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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개헌 논의의 핵심인 '새로운 권력구조'를 바라보는 전직 국회의장들의 견해는 여야에 따라 확연하게 달랐다.

 

국회의원연구단체인 미래한국헌법연구회(공동대표 이주영·이낙연·이상민 의원)가 주최한 '역대 국회의장 개헌 좌담회'에서 민주당 소속인 김원기·임채정 전 의장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강하게 주장한 데 반해, 한나라당 소속의 김수한·박관용 전 의장은 개헌 논의에 부정적이거나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만섭 전 의장은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제안했다.

 

김원기·임채정-분권형, 이만섭-내각제... 김수한 "개헌보다 운영의 묘 살려야"

 

개헌에 가장 적극적인 의사를 보인 전직 의장은 김원기 전 의장이었다. 김 전 의장은 적극적인 개헌 추진을 정치권에 주문한 뒤 "2010년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서 내년 1~2월까지 개헌안을 마련하고 5월에 국회에서 의결한 다음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진행하자는 제안이다.

 

김 전 의장은 "승자독식구조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내각책임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를 검토할 수 있다"며 "분권형 대통령제가 더 비교우위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임채정 전 의장도 분권형 대통령제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시급하지만 그게 개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이원집정부제를 포함한 분권형 대통령제나 현 대통령제를 바꾼 또다른 대통령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수한·박관용 전 의장은 개헌 논의에 부정적이거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특히 김수한 전 의장은 62년간 평화헌법을 지켜온 일본 사례를 거론하며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61년 헌장사에서 위정자의 권력을 강화하고 집권을 연장하기 위해 9번의 개헌을 해온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며 "되도록 헌법을 손대지 않고 운영의 묘를 잘 살리면 어떤 독재자도 독단적, 독선적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일본은 1947년 '맥아더 헌법'으로 불리우는 평화헌법을 제정한 이래 62년 동안 단 한번도 헌법을 개정하지 않았다"며 "그러고도 한국보다 의회민주주의를 선진국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관용 전 의장도 "개헌 논의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시한을 정해놓고 조급하게 추진해서는 안된다"며 "새로운 제도를 채택하는 것과 그 결과가 정치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별개문제이기 때문에 개헌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충고했다.

 

박 전 의장은 "내각책임제는 정당정치가 건실할 때 가능한 제도"라며 내각책임제 개헌 시기상조론을 폈다.

 

이만섭 전 의장은 "헌법을 9번 고쳤지만 정상적인 개헌은 4·19 이후 내각제 개헌과 87년 직선제 개헌뿐"이라며 "대통령중심제는 독선적,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권력형 부정부패, 국정업무량 과다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책임제를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권한 강화-4년 중임제 등에서는 한목소리

 

하지만 전직 국회의장들은 국회의 권한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임채정 전 의장은 "과연 한국 국회에 권한이 있느냐"고 물은 뒤, "한국 국회는 대통령의 종속적 지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국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관용 전 의장은 "권력구조 개편보다 국회운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수도권 국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양원제를 채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몇몇 전직 국회의장들은 단임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안했다. 임채정 전 의장은 "남미에서 대통령 단임제를 주로 채택하고 있는데 이것이 정치안정을 가져오는 것 같지 않다"며 "단임제는 심판기회 박탈, 급속한 레임덕 등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연임제 찬성론을 폈다.

 

또 일부는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일관된 통일·외교 정책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김원기)거나 "대선과 총선 주기를 맞추어야 한다"(박관용)며 연임제 개헌을 적극 주문했다.


태그:#개헌, #전직 국회의장,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책임제, #이원집정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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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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