람들이 둑길 위로 걷고 있거나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강물 따라 굽어 도는 강변 산책로는 여백이 느껴졌다.

여백이 있는 전원도시 양산

경남 양산은 금정산 오봉산 등 크고 작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양산천을 사이에 두고 시가 형성되어 있다. 강물 따라 긴 강변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아기자기한 꽃과 나무들이 어우러진 화단이 있다.

돈 주고 헬스클럽을 일부러 가서 살을 빼지 않아도 양산종합운동장이며, 양산천변 곳곳에 설치된 테니스장, 농구대,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운동기구 등이 설치되어 있어 조금만 부지런하면 건강한 몸을 가꿀 수 있다. 여백이 있어 숨을 쉬는 도시, 초록 숲과 흐르는 강물, 자연과 친숙한 도시, 나는 이곳을 전원도시라 부른다.

넉넉한 여백이 있어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 있는 도시, 나는 이 도시를 점점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우리나라의 자전거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지 않아 잘 모르지만, 강변을 끼고 도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있어 시민들이 즐겨 이용하고, 또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자동차로 인한 배기가스로 인한 폐해가 날로 커져가는 현실에서 자전거 타기는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고 자연친화적인 교통수단이 아닐 수 없다. 산책로뿐 아니라 자전거를 마음 놓고 탈 수 있는 거리, 자전거전용도로가 보편화되어서 일상 속에 깊이 들어올 수 있는 정책이 되었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자전거 타며 유산소 운동을 하면 심폐기능을 향상시킨다. 지속한다면 심장과 심폐기능이 발달하고, 순환기계통 기능을 향상시키며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고 나도 쌩쌩 달리고싶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스쳐지나가는 풍경은 어떻게 내게 다가오는지 느껴봐야겠다. 내일부터 당장 자전거를 배워야할 것 같다. 이 산책로를 마음껏 달릴 수 있을 때까지 계속!

ⓒ 이명화


태그:#산책로, #양산천변, #강변산책로, #자전거,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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