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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치른 지 하루 만인 14일 전격 사의를 밝히고 자진사퇴했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치른 지 하루 만인 14일 전격 사의를 밝히고 자진사퇴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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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지지(知至至之), 지종종지(知終終之)'

<주역>의 문언전(文言傳)에 나오는 말이다. 최근 검찰 내부에 자주 회자된 표현이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이를 곳을 알아서 이르고, 멈출 곳을 알아서 멈출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리더십의 금과옥조로 여기고 그것을 철저하게 실천하는 사람, 즉 참다운 리더의 모습과 용퇴를 빗대어 부르는 말이다.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논란이 증폭돼온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단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한 기이한 일을 놓고 정치권 공방이 뜨겁다. 지난달 21일 그가 검찰총장 자리에 내정된지 불과 24일 만이다. 청와대의 '작품'으로 발탁된 검찰총장 후보자가 임명장도 받지 못하고 낙마하게 된 해프닝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보기 드문 사건은 전직 대통령의 수사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위풍당당(?)하던 검찰권력을 순식간에 부끄러운 수치로 얼룩지게 만들었다. 누가, 왜 검찰을 이렇게 초라하게 만들었을까. 24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답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정치적 역학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24일간은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만연된 연고주의·지역주의·파벌주의·정파주의 등 권력과 권력의 사슬형태·지향점 등을 죄다 보여준 듯하다. 마치 바둑을 두다 위기에 몰리자 중도에 돌을 던진 꼴이 됐지만 찬찬히 복기해 보면 원인을 알 수 있다.   

[# 장면 하나] 청와대, 법질서 확립에 대한 확고한 소신 갖춘 적임자?

6월 21일.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던 도중 전직 대통령이 자살한 전대미문의 비극적 사건에 국민들의 충격과 슬픔, 분노가 채 가라앉기 전이다. 청와대는 국면전환용으로 새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자에 천성관(52)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을, 국세청장 후보자에 백용호(53) 현 공정거래위원장을 각각 내정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특히 천 후보자 발탁에 대해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맞게 검찰 분위기를 일신하고 법질서 확립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바탕으로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미래지향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섬기는 리더십을 갖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총장 내정자는 지명되는 순간부터 숱한 비난의 화살세례를 받는 등 정치권의 공방도 잇달았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야당은 "천 내정자는 용산참사와 <PD수첩> 사건 등에서 무리한 공안 수사를 지휘해 물의를 빚었을 뿐 아니라 여러 비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며 지명 철회를 주장해 왔다. 백 내정자에 대해서도 "도덕성과 청렴성이 가장 강조되는 국세청장 자리를 부동산 거래 등에서 탈세 의혹을 받는 인물에게 맡길 수는 없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급기야 천 내정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지인 사업가로부터 거액을 빌렸다는 의혹 외에 부부동반으로 해외 골프여행을 다녔다는 새로운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천 내정자는 정상적으로 돈을 빌리고 갚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어느 것 하나 납득할 만한 해명이 되지 못했다. 일반 국민은 물론 검찰 내부 구성원들조차 공감하지 못했다.

오히려, '스폰서'라는 검찰 내부의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면서 이것이 검찰 전체의 모습인 양 비치면서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만 확대시켰다. 자신에게 둘러싼 의혹을 명쾌하게 해명하고 책임지려는 당당한 모습은커녕 '기억나지 않는다', '모르겠다'로 일관하는 무책임한 모습은 검찰총수로서 사실상 실격을 인정하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업보에 다름 아니다. 그의 사의 표명 이후 비난의 화살촉은 어김없이 청와대로 돌려졌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취약점은 그동안 누누이 지적돼 왔던 터다. 부실한 인사검증은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붙여진 고질적인 경고딱지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장관 후보자 3명과 청와대 수석 내정자 1명이 낙마한 적이 있다.

그때도 사정팀이 후보자들과 내정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도덕성 등 검증 '기본'을 등한시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강부자 정부'라는 오명과 함께 민심과 동떨어진 인사로 국정운영이 뒤죽박죽이었다. 대통령까지 나서 검증 시스템을 철저히 고치겠다며 나섰지만 천 후보자 낙마로 허사가 됐다.

[# 장면 둘] 출신지역, '경사났네' 노래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6월 23일. <대전일보> 3면을 다시 들추어 보자. '"인재 탄생…동네 경사" 천 총장·백 청장, 고향 논산·보령 '잔칫집''이란 큼지막한 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천성관 검찰총장과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의 고향인 충남 논산시 연산면 신양리와 보령시 웅천읍 대창리는 온통 잔치집 분위기다."

기사는 리드에서부터 잔치집 분위기를 연출하느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게 묻어난다. "22일 주민 400여 명이 오손도손 살아가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논산시 연산면 신양리 주민들은 천 검찰총장 내정과 관련 '인재가 탄생됐다'며 경축 분위기가 완연했다"고 전한 뒤 천 검찰총장 내정자의 5촌 당숙을 만나 여러 가지 어렸을 때부터 고향과 얽힌 사연들을 장황하게 전개했다.

그러면서 "마을 이장은 '동네의 경사'라면서 '천 내정자가 청문회 등 절차를 거쳐 정식 임명장을 교부받는 대로 현수막도 내걸고 환영행사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는 내용도 빠뜨리지 않았다. 덧붙여 기사는 "보령시 웅천읍 대창리 마을 주민들도 아침부터 마을 입구에 국세청장 임명을 축하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백 국세청장 내정자를 초청해 잔치라도 열어야 한다며 들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7월 10일 자 1면에서 더욱 탄력을 받는 듯했다. '지역 출신 검사장 대거 나오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힘이 실렸다. "이르면 내주쯤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검찰의 대폭적인 '세대교체'와 맞물려 충청지역 출신 검사장의 대거 탄생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기사는 "대전과 충남북을 통틀어 고검장 승진 후보로는 안창호(52·대전·연수원 14기) 대전지검장이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고무된 분위기는 신문 사설에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중도일보>는 6월 23일 '충청 출신 두 내정자에게 기대한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4대 권력기관장 가운데 2명을 충청권 인사로 발탁했다는 것은 충청민들에게는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며 "하지만 정치적 의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두 내정자의 어깨에 지워진 짐이 아주 무겁다는 사실이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천 내정자는 대표적인 '공안통'이고, 백 내정자는 전형적인 'MB(이명박) 맨'이어서 앞으로 '소통'보다는 '법과 원칙'을 앞세운 밀어붙이기가 더욱 강화되리라는 우려를 두 내정자도 듣고 있을 것이다"는 사설은 "충청민이 듣고 싶은 것은 권력기관장에 누가 뽑혔더라 하는 소식이 아니다. 충청 출신에게 일을 맡겼더니 정말 잘하더라 하는 국민의 칭찬이다"고 주문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지역신문과 방송들도 검찰인사를 두고 지역주의, 연고주의적 시각에서 많은 흐뭇한 기사를 쏟아냈다. 이는 "오동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올 줄 알아야 한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두 후보 내정 후 내뱉은 발언을 정략적으로 활용한 서울의 일부 보수신문들의 기사와 사설 등이 한창 지면을 메우고 있을 무렵이다.

그러더니 24일 만에 그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오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내정을 공식 철회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조사하는 검찰의 책임자가 될 사람이 다른 곳도 아닌 국회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면서 "무엇보다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천 후보자에 대한 내정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그 오동잎은 가을을 재촉한 게 아니었다. 시들고 문제가 있는 오동잎이었다. 충청민심 러브콜은 또 다시 깊은 소외론에 잠기고 말았다.  

[# 장면 셋] 검찰, 충격, 환영, 다시 충격... 옷 벗은 동기·선배들 어쩌나?

다시 6월 21일. 천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일선 검사들은 대부분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천 지검장의 내정을 예상한 이가 거의 없었던 만큼 검찰은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인사 태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불안감도 고조됐다.

사법시험 동기나 후배가 총장이 되면 선배나 동기생들이 옷을 벗는 희한한 관례에 따라 사직할 검찰 간부는 무려 10명에 이른다는 분석이 즉각 검찰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천 지검장의 선배인 20회와 21회가 각각 2명과 5명, 22회 연수원 동기 3명 등 고검장급 9명 전체를 포함해 일부 지검장까지 물러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직 내부를 엄습했다.

이는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초기에 있었던 검찰 수뇌부 물갈이 인사보다 폭이 훨씬 넓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문화방송 <피디수첩> 수사에서 보듯 정권의 의중을 잘 헤아리기 때문에 현 정부의 강경 기조가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정부의 검찰 장악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김준규(54·사시21회) 대전고검장도 천 내정자 소식이 알려진 바로 다음날인 22일 전격 사의를 표했다. 후배인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에 내정되자 후배를 위해 선배들이 물러나는 검찰의 관행에 따라 용퇴의사를 밝혔다.

기수문화가 강한 게 검찰조직의 오랜 관례라고 하지만 이번 검찰총장 내정에서 사의까지 이뤄진 짧은 기간에 벌어진 해프닝 가운데는 격랑의 검찰 내부 인사 후폭풍이 찻잔 속의 태풍처럼 거셌다는 점이 단연 돋보인다.

그러나 늘 보아왔지만 경륜을 높이 평가하는 일반 사회조직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검찰 내부에서 제아무리 잘나가는 인사도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가 고시 동기 또는 후배이면 당장 사표를 내야만 하는 불합리한 모순이 응어리로 남아 있다. 후속인사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하지만 줄줄이 사퇴하는 모습은 영 모양새가 좋지 않다. 마치 폭력조직을 연상케 한다.

그러한 용기와 결단 이면에는 든든한 후배들과 화려한 경력을 무기로 한 변호사 개업이란 제2의 역전무대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무관하지 않다. 그래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도중에 퇴임하는 모습은 개운치가 않아 보인다.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상명하복'과 기수를 중요시 여기는 검찰조직의 특성상 후배기수가 검찰총장 내정자로 발탁됨에 따라 용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하지만 정치적 입김까지 작용하는 현실에서 과연 '지종종지'(知終終之: 아름다운 퇴임)라고 말하기엔 너무 어색하다.

그건 어거지에 다름 아니다. 이번 결과가 증명해 보였다. 인사청문회 다음날 검찰총장 후보자의 전격 사퇴로 총장과 차장 모두 공백 상태가 된 검찰 조직이 대혼란을 맞고 있지 않은가. 이미 사퇴한 동기 고검장들이 충격에 빠질 만도 하다.

결과적으로, 천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지명되면서 검찰에서는 천 후보자의 선배 및 동기 등 고검장급 8명과 검사장급 3명 등 모두 11명의 간부가 한꺼번에 사퇴했다. 천 후보자를 포함하면 12명이다. 이러고도 동기나 후배기수에서 총장이 나오면 선배나 동기가 재빨리 옷을 벗는 '상명하복' 관행을 계속 존중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 장면 넷] "충청권 배려" vs "생색내기" vs "자가당착"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이문동 골목시장을 찾아 떡볶이 가게에서 어묵을 먹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이문동 골목시장을 찾아 떡볶이 가게에서 어묵을 먹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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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내정과 관련해 정치권의 공방은 시작부터 급격히 가열됐다. 그 중 한나라당과 선진당의 설전은 시작부터 주목을 끌었다. 충청권은 그동안 정부 각료 인사나 청와대 인사 때마다 '충청권 소외론'이 불거지며, 인사 부분과 관련 적잖은 불만이 쌓여온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호남의 정치적 구도 속에서 충청권은 정치적 혼란기에 중립적 인사라는 이름을 통해 정부의 주요 요직에 발탁된 바 있으나, 평상의 정치적 흐름 속에서는 충청권 출신 인사들이 영·호남 출신에 비해 상당 부분 소외를 당했다는 것이 충청권 여론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권력의 핵심부로 일컬어지는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에 충청권 출신 인사들을 내정했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권력기관의 장이 충청권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충청권 배려'라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자유선진당은 달랐다. 충청권 배려는 세종시 건설 등 기존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충청권 배려와는 상관이 없음을 지적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6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의 인사가 있었는데 언론의 평가가 모두 잘된 인사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잘된 인사라는 생각이 든다"며 "인사 때마다 소외감을 느낀다는 충청권에 검찰권과 조세권이 모두 간 것은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충청권 배려' 차원임을 강조했다.

반면 선진당은 여권의 '충청권 배려' 주장에 '생색내기'라며 거부감을 보였다. 류근찬 원내대표는 "지금 여러 가지로 충청인들의 가슴에는 대못이 박혀있다. 두 덩어리를 주는 것만으로 충청을 배려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정부와 대통령은 충청권의 가슴에 박혀있는 대못을 뽑아주는 일이 급선무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기존에 했던 약속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해 충청권 현안인 '세종시 건설'에 대한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당시 한나라당 박 대표의 언급은 여러 의미가 읽힌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 정부의 국정지지도가 가장 낮은 지역으로 충청권이 포함되자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듯하다. 충청권 여론 환기차원에서 현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지역 언론들은 해석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부와 한나라당의 충청권 러브콜은 자가당착 모순에 빠진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는 따가운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장면 다섯] 오동잎 다시 떨어지면 후폭풍 어디로?

민주당이 다시 힘을 받는 분위기다. 새 검찰총장 후보자가 전격 사퇴함으로써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큰 타격을 가한 것은 민주당 법사위원들의 파상적인 공세가 단단히 한몫했다. 박지원, 박영선, 우윤근, 이춘석 의원은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적극적인 공세를 퍼부어 천 후보자를 쩔쩔매게 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지원 의원은 천 후보자의 강남 아파트 매입 과정에서 15억5천만 원을 빌려준 사업가 박 모씨 간의 '특수관계'를 부각시키는 등 천 후보자 아들의 초호화 호텔 결혼식과 위장전입 사실도 밝혀냈다. 그의 정보력이 돋보인 인사청문회였다.

또한 천 후보자 부인이 최근 리스계약을 체결한 차량의 과거 신호위반 단속 사실을 공개, 실소유주 논란을 제기하는 등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 1억 원이 후보자에게 유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이춘석 의원도 공세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15일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도 그는 "어떤 후보도 문제가 있다면 발로 뛰어 인사청문회에서 걸러낼 자신이 있다"고 피력해 시선을 끌었다.

청와대가 만든 '작품'이 이처럼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고 중도에 낙마했으니 민주당으로서는 힘이 상당히 실린 분위기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15일 검찰총장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관련해 "이번 사태를 보면 전혀 인사시스템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공세를 늦추지 않고 밀어 붙였다.

'망신살 뻗친 청와대 검증 시스템의 부실'이란 시민사회의 비판까지 가세해 청와대 인사시스템 검증라인을 비롯한 대대적인 개편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민주당으로서는 1타 2피 이상의 효과를 본 셈이다.

'천성관 카드' 실책에 따른 후폭풍은 검찰, 여당, 청와대 등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하고 있다. 자업자득인 형세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강력한 '반전카드'를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오동잎은 다시 떨어지게 된다는 사실, 그러나 후폭풍은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현실 정치다.


태그:#천성관,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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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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