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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장에 이어 49재와 안장식이 끝났어도 참배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11일 오후 3시, 군산 은파관광지에서는 노사모 전 전북 대표들과 시민이 모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수와 상석 및 추모비 건립 행사를 가졌다.

 

 

무더위를 재촉하는 구슬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추모식수 행사에는 이만수 전 군산시 의장(행사 추진위원장), 박재만 전 전북 노사모 대표, 장은복 전 전북 노사모 대표, 신영대 전 청와대 행정관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뜻을 기리는 이번 행사는 전국에서 처음인 것 같다면서, 평소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영결식 기간인 지난 5월 말부터 자체적으로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이만수 추진위원장 사회로 진행된 추모행사는 비가 내렸으나 차분한 가운데 개식사에 이어 묵념, 내빈소개, 강임준 전 도의원의 경과보고, 추모연주, 테이프 커팅, 헌토, 헌화 순으로 이어졌다.

 

장송곡으로 군산대 평생교육원 유석우 교수의 드라마 '허준' 삽입곡 '불인별곡'(不忍別曲) 오카리나 연주에 이어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을 합창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눈물을 참지 못하는 참가자도 있었는데 합창소리는 장맛비로 무겁게 내려앉은 은파저수지 물결을 타고 낮게 멀리 퍼져 나갔다.

 

 

은파관광지 물빛다리 인근에 자리한 식수 수종은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 불렀던 '상록수'를 연상하게 하는 3.5m가량의 '금송'이며,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귀와 얼굴이 음각으로 새겨진 추모비(45㎝×35㎝) 사이에 헌화 객들을 위한 상석(60㎝×37㎝)도 함께 설치되었다.

 

대통령 후보시절 성난 농민들에게 달걀 세례를 받고도 "정치인들이 이렇게 가끔 맞아줘야 국민들 화가 풀리지 않겠습니까?"라던 노 전 대통령 너스레가 떠올랐는데, 촛불행사를 좌익으로 몰고, 용산참사를 외면해오는 이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가슴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25일 시민문화회관 제1전시실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24시간 추모객을 받았던 문동신 군산 시장은 10일 발행된 행사일정표에도 추모식수 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갑자기 불참, 혹시 모종의 단체나 기관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게 아니냐며 많은 참석자들이 궁금해하기도 했다.

 

시민의 자발적 모금으로 이루어진 행사

 

이번 추모식수 소요 경비는 노 전 대통령 국민장 기간에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고인의 숭고한 정신을 널리 알리고, 다음 세대에도 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져 자발적으로 모금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엄마를 따라왔다가 다음 달 용돈까지 가불(?)해서 내놓은 어린이, 학교를 파하고 급우들과 달려온 남녀 중고등학생들, "가난해서 죄송합니다"라고 쓴 쪽지와 함께 5천 원을 넣어준 택시기사와 노인들, 가정주부를 비롯해 1500여 명의 시민들이 750만 원의 후원금을 모금함에 넣어주었다. 

 

 

행사가 끝나고 군산시 발전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만수 추진위원장은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기리고,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신 그분의 정신을 후세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추모식수 및 추모비 건립 행사를 추진하게 됐다"면서 "모금에 참여해주신 군산시민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일부에서 들리는 정치적 해석을 두고는, 누구나 반대하고 행사에 트집을 잡는 사람이 있는 것 아니냐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했던 사람들의 심정을 표출한 순수한 행사였다며 무리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일반 시민에게는 알리지 않았고 성금을 낸 분들에게만 알렸다고 말했다.

 

자신이 노사모 리더이면서도 군산 발전을 위해 보상금을 더 타내려고 노 전 대통령을 비판했었는데 돌아가시니까 죄인 같다며 상복차림으로 조문객을 맞았던 이 추진위원장은 행사를 마치고 나니까 죄가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다면서 사무실 벽에 걸린 노 전 대통령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국민장이 끝나니까 조용해진 것처럼 이번에도 며칠 지나면 잠잠해질 것으로 예측되는데, 시민의 자발적 모금으로 치러진 추모식수 행사가 전국으로 퍼져 나갈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이고 싶은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제 마음에서 우러나와 행사를 추진한 것뿐이지 남에게 권할만한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라며 정중히 사양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식수 및 추모비 건립 추진위원회는 행사에 앞서 '당신의 아름다운 미소를 가슴에 묻습니다'라는 표제의 추모 사진집을 제작하여 시민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http://www.shinmoongo.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식수, #추모비건립, #은파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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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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