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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 양은 밝은 성격이면서도 아주 차분했다. 요즘 윤아 양은 일상 생활에서 환경사랑이 생활화 되어 있다.
▲ 송윤아 윤아 양은 밝은 성격이면서도 아주 차분했다. 요즘 윤아 양은 일상 생활에서 환경사랑이 생활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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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부모가 먼저 환경단체에 가입하고 난 후, 그들의 자녀들을 환경체험이다 뭐다 하면서 데리고 다니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 하지만 이 집은 거꾸로다. 딸이 먼저 국제환경단체에 가입하고, 부모에게 환경활동에 관심 가지도록 독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도 초6 때부터.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 같았죠"

과학을 유난히 좋아하는 송윤아 양(현재 안성 명륜여중 1년)은 몇 년 동안 어린이 과학 잡지를 보아왔다. 그 잡지를 보던 6학년 어느 날, 윤아 양에게 크나큰 충격으로 와 닿은 사진 한 장. 그것은 물 오염으로 인해 둥둥 떠다니는 물고기의 떼죽음을 담은 사진이었다. 그 느낌은 너무나도 강렬했다. 윤아 양에게 내내 아픔으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생각 없이 휴지를 버리고, 전기를 막 쓰고, 샴푸를 듬뿍 써왔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이제 아픈 지구를 위해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뜻있는 곳에 길이 있었다. 지난 해 10월, '툰자ICC한국위원회(유엔 산하 기관으로서 유엔의 100개국 이상의 청소년들이 회원으로 가입하여 자신의 나라에서 환경운동을 한 후,  해마다 1회 씩 한 나라에 모여 청소년세계대회를 한다. 올해 8월엔 대전에서 실시될 예정이다)'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 부모님 친구 분의 권유로 '툰자'에 문을 두드렸고, 11월 4일에 합격했다. 자신이 직접 영어로 신청서를 작성하고, 영어로 직접 인터뷰를 해야 하는 등의 만만찮은 관문을 통과했다.

"'툰자'를 만났을 땐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 같았죠."

윤아 양이 참석한 툰자ICC한국위원회 캠프에서 받은 명찰이다. 요즘 매월 1회 서울 독립문 초등학교에 가서 환경프로젝트 세미나를 듣고 있다.
▲ 명찰 윤아 양이 참석한 툰자ICC한국위원회 캠프에서 받은 명찰이다. 요즘 매월 1회 서울 독립문 초등학교에 가서 환경프로젝트 세미나를 듣고 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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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너스레를 떠는 윤아 양이 그동안 직접 해온 활동은 이랬다. 매월 1회 서울 독립문초등학교에서 실시하는 환경프로젝트 세미나(영어로 강의)에 참석하기, 안성지역 환경단체인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에 최연소 회원으로 가입하고 함께 활동하기, 교내에서 자발적으로 환경동아리 만들어 활동하기, 환경을 사랑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으로 일반학생과 시민에게 서명 받기, 쓰지 않는 의약품 모으도록 서명 받고 직접 수거하기, 환경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손수건 들고 다니기 캠페인 벌이기, 올 6월에는 환경부 주최 '생물자원보전 청소년 리더 사업'에 활동계획서를 내어 당첨되어 활동 예정 중에 있는 것 등.

이런 깨알 같이 벌이는 활동들을 모두 모아서 계속 '툰자'에 보고하는 것 또한 큰일이다. 이런 윤아 양의 속도를 맞추느라 진땀 빼는 것은 오히려 윤아 양의 엄마 홍은정씨. 그녀 또한 윤아 양이 다니는 명륜여중 교사이면서 환경동아리 지도교사다. 그녀는 "딸 때문에 환경운동에 많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엄마이기도 하다.

'송윤아'는 '엄친딸(?)'

"윤아는 어렸을 적부터 뭐든지 빨랐어요. 운동신경도 좋았고, 말도 빨리 뗐고, 글도 빨리 익혔어요. 18개월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죠. 하루에 책을 10여권 내외로 읽어내는데 그 책 다 사다 대느라고 식겁했지요. 그 후로도 피아노, 미술, 영어, 과학 등등 시켜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윤아의 속도를 따라 잡느라 진땀을 뺐어요. 제발 그만 했으면 할 정도였다니까요."

안성 시립도서관 앞에서 환경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손수건 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활동 중 안성 시립도서관 앞에서 환경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손수건 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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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이집 봐라. 참 행복한 고민한다. 다른 집은 자녀에게 어떡하면 '공부 좀 더 시켜볼까. 예체능 학원 더 시켜볼까'라며 노심초사 하는데. 어느 집 엄마가 보면 약이 바짝 오를 것 아닌가. 소위 '엄친딸'이 바로 윤아 양. 하지만 부모가 만든 '엄친딸'이 아니라 자발적인 '엄친딸'이 다른 점일 터.

'툰자'활동을 하며 가장 달라진 점을 묻자 윤아양이 조곤조곤 이야기 한다. 

"샴푸 안 쓰고 식초와 비누로 머리 감아요. 집안에 있는 불필요한 전기는 끄러 다니고요. 전에는 샤워할 때 물을 콸콸 틀어놓고 썼는데 지금은 물을 받아서 적당하게 쓰죠. 친구들이나 가족에게도 환경의 소중함을 자연스레 이야기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자 그 옆에 있던 엄마 왈 "얘요. 말도 말아요. 어떤 때는 제가 구박받는다니까요. 전기 아껴 쓰지 않고, 세제 많이 쓴다고요. 호호호호호"

윤아 양과 엄마 홍은정 씨다. 윤아 양의 유별난 열정에 엄마가 뒤따른다고 항상 힘들단다. 홍은정 씨는 윤아 양이 다니는 안성 명륜여중 교사이며, 환경 동아리 지도교사이기도 하다. 엄마는 "딸 덕분에 환경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어요"라고 고백한다.
▲ 엄마와 딸 윤아 양과 엄마 홍은정 씨다. 윤아 양의 유별난 열정에 엄마가 뒤따른다고 항상 힘들단다. 홍은정 씨는 윤아 양이 다니는 안성 명륜여중 교사이며, 환경 동아리 지도교사이기도 하다. 엄마는 "딸 덕분에 환경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어요"라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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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소심한 성격'이라고 소개하는 윤아 양의 꿈은 '교수, 교사, 피아니스트, 아나운서' 등이었다가 요즘은 '한의사'로 바뀌었다. 옆에서 지켜보니 좀체 들뜨지도 않고 잘난 체도 하지 않는, 그런 차분한 소녀에게서 어떻게 저런 에너지가 나올까 싶었다. 윤아 양과 그녀의 엄마와 셋이서 이루어진 두 어 시간의 인터뷰가 참으로 행복했다.

                                           '툰자' 한국인 모임 카페 http://cafe.daum.net/tunzaicc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16일 안성의 한 커피숖에서 윤아양과 윤아양 어머니와 함께 인터뷰를 했다.



태그:#툰자ICC한국위원회, #송윤아, #안성, #명륜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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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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