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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안장식을 하루 앞둔 9일 저녁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대통령 49재 추모예술제 행사위원회'와 '한국문학평화포럼'이 공동으로 마련한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전야 추모예술제'에서 한 추모객이 시인들이 낭송하는 시를 경청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안장식을 하루 앞둔 9일 저녁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대통령 49재 추모예술제 행사위원회'와 '한국문학평화포럼'이 공동으로 마련한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전야 추모예술제'에서 한 추모객이 시인들이 낭송하는 시를 경청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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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떠난 그 자리에/사람들이 모여 듭니다/당신 떠난 그 자리에/사람들이 서성이며 울고 있습니다/아아 천둥번개 비바람 지난 뒤에도/당신 떠난 빈 자리에/사람들은 숲이 되어 서 있습니다"(정희성 시 '봉화산' 전문)

"이제/당신은 이겼습니다, 역사가 시간에 업혀 당신에게 담배를 물리고 있으니/솟아오르소서, 또 다른 삶으로 솟아오르소서/우리 모두 민주의 바위 휘도는 솟음이게 하소서/푸른 님이여, 향기로운 님의 잠이여"(강은교 시 '당신의 눈썹에 박혀 있는 흉터, 초롱불처럼' 일부)

"단 하나의 노무현이 떠나고/노무현 같은 바보들이 하나 둘 돌아오고 있다/마침내 수십만 수백만 명의 노무현들이 돌아오고 있다"(이원규 시 '마침내 바보들이 돌아왔다' 일부)

"그를 칭칭 감고 있던 사악한 혀의 밧줄이 단번에 툭툭 끊어졌다. 그의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모욕의 진물도 맑은 새벽 공기 속으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는 우주의 순수 공간으로 돌아갔다"(김정란 시 '통곡은 포효가 될 것이다' 일부)

추모예술제 '부활하는 푸른 님이여' 열려

노무현 전 대통령 안장식을 하루 앞둔 9일 저녁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대통령 49재 추모예술제 행사위원회'와 '한국문학평화포럼'이 공동으로 마련한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전야 추모예술제'에서 추모객들이 춤패뉘무용단의 '해원 넋풀이'를 관람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안장식을 하루 앞둔 9일 저녁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대통령 49재 추모예술제 행사위원회'와 '한국문학평화포럼'이 공동으로 마련한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전야 추모예술제'에서 추모객들이 춤패뉘무용단의 '해원 넋풀이'를 관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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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이 '부활하는 푸른 님이여'를 찾았다. 시를 읊고, 노래 부르고, 몸짓을 펼쳐보였다. '노무현 대통령 49재 추모예술제 행사위원회'와 '한국문학평화포럼'이 공동으로 마련한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추모예술제"가 49재를 하루 앞둔 9일 저녁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예술제에는 처음에는 3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어 오후 늦게 퇴근한 시민들이 계속 모여들었다.

이날 사회를 본 소설가 강기희씨는 "떠나보내고 나서 느낀다"면서 "여기 오니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시인들은 마을 다목적광장에 마련된 특설무대에 올라 자작시를 낭송했고, 여러 무용단은 춤을 췄다. 시인들은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 추모시집'으로 나온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에 담긴 시들을 낭송했다.

춤패뉘무용단(단장 박은혜)은 '영원한 님이여 영면하소서', 김기인과스스로춤모임(단장 김기인)은 '화엄의 길에 오르소서', KY댄스컴퍼니(단장 정미영)는 '사랑하는 님이여', 장순향한반도춤패(단장 장순향)는 '다시 바람이 되어'라는 제목으로 각각 추모춤을 무대에 올렸다.

정희성·김정란·나해철·박남준·홍일선·김태수·김여옥·박해전·김준태·이원규·고규태 시인이 자작시를 낭송했다. 어린이예술단 '아름나라'(단장 고승하)는 '가자 아름다운 나라로'와 '노무현 사랑해'(노래 '선생님 사랑해' 개사곡)를 불렀다. 고승하 단장은 "아이들이 가자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판화가 유연복·김중권·이재영씨는 노무현의 얼굴과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이라는 글자를 판화로 만들어 와 추모객들에게 판화를 떠 주기도 했다. 이들은 10일 오전에도 봉하마을에서 판화를 떠줄 예정이다. 유연복씨는 "할 말이 뭐 있느냐"면서 "이런 것을 통해 같이 생각해 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안장식을 하루 앞둔 9일 저녁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판화가 유연복씨가 노무현의 얼굴과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이라는 글자를 판화로 만들어 추모객들에게 판화를 떠 주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안장식을 하루 앞둔 9일 저녁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판화가 유연복씨가 노무현의 얼굴과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이라는 글자를 판화로 만들어 추모객들에게 판화를 떠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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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안장식을 하루 앞둔 9일 저녁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대통령 49재 추모예술제 행사위원회'와 '한국문학평화포럼'이 공동으로 마련한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전야 추모예술제'에서 '아름나라' 어린이예술단이 "가자 아름다운 나라로"와 "노무현 사랑해" 추모곡을 부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안장식을 하루 앞둔 9일 저녁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대통령 49재 추모예술제 행사위원회'와 '한국문학평화포럼'이 공동으로 마련한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전야 추모예술제'에서 '아름나라' 어린이예술단이 "가자 아름다운 나라로"와 "노무현 사랑해" 추모곡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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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란 시인 "국민들은 정치적 유민으로 남아"

김정란 시인인 추모시를 낭송하고 있다.
 김정란 시인인 추모시를 낭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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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란 시인(상지대 교수)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다음날 봉하마을을 찾아 조문했다가 이날 다시 온 것이다. 김 시인은 10일 안장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김 시인은 "시인들이 추모시집은 자발적으로 일어나서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지만 2002년 대선 때 토론회 등에 참여하거나 그 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조문행렬이 이어진 것에 대해, 그는 "놀랬다. 노 전 대통령은 생각보다 훨씬 더 사랑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서 "자기 자신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였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조문하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란 시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여러 가지 실정으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의 그리움으로 비친 것 같고, 그런 국민들의 정서를 담아낼 그릇이 없다는 게 비극이다"면서 "그런 세력이 비어 있다는 생각에 '무당파'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민주당은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겠지만,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버렸다. 조문정국에서 노 전 대통령을 감싸기는 했지만, 어떻게 버리고 배신하고 했는지, 한나라당 못지않게 폄하했는지 국민들은 안다"고 덧붙였다.

김 시인은 "민주당의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올라간 것으로 보이지만, 뒷심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고, 많은 국민들이 정치적 유민으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정희성 시인 "그때 '숲'을 생각했다"

정희성 시인인 추모시를 낭송하고 있다.
 정희성 시인인 추모시를 낭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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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내고 고문으로 있는 정희성 시인도 입을 열었다. 정 시인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뒤인 지난 6월 14일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이날 봉하마을을 찾았는데, 비가 내리는 속에 많은 사람들이 조문하는 광경을 보고 시 "봉화산"을 착상하게 되었다는 것.

정 시인은 "그때 '숲'을 생각했다"면서 "각자가 제 모습으로 이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숲처럼 조화로운 세상을 지향하는 것인데, 그 모습을 그날 느꼈다"고 말했다.

조문행렬에 대해, 그는 "새 정부가 들어선 뒤 국민들은 제 설움을 갖고 있고, 자기들이 가치관 같은 게 전부 뒤집히는 것을 느꼈다"면서 "서럽기도 하고 분노가 느껴지는 심정을 가졌고, 그런 사람들이 조문행렬을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다고 한 그는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이 자기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서 "여태까지 역대 대통령들은 자기 편이라는 경우는 없었는데, 그것을 노 전 대통령이 죽은 다음에 깨닫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정희성 시인은 "어린애도 자기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안다"면서 "서민들이 그런 사실을 점차 깨달게 되면서 조문행렬이 이어졌고, 사랑하는 사람이 내 옆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없으니 귀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에 찌르는 함성소리/지축을 울리는 발자국소리/무현아! 내 아우야/그대는 이제 노래만 하는 소쩍새가 아니야/밤마다 찾아와 어둠을 밝히는 별들처럼/불사조로 환생하여/이제는 촛불 아닌/횃불을 들고 돌아 오거라"(리명한 시 '봉화산 민들레' 일부)

"새벽빛이/님의 얼굴에/금빛 가시관으로 빛납니다/가시는 바위처럼 단단하게/살에 박히고"(나해철 시 '님 가시고'의 일부)

"님은 이제 우리들의 몸 속으로 부활하고 있습니다"(김준태 시 '노무현 제16대 대통령 영전에 바침' 일부).

노무현 전 대통령 안장식을 하루 앞둔 9일 저녁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대통령 49재 추모예술제 행사위원회'와 '한국문학평화포럼'이 공동으로 마련한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전야 추모예술제'에서 추모객들이 장순향 한반도춤패의 진혼무를 관람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안장식을 하루 앞둔 9일 저녁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대통령 49재 추모예술제 행사위원회'와 '한국문학평화포럼'이 공동으로 마련한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전야 추모예술제'에서 추모객들이 장순향 한반도춤패의 진혼무를 관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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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노무현, #봉하마을, #추모예술제, #정희성, #김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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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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