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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보카는 가난한 아르헨티나 이주민들의 거리였으나 지금은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탱고거리가 되었다.
▲ ▲라 보카 거리 벽에 붙어 있는 탱고 포스터 그림 라보카는 가난한 아르헨티나 이주민들의 거리였으나 지금은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탱고거리가 되었다.
ⓒ 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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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본 사람들은 그 맛을 알 것이다. 슬프고도 애잔한 무드를, 그리고 강렬하면서도 깊은 흡인력에 금세 젖어들었을 것이다. 그 곡은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Liber Tango)'였다. '리베르 탱고'는 역시 요요마의 연주로 들어야 제 맛이 난다. 또 김연아가 쇼트 종목이나 프리 종목에서 자주 사용하는 음악으로 생상의 '죽음의 무도'가 있다. 슬프고도 깊은 우아함을 간직한 명곡이다.

이번에도 그 곡을 써서 재미를 보았다. 물론 '세헤라자데'도 프리 종목에서 사용했다. 그녀는 총계 207점을 받아 여자 피겨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그 외에도 김연아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더 포인트 오브 노 리턴'과 리한나의 팝송 '음악을 멈추지 말라(Don't stop the music)', 린다 에더의 '골드', 뮤지컬 <지킬 앤 라이드> 중 'Open upon a Dream' 과 뮤지컬 <미스 사이공> 타이틀곡 등을 많이 사용한다. 클래식 음악으로는 엘가의 '사랑의 인사',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랄프 보간 윌리엄스의 '종달새의 비상', 요한 스트라우스의 '박쥐소곡' 등을 배경음악으로 주로 활용한다.

리베르 탱고(Liber Tango)에 빠져들었던 사람에게는 방실이의 '서울탱고'도 멋지게 들린다. 물론 방실이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그 노래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탱고는 묘한 매력을 듣는 사람들에게 준다. 살을 에는 듯한 아픔과 깊은 슬픔 그리고 몸이 들뜨는 흥겨움을 동시에 준다고나 할까? 그 이유는 탱고의 발상지가 스페인의 식민지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탱고의 고향, 아르헨티나로 달려갔다. 열정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떠나는 것이 심적 부담이 전혀 없을 테니까.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의 에세이사 국제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비행기에서 촬영한 부에노스아이레스 풍경.
▲ ▲착륙하는 칠레 비행기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의 에세이사 국제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비행기에서 촬영한 부에노스아이레스 풍경.
ⓒ 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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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아르튀르 메리노 국제공항을 아침 7시 35분에 이륙한 비행기는 두 시간을 날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의 에세이사 국제공항에 아침 9시 40분에 사뿐히 착륙했다. 그런데 현지시간으로는 아침 10시 40분이었다. 즉 두 나라 사이의 시차는 1시간인 셈이다. 아르헨티나는 '은'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아르켄토에서 형성되었다고 한다. 서유럽의 탐험대가 맨 처음 이 나라에 도달했을 때 금과 은, 보석으로 가득 찬 매력적인 나라라고 평가함으로써 아르헨티나는 식민지의 치욕적인 역사를 근원적으로 배태하고 말았다.

아르헨티나 하면, 대개 몇 가지 이미지가 떠오른다. 첫째는 축구를 잘 하는 나라라는 이미지이다. 물론 항상 브라질 때문에 중남미 축구대회 및 월드컵에서 만년 2위나 3위를 하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그것은 아무래도 승승장구하다가도 브라질만 만나면 항상 힘을 못 쓰는 징크스 때문이리라. 그러나 불출의 세계적인 축구영웅 "마라도나"의 나라가 바로 아르헨티나이기 때문에 전 세계인들은 아직도 아르헨티나를 축구명가로 평가한다.

아르헨티나의 국민영웅 마라도나를 배경으로 영국에서 여행 온 연인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 ▲보카주니어팀의 영웅 “마라도나” 흉상 아르헨티나의 국민영웅 마라도나를 배경으로 영국에서 여행 온 연인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 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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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르헨티나를 거론하면 에바 페론을 거론한다. 정치학에서 포퓨라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 정치)의 대명사로 떠올리는 인물이 에바 페론이다. 흔히 그녀는 '에비타'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에바는 그녀의 원 이름이고, '이타'는  작다라는 에스파뇰이다. 따라서 에비타는 '귀여운 에바'라는 애칭이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그녀를 에비타라고 부르면서 그녀가 죽은 지 50여 년이 넘었는데도 기억하는 것은 그녀가 국가의 돈을 어려운 서민들을 위한 자선활동에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원래 이름은 마리아 에바 두아르떼 베 페론이다. 에바는 시골의 가난한 집안출신이었다. 그런데 가수가 되려고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무작정 상경하여 돈만 생기면 명사들의 파티에 기웃거리면서 상류계층으로 부상하려고 하는 꿈을 키워 나갔다.

리꼴레타 역사묘역의 그녀의 무덤에 달려있는 ‘에바 페론 약력 동판’
▲ ▲아르헨티나의 전설 ‘에바 페론’ 리꼴레타 역사묘역의 그녀의 무덤에 달려있는 ‘에바 페론 약력 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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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서민들의 우상이었다. 별칭에 걸맞게 그녀는 평생 국가 돈을 서민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는데 쏟아 부었다. 신데렐라였으며 마스코트였던 그녀는 대통령의 꿈을 안은 채 33세라는 꽃 같은 나이에 급서했다.
▲ ▲에바 페론의 우아한 생전 모습 그녀는 서민들의 우상이었다. 별칭에 걸맞게 그녀는 평생 국가 돈을 서민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는데 쏟아 부었다. 신데렐라였으며 마스코트였던 그녀는 대통령의 꿈을 안은 채 33세라는 꽃 같은 나이에 급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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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그녀에게 신데렐라의 꿈을 성취시켜줄 백마 타고 온 왕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나중에 남편이 된 페론대통령이다. 파티에서 페론의 눈에 띈 에바는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결국 에바는 자신의 꿈을 이루었지만, 33세의 아까운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인생이란 새옹지마란 말이 실감난다. 지금도 수많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에바를 그리워하는 것은 그만큼 아르헨티나의 자본주의의 모순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빈부격차의 해소가 가장 큰 정치적 과제인 것이다. 

셋째, 아르헨티나 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유명한 문화상품으로는 "탱고"가 있다. 이 나라를 여행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탱고극장에 가서 탱고디너쇼를 감상한다. 그만큼 탱고는 아르헨티나를 상징하는 문화코드가 되었다. 탱고가 어느 나라에서 시작했는가라고 묻는다면 누구나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대개 스페인을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

라 보카 탱고거리의 거리화가들이 그린 탱고클럽 무희들의 그림
▲ ▲길거리 화가들의 그림 라 보카 탱고거리의 거리화가들이 그린 탱고클럽 무희들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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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탱고는 스페인에서 시작된 춤이 아니다. 스페인에서 시원을 기록한 춤은 풀라맹고다. 이에 비해 탱고는 애초에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되었다. 스페인이나 이태리에서 가난하거나 문제가 있어 신대륙인 아르헨티나로 향하는 배를 탄 이민자들은 부두에 도착하여 막노동을 하거나 금이나 은 광산에서 가서 닥치는 대로 노동을 한다. 일에 몰두하지만 뜻대로 돈을 모이지 않고 몸은 고달퍼진다. 따라서 두고 온 가족들이나 형제자매들이 보고 싶어 그리움에 몸을 떤다.

그래서 그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남쪽인 라 보카(La Boca) 지역에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허름한 선술집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외로움을 덜기 위해서는 술을 마시고 격렬한 춤을 춰야 한다. 그래서 탱고는 강렬한 몸동작을 요구한다. 처음에는 남성들끼리 추던 춤이 고독을 떨쳐버리기 위해 거리의 창녀들과 몸을 섞으면서 이중주의 노래나 춤 그리고 투 커플이나 스리 커플이 춤을 추는 '고전탱고'로 변화되어 간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유치하고 단순한 리듬의 초기 리듬이 어느 정도 신대륙에서 돈을 벌어 고향인 스페인이나 이태리로 돌아간 이민자들에 의해 새로운 춤으로 소개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그리고 세련되고 우아한 형태의 유럽풍 탱고로 변형된 탱고는 다시 이민자들의 복귀로 아르헨티나의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그렇게 만들어진 탱고가 바로 '고전 탱고'이다.  그래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탱고는 주로 나이가 든 중년층이 선호하는 춤이다. 시작은 격렬하게 하지만 진행 중에는 리듬이 느려지고 단순한 동작의 반복으로 정착이 된다.

탱고거리의 레스토랑에서 케익과 햄버거를 안주로 생맥주를 즐기는 아르헨티나 젊은 연인들의 낙천적인 표정.
▲ ▲노천카페의 청년들 탱고거리의 레스토랑에서 케익과 햄버거를 안주로 생맥주를 즐기는 아르헨티나 젊은 연인들의 낙천적인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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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젊은이들도 리메이크 붐에 편승하여 탱고를 즐기는 대열에 가담하였다. 그래서 뒤늦게 생겨난 빠른 템포와 다양한 스펙의 춤사위가 가미가 된다. 그러한 신형태의 춤으로 변질된 춤을 '현대 탱고'라고 한다. 선조들의 피를 이어받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젊은이들은 밤을 지새우면서 춤을 추면서 클럽을 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주말이 되면 보통 밤 10시쯤 클럽에 입장을 하여 다음 날 새벽 7시 넘어서까지 춤을 춘다고 한다. 심하면 태양이 중천에 떠 있는 한낮에 클럽에서 나오는 경우도 많다. 고기를 즐기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체력도 동양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밤새 놀고 다음 날 아침에 눈을 좀 붙이면 바로 원기를 회복한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치즈문화와 김치문화의 차이를 절감하게 된다.

호텔을 나온 일행은 버스에 몸을 싣고 아침부터 공동묘지로 향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바로 공동묘지로 간다면, 무슨 이런 여행이 있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유명한 에바 페론이 그 곳에 묻혀 있다고 하면 누구나 호기심이 느끼면서 가고 싶은 충동이 생길 것이다. 공동묘지는 상당한 역사를 간직한 채 사람들이 많이 사는 시내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한 복판에 위치한 역사묘역 -이곳에 포퓰리즘으로 유명한 에바 페론이 묻혀 있다.
▲ ▲리꼴레타(Recoleta) 공동묘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한 복판에 위치한 역사묘역 -이곳에 포퓰리즘으로 유명한 에바 페론이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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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대통령도 묻혀 있고 명문가의 집안사람들이 많이 묻혀 있다. 따라서 에비타도 좋은 위치에 안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뒷골목 어딘가에 묻혀 있다. 그 이유는 그 당시 이미 묘소가 가득 차서 빈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동묘지는 리꼴레타(Recoleta)에 소재하고 있다. 원래 이 말은 레꼴레트라고 하는 프랑스 수도사들의 이름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리콜레타 지역은 묘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럭셔리한 예술과 문화 그리고 유명한 음식점이 많다. 특히 그 지역에는 국립현대미술관(National Fine Art Museum)이 소재하고 있다. 또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좋은 대학교인 우바대학교(국립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학교)의 법과대학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바대학교는 우리나라처럼 캠퍼스가 통합되어 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옛날의 서울대학교처럼 여러 곳에 분산되어 나뉘어져 있다. 이를테면 문학과 철학대학은 한인촌 근처에 위치하고 있고, 의대와 사회과학대는 시내 중심가에 있다. 공대 또한 오벨리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역사적 공동묘지(Historic Cemetery)는  리콜레타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입구에는 유명한 카페인 라비에따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묘지입구에는 성모상이 자리 잡고 있다. 리콜레타 역사묘역(Cementerio de La Recoleta)에 들어서면 옴부 나무라고 하는 20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나무가 아르헨티나의 역사를 품에 안고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역사묘역에는 대개 가문이 훌륭한 귀족 집안출신 사람만이 묻힐 수 있었다.

이 묘역은 1822년 맨 처음 조성되어  1881년에 최초 리모델링을 거쳐 2003년 다시 리모델링을 한 결과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단장이 되었다. 이곳에는 호세 마리아 귀도(Jose Maria Guido)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과 유명한 정치인과 관료층 그리고 당대 최고의 학자들이 안장되어 있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5차례나 노벨상을 수상한 나라이다. 따라서 훌륭한 대학교수와 학자들을 많이 배출했다. 그 중에서 노벨상의 화학부분을 수상한 르롸르(R. Leloir)의 가문은 명문가였다. 공동묘역 중에서 가장 많은 돈을 들여 조상들의 무덤을 우아하면서도 품격 높게 단장하고 있었다.

1976년 콘셉트 앨범으로 시작해, 1978년 처음 웨스트엔드 무대에 올려졌다. ‘에비타’는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으며, 바로 다음해인 1979년 브로드웨이로 옮겨갔다. ‘에비타’는 올리비에상과 토니상 최우수뮤지컬상을 모두 손에 넣었고, 토니상에서는 이를 포함한 7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가져갔다. ‘에비타’는 이뿐만이 아니라 드라마데스크상 최우수음악상, 그래미 최우수뮤지컬앨범상을 챙겼다. 이런 뮤지컬의 성공은 1996년 마돈나와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의 영화로 이어졌다.
▲ ▲뮤지컬 <에비타>의 한 장면 1976년 콘셉트 앨범으로 시작해, 1978년 처음 웨스트엔드 무대에 올려졌다. ‘에비타’는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으며, 바로 다음해인 1979년 브로드웨이로 옮겨갔다. ‘에비타’는 올리비에상과 토니상 최우수뮤지컬상을 모두 손에 넣었고, 토니상에서는 이를 포함한 7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가져갔다. ‘에비타’는 이뿐만이 아니라 드라마데스크상 최우수음악상, 그래미 최우수뮤지컬앨범상을 챙겼다. 이런 뮤지컬의 성공은 1996년 마돈나와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의 영화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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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에바 두아르떼 데 페론은 에비타의 본명이다. 두아르떼는 친정집안의 성이다. 앞서 거론한 것처럼 원래 에비타는 볼품없고 가난한 시골출신이다. 하지만 그녀가 부통령후보까지 오른 영부인이고 서민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당대 최고의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모든 방문객들은 에비타의 무덤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그녀의 무덤은 혼자서 찾기가 쉽지 않다. 공동묘역 무덤 안내지도를 안내데스크에서 구입하고 몇 차례 골목을 뒤져야 겨우 찾을 수 있다. 뒷골목에 위치하고 있지만 그녀의 무덤에는 많은 동판이 조각되어 있으며 입구 문에는 카네이션 등의 생화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만큼 그녀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아직도 드높다는 것을 입증해준다. 5월 광장의 기념탑에 데모대들이 뿌린 스프레이 낙서에는 에비타를 찾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담겨 있을 정도이다.

물론 최근에 그녀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로 나뉜다. 그가 추구한 포퓰리즘이 서민들이 당시 생활할 수 있는 기본 생필품 조달의 창구역할을 했지만, 극빈층들에게 나쁜 관습에 젖어들게 하는 오류도 범했다는 지적이다. 즉 에바 페론은 극빈층에게 빵은 주었지만 일자리 창출을 가져다주지는 못했고 결국 그들을 게으르게 하여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할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다.

대통령궁이 있는 마요르 광장에는 항상 노숙하면서 천막농성을 벌이는 사람들로 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에스파뇰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사항과 구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빈부격차가 심각한 수준임을 여행 중에 감지할 수 있었다.
▲ ▲마요르 광장(Plaza de Mayo)에서 농성중인 데모대 대통령궁이 있는 마요르 광장에는 항상 노숙하면서 천막농성을 벌이는 사람들로 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에스파뇰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사항과 구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빈부격차가 심각한 수준임을 여행 중에 감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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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당시 에바 페론은 카톨릭 성당 측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성당이 해야 할 자선사업을 에비타가 독점함으로써 종교단체의 역할을 축소시켰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지  에비타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극빈층을 돕는 마돈나 역할을 했기 때문에 당시 그녀의 인기는 남편인 페론을 압도할 정도였다. 부통령후보로 정치세계에 화려하게 데뷔하려고 한 그녀의 원대한 꿈은 불과 33세에 암이 걸려 좌절되고 만다.

그녀는 대통령궁 발코니에서 대중들에게 "나는 죽어가지만 나의 영혼은 대중 여러분들에게 남기고 가니 아르헨티나여 울지 말라"고 절규하여 다시 한 번 대중들의 심금을 울린다. 이러한 그녀의 짧지만 화려했던 개인사는 미국의 연출가와 작곡가에 의해 뮤지컬로 창조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 인구에 회자된다. 허리우드 영화 <에비타>는 에바 페론 역으로 마돈나가 타이틀 롤을 맡아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리고 영화주제곡 '아르헨티나여 눈물을 보이지 마라(Don't cry for me Argentina)는 추억의 명곡으로 남아 있다.
 
라 보카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건물들은 이와 같이 컬러풀한 것이 특징이다.  핑크, 노랑, 파랑, 초록의 원색을 동심의 아이들이 표현한 것처럼 순수한 원형색깔의 색으로 채색한다.
▲ ▲라 보카의 상가건물들 라 보카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건물들은 이와 같이 컬러풀한 것이 특징이다. 핑크, 노랑, 파랑, 초록의 원색을 동심의 아이들이 표현한 것처럼 순수한 원형색깔의 색으로 채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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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궁이 있는 마요르 광장에는 관광객들도 많았지만 그보다도 더 많은 걸인들과 천막을 쳐놓고 노숙하면서 데모하는 철거민 ․ 교사들의 데모대의 숫자가 더 많았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에스파뇰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사항과 불만이 무엇인지는 파악할 수가 없었다.

탱고의 발상지인 라 보카지역(La Boca)은 원래 배가 들어오던 입구였다. 그래서 항상 가난한 일임노동자들로 붐볐고, 자연스럽게 주변도 판자촌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보카라는 말은 스페인어로 '입'이란 말이다. 따라서 배가 들어오는 물산의 입구라는 뜻으로 보면 무방하다.

주로 탱고 춤을 추는 커플댄서들을 그려서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유혹한다. 춤동작이 강렬하고 색깔도 열정적인 색채를 써서 그림 자체가 관능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 ▲거리의 화가들의 그림 주로 탱고 춤을 추는 커플댄서들을 그려서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유혹한다. 춤동작이 강렬하고 색깔도 열정적인 색채를 써서 그림 자체가 관능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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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보카의 기본 줄기를 이루는 길은 까미니또(Caminito)다. 이곳에 들어서면 우선 알록달록한 색채의 건물이 많다는 것이 눈에 확 들어온다. 다음으로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아르바트 거리나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처럼 거리의 화가들과 토속품을 파는 길거리 상인들이 많은 점이 특징이다. 다음으로 탱고 공연을 하는 카페나 레스토랑, 퍼포먼스를 하는 거리예술가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역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라 보카 지역 어디에서나 탱고음악과 탱고 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길거리 화가들이 걸어놓고 파는 그림 중에서도 탱고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또 카페나 레스토랑에서도 탱고음악이 항상 흘러나온다.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려고 카페에서 고용한 무용수들이 2인 커플로 탱고 춤을 길거리에서도 춘다.

탱고 춤은 스텝이 경쾌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특히 음악 자체가 고전탱고와 현대탱고에 따라 약간 다르긴 하지만, 총체적으로는 애절하고 슬프면서도 부분적으로는 경쾌한 리듬도 많다. 따라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나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 모두를 흥분시키는 마력이 있다.

댄스 스포츠에 라틴 5종과 모던 5종이 있다. '라틴5종'은 파도소블레, 차차차, 룸바, 자이브, 삼바가 있고 '모던5종'에는  왈츠, 탱고, 폭스트롯, 퀵스텝, 비엔나왈츠가 있다. '라틴 5종'은 대체적으로 빠른 음악에 유연한 춤동작이 가미되는 형태를 취한다. 이에 비해 '모던 5종'은  무드가 있으며, 느린 음악에 맞추는 부드러운 춤동작이 주를 이룬다.

또 요즈음 유행하는 라인댄스(Line Dance)에도 탱고는 포함된다. 일반적인 라인댄스라 함은 방향을 전환하며 한 음악에 같은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하며 추는 댄스를 통칭한다. 그러나 넓은 의미의 라인댄스는 춤추는 장소의 벽(4 Wall)을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며 추는 모든 춤을 의미하고, 좁은 의미에서의 라인댄스는 미국에서 기원하여 발전한 Country & Western Dance를 의미한다.

고전탱고를 추는 댄서들이 많다. 남성댄서들은 대개 중절모를 쓰고 슈트를 입는 경우가 많으나, 더운 날의 경우 상의만 슈트를 걸친 채 캐주얼한 복장을 하기도 한다. 여성들은 붉은 톤의 치마와 짙은 붉은 루즈를 칠한 경우가 많다. 특히 여성들은 망사 스타킹을 신고 다리 동작을 크게 해서 팬티가 살짝 드러나게 하는 등 관능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 ▲라 보카 거리에서 탱고 춤을 추는 커플댄서 고전탱고를 추는 댄서들이 많다. 남성댄서들은 대개 중절모를 쓰고 슈트를 입는 경우가 많으나, 더운 날의 경우 상의만 슈트를 걸친 채 캐주얼한 복장을 하기도 한다. 여성들은 붉은 톤의 치마와 짙은 붉은 루즈를 칠한 경우가 많다. 특히 여성들은 망사 스타킹을 신고 다리 동작을 크게 해서 팬티가 살짝 드러나게 하는 등 관능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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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라인댄스는 거의 팔과  몸동작이 없는 스텝 위주의 댄스로 구성되어 있어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보급하는 춤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라인댄스는 의미가 좀 다르다. 한국에서의 라인댄스는 라인댄스의 기본방식을 차용하여 보다 다이내믹하고 다양한 장르의 댄스와 혼합하여 인터넷 동호회 및 살사댄스 동호인을 대상으로 전파되고 있으며 현재 약 60여 종의 라인댄스가 보급되어 있다. 인터넷 활용으로 인하여 매우 빠른 속도로 새로운 라인댄스가 전파되고 있으며 라인댄스만을 전문으로 즐기는 동호회인들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반면 너무 다양한 안무와 최신나이트댄스 스타일과 전문적인 재즈댄스 스타일, 난이도 높은 힙합댄스 스타일의 라인댄스가 새롭게 보급되고 있어 다함께 쉽게 즐길 수 있는 라인댄스만의 장점이 퇴색되기도 한다. 라인댄스에서 사용하는 춤으로는 차차차, 스윙, 왈츠, 삼바, 폴카, 폭스트롯, 허슬, 맘보, 룸바, 셔플 앤드 탱고 등이 있다.

원래 아르헨티나 탱고는 서민적인 춤으로써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추며 변형도 자유분방한 편이었다. 그에 반해 모던댄스의 탱고(보통 댄스스포츠 대회에서 볼 수 있는 탱고)는 보다 정형화되어 일정한 규칙을 갖고 추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 <여인의 향기> 등에 나오는 탱고는 매우 매혹적인데 그것은 변형된 탱고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상당히 흡인력이 강하고 관능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카페나 레스토랑에 고용되어서 관광객들의 눈길을 끄는 커플댄서들은 옷차림 자체가 특이하다. 주로 고전탱고를 추는데, 경쾌한 탱고음악에 맞추어 다리동작의 빈번한 율동을 자주 활용하며, 춤추는 동작에서 턴을 허거나 스텝을 밟을 때 동작을 신속하고 크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남성댄서들은 대개 중절모를 쓰고 슈트를 입는 경우가 많으나, 더운 날의 경우 상의만 슈트를 걸친 채 캐주얼한 복장을 하기도 한다. 여성들은 붉은 톤의 치마와 짙은 붉은 루즈를 칠한 경우가 많다. 특히 여성들은 망사 스타킹을 신고 다리 동작을 크게 해서 팬티가 살짝 드러나게 하는 등 관능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여 호객행위를 한다.

노랑, 빨강, 파랑의 원색으로 채색된 건물의 원색적 색감에서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스페인풍의 정열적인 민족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가게 이름에서도 라보카의 ‘까미니또(caminito)거리’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 ▲라보카의 까미니또(caminito) 거리의 상점풍경 노랑, 빨강, 파랑의 원색으로 채색된 건물의 원색적 색감에서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스페인풍의 정열적인 민족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가게 이름에서도 라보카의 ‘까미니또(caminito)거리’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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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탱고의 전설적인 명곡으로는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LIBERTANGO)'와 '치간느 탱고(TZIGANE TANGO)', '오브리비온(OBLIVION)', 트로이로미(ANIBAL TROILOMI)의 '나의 슬픈 탱고 (TANGO TRISTE)', 영화 <여인의 향기> 삽입곡인 '포르 우나 카베자(POR UNA CABEZA, CARLOS GARDEL작곡)', 영화 <해피 투게더> 삽입곡인 '3인을 위한 밀롱가(MILONGA PER TRE), ASTOR PIAZZOLLA 작곡)', '내 사랑스러운 부에노스아이레스 (MI BUENOS AIRES QUERIDO, CARLOS GARDEL 작곡)', '영감 (INSPIRACION , PAULOS 작곡)',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여름 등이 있다.

이들 명곡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리베르 탱고'와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 그리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여름'을 특히 좋아한다. 사실은 '좋아한다'는 표현보다는 '중독되었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릴 것이다. 자가용을 몰고 출근할 때도 제일 많이 듣는 것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온 탱고 CD일 정도다.

불갈비와 스테이크를 숯불에 구워먹는 훈제식 바베큐를 부에노스아이레스 어디를 가더라도 만나게 된다.
▲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아르헨티나 레스토랑의 주방장 불갈비와 스테이크를 숯불에 구워먹는 훈제식 바베큐를 부에노스아이레스 어디를 가더라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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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보카 지구의 거리를 몇 바퀴 돌다보니 시장기가 느껴졌다. 라틴민족은 훈제 바베큐 식으로 스테이크나 불 갈비를 구워 먹는 것을 별미로 삼는다. 칠레․아르헨티나․페루 어디를 가도 육식을 즐기는 라틴 민족 특유의 바베큐 파티를 목격하게 된다. 큰 접시에 하나 가득 바베큐 고기를 담아오니 임꺽정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은 그 나라 풍습과 미각에 젖어 식도락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건만 낮에 들었던 애잔한 탱고음악과 역동적인 탱고 춤의 환각에 젖어 흥분상태를 진정할 수 없었다. 탱고의 중독증은 오래 갔다. 페루의 잉카문명인 마추피추 정상을 오르내릴 때도 귓전에는 탱고음악이 울려 퍼졌다. 깊은 산 계곡의 메아리처럼.

덧붙이는 글 | 탱고 음악과 탱고 춤은 묘한 중독증이 있다. 애잔한 가락과 역동적인 춤동작은 감상자들을 묘한 심리상태에 빠져들게 한다. 남미인들의 토속적인 서민춤에 젖어 이국적인 정취를 느껴보는 것은 여름장마의 우울증을 퇴치하는 현명한 방법 중의 하니일 것이다.



태그:#탱고, #아르헨티나문화탐방, #세계문화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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