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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온순한 나날의 의복이

너는 그 젊은 외면을 언제까지나
내내 속을 수 없게 하지는 못한다
너는 네 주름살을 알아야 한다.
노여움과 즐거움과 잠.
줄곧 소란한 모래 섞인 바람의,
네 가죽은 더 두꺼워져야 한다.
<피부>-'라킨'

에서 얻어진 이름은, 가죽박사...한국신발피혁연구소 김원주 팀장
▲ 가죽에의 그 고독한 한길과 뜨거운 열정 에서 얻어진 이름은, 가죽박사...한국신발피혁연구소 김원주 팀장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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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비가 왔다. 비가 와도 아침부터 야외에서 연극 연습한다고 해서 만나기로 한 '극단 61' 멤버들 중 배우 하나가 불참했다. 상가에 가게 되어 불참한 배우의 부재에, 예정에 없던 '한국신발 피혁 연구소'에 탐방을 가게 되었다. 이유인즉 일행 중 요즘 관심을 끄는 '가죽공예'에 대해 알아보러 간다는 말에 나도 바람맞은 기분이라서 일행을 따라 나섰다.

한국신발 피혁 연구소는 부산시 진구 당감동에 소재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바로 옛날 당감동 화장터 맞은 편, 현재 개성고등학교 맞은 편에 위치한 한국신발 피혁 연구소 연구팀장을 찾아온 진짜 이유는, 그러나 지구의 환경 문제와 떠날 수 없는 피혁(가죽)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김원주 팀장에게 환경이 예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선지식을 구하기 위함이란다.

찾아온 이유야 어떻든 간에 나는 <재미있는 가죽 이야기> 저자 김원주 박사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다. 물론 그가 2006년도 피혁 폐기물로 단백질 섬유를 만들었다는 정보는 알고 있었으나, 피혁(가죽)에 관해 전혀 문외한이라 무얼 어디서부터 질문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러나 극단 61단원의 하나가, 사전에 준비를 해온 것인지 재치 있게 질문하자, 김원주 팀장은 초면식의 일행에게 초등학교 학생 대하듯이 친절하게 대답해 준다. 

가죽에 대해 아는 만큼 보인다 ?

의 비늘의 무늬를 그대로 살린 친환경적 천연가죽
▲ 물고기(nile perch) 의 비늘의 무늬를 그대로 살린 친환경적 천연가죽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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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61: 가죽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나요 ?

김원주 : 우리의 속담에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중인 물건이 강하면서 잘 찢어지지 않거나 사람이 고약하고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를 비유하여 '가죽처럼 아주 질기다'라는 표현을 자주 말하거나 한번쯤은 들어 봤을 겁니다. 이러한 표현 방식대로 가죽은 정말로 어느 것 못지 않게 질기고 강하면서 오래도록 우리 곁에 항상 함께 하며 동시대의 동반자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가죽의 역사는 매우 길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지 맞는 근거입니다. 가죽의 역사는 어디부터 시작하여 어디까지 왔는가에 대한 답변은 아주 복잡하고 좀 깁니다. 정확한 역사는 알 수 없으나 어림 잡아 지구상에서 빙하기 시대의 약 50만년 전 야생의 생활에서 배운 사냥 기술로 동물을 잡아서 고기는 먹고 껍질은 주변의 야외에 그냥 걸어서 말린 다음 털이 있는 상태의 딱딱한 동물 껍질을 덮어서 몸을 보호하고 다닌 것이 최초의 천연가죽(털가죽)이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몇년전 이태리 알프스 지역에서 그 유명한 얼음인간이 발견된 기록을 보면 무덤 속에서 아주 내구성을 갖추고 있으면서 오래 동안 잘 보존된 가죽옷에 덮여 있는 시체를 보고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화려했던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그만큼 가죽 산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었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도 있겠지요. 우리의 조선시대에는 철저한 신분상의 계급사회로 가죽 기술자들이 천민화되어 가죽산업이 거의 미미한 형편이었습니다. 해방이후 일찍이 계급사회가 몰락한 이 시점에도 가죽장이, 갑파치 등 최근까지 불러진 명칭이 존재하는 것은 가죽을 만드는 자의 대우보다 사용하는 자의 귀함을 더 높이 평가해 준 모습이 역력하게 기록으로 증빙되고 있지요. 하지만 미래에는 무한정 발전 가능한 고부가 가치 산업이라는 사실이 입증됩니다.

미래의 산업은 친환경적 섬유 개발

극단61: 아직 국내에는 '가죽'에 관한 전문 교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과 생활 속에서 쉽게 익힐 수 있는 가죽공예 상식에 대해 쉽게 좀 이야기 해 주시면 합니다.

가죽이야기
▲ 재미있는 가죽이야기
ⓒ 어드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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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주: 우리나라가 피혁 선진국이 된 것은 1980년대 말경으로 서울 올림픽 이후  스포츠에 관심이 고조되면서 신발을 주축으로 하여 기술적 생산량 측면에서 선진국 대열에 낄 정도로 나날이 피혁산업 자체가 발전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석하게도 피혁을 정식으로 가르치는 학과 설립이나 피혁학회의 활동은 눈뜨고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야 어떻게 되었든지 과정과 결과를 놓고 봤을 때 정확하게 규명할 수 없으나 앞으로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상당히 심각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유럽 국가로 눈을 돌려보면, 우선 피혁의 본고장 이태리에는 피혁 기술자를 양성하는 학교가 여러군데 있으며 피혁에 관심 있는 전 세계인들이 모여 전문적인 교육을 통하여 깊이 있는 학문을 배우고 익혀 실질적으로 현장에 바로 접목할 수 있는 산 교육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최근 외국 피혁 약품 생산업체에서도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국내외 피혁 기술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약품 선전 및 경험적인 제혁 기술을 무·유상으로 가르쳐 주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웃 중국의 경우 각 성마다 관련 학과가 우리나라로 따지면 전문대학, 정규 대학교, 피혁 연구기관 등 제혁 교육 및 연구에 필요한 인원들을 위한 피혁학과를 개설하거나 제혁 기술자를 양성하기 위한 과정이 있습니다. 한해 배출되는 졸업생만 하여도 약 3,000-5,000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반드시 후배 양성을 위해서라도 진정한 학문을 위해사라도 기필코 아낌없는 관심과 정부와 국민들의 관심이 요청되지요.

뱀장어 피혁
▲ 부산의 미래는 밝다, 부산은 피혁의 도시 뱀장어 피혁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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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혁 폐기물로 단백질 섬유 생산은 친환경 제혁 기술에의 성과 !

극단 61: 지난 2006년 피혁 폐기물로 단백질 섬유를 만들었다지요? 피혁 폐기물로 이러한 성과를 이룬데 대해 짧막하게 이야기 해 주시면 합니다.

김원주 : 피혁을 제조할 때 피혁의 두께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피혁 폐기물인 셰이빙 스크랩으로 '재생 단백질 섬유'를 제조했습니다. 셰이빙 스크랩은 가죽 겉감과 안감을 분리할 때 나오는 찌꺼기를 말하며 중금속인 크롬을 함유하고 있어 특정 산업폐기물로 분류되고 있으며 매립 및 소각이 불가능해 대부분 해양 투기로 처리돼 오고 있었지요. 당시 국내 피혁 재활용 기술 수준은 피혁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폐기물의 처리가 피혁업계의 시급한 문제로 제기된 문제를, 친환경 제혁 기술에의 성과라고 할 수 있으나, 이탈리아 등 피혁선진국과 비교하면 국내 기업들은 아직도 환경 개선 노력에 미흡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그러나 곧 국내 피혁산업이 현재의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 노후 장비의 시설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에 골몰하고 있고, 고기능성,무공해,저오염 청정 피혁 소재의 개발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해 나갈 것입니다. 천연 콜라겐 단백질로 이뤄진 친환경 소재로 유아용 여성용 노인용 의류소재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폐기 시에 토양에서 완전 생분해되는 특성을 지녀 2차 오염의 염려도 없습니다.

한국신발피혁 연구회 김원주 팀장 및 피혁 업체 하임 이종원 대표
▲ 극단 61 단원 및 한국신발피혁 연구회 김원주 팀장 및 피혁 업체 하임 이종원 대표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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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선장 지스카는 그가 죽은 뒤 그의 피부로
북을 만들기를 원할 것이다. 그는 그 북소리가 적을
패주시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울의 해부>에서 'R.F. 버턴'

가죽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영혼을 울리는 악기& 섬유'

극단 61: 가죽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 한 말씀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요즘 주부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는 가죽 공예를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

김원주: 허허..이거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저는 사실 가죽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하기 보다는 직업적인 사명감에 치중하여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정서적으로 가죽은 인간과 친화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죽으로 만든 악기가 그러할 것이고, 가죽으로 만든 필수품에 애착을 보이는 것도 영혼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이런 식이라면 2000년대가 넘어가고, 이제 인류가 가야할 거대한 우주 공간 속의 삶을 찾아가는 21세기에는 과연 가죽이 절대 필요한 원료인가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그러나 당장 가죽으로 만들어지는 악기 등 생활용품이 사라진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하긴 일부 사람들은 가죽이 사라진다고, 악기나 의복이 사라지겠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이건 쉽게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아무튼 미래에는 가죽을 대체할 소재들이 개발되어야 할 것입니다. 질문에 답변이 약간 어긋날지 모르겠지만,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피혁회사들은 그들 나름대로 예술적 상품(악기 등 공예품)을 제작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관광 명소나 외국 관광객이나 일반소비자들로부터 각광받게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그들의 문화가 피혁의 생산과 공예과정에 비치고, 그 영향이 또 여타 예술에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제주도에서 조랑말의 가죽을 이용해 이러한 예술적 상품 생산을 개발코자 하는 대안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죽은 인간에게 가장 친환경적인 섬유이며, 영혼을 느낄 수 있는 사람에게 친환경 천연 섬유라고 생각합니다.

가죽의 역사가 긴 만큼 가죽 공예는 피혁 공정과 불가분하고, 생각처럼 쉬운 예술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죽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남녀노소 국한하지 않고 다 좋은 공예입니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이 좋아해서 미친듯이 그 일에 몰두할 수 있고 어려움을 스스로 뚫고 나갈 수 있습니다. 또 그 만큼 보람도 있는 것이 예술이 아닐까 합니다.

극단 61 : 가죽에 대해 갑자기 눈이 밝아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느닷없이 찾아와서 근무 시간에 방해된 것은 아니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기회에 재미나는 가죽이야기를 들려주시면 합니다.

김원주: 아, 얼마든지 찾아오시면 저가 아는만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가죽에 대해 이렇게 관심을 보여주셔서 '피혁인'으로서 새삼 보람을 갖습니다. 

피혁연구소
▲ 한국신발 피혁연구소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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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관광의 도시이자, 피혁 &신발 도시

지구촌 어디서나 가죽은 일상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다. 예로부터 일부 왕실과 같은 특정 계급 층에서만 애용될 정도로 보물과 같은 재물이기도 했다. 특히 부산은 신발의 도시이다. 한때 부산 신발 공장의 생산은 활발했다. 이와 같은 질 좋은 피혁 제품으로 만든 신발의 기호가치는 특히 청소년 층에서 대단해서, 이런 청소년 기호가치 문화에 대해 쉽게 재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죽 제품에 대해 한마디로 단정하기 쉽지 않다. 난형난제와 같은 가죽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가죽공예 예술화에 대한 긍정적 반응도 함께 한다.

가죽은 인류가 시작한 이후, 역사와 함께 호흡했다. 그만큼 좋은 가죽에 대한 관심만큼 늘 뜨겁다. 신의 섬유로 불리우는 가죽은 김원주 팀장의 말처럼 신이 준 최상의 섬유…그 긴 가죽 역사만큼 피혁 전문 교육 기관 등 국내 피혁 생산의 전문화와 가죽 공예의 기술자의 예우 등 앞으로 해결 해야 할 문제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신발 피혁 연구소 김원주 팀장은 오직 가죽에의 한길을 걸어온 피혁 전문인. 그가 쓴 <재미 있는 가죽 이야기>에는 '가죽의 역사', '가죽이란 무엇인가' '좋은 가죽 만드는 법과 고르는 법', '가죽공예의 멋과 맛' 등 피혁관련 발표 논문과 피혁 용어집의 부록이 엮어 있다. 전국 네티즌을 위한 전문 가죽 사이트(www.skinhide.com)를 운영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원주 박사는 1959년 경북 선산 출생으로 1986년 건국대 농화학과 졸업 2002년 경상대 응용생명과학부 박사수료 현재 한국신발피혁연구소 피혁 연구부 피혁가공팀장 재직 중

극단 61는, <백화> 외 혼합 장르와의 열린 만남이란 주제 하에, 연극 대중화을 위한 무대 없는 공연을 30회 가까이 시도 해온 극단, 현재 연극 <늙은 부부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올릴 계획이다.



태그:#김원주, #가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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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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