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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는 나에게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시험을 보고 나온 날, 버스를 타기 전에 서점에 들어가 신간들을 살펴보는 도중 라디오에서 들리는 뉴스가 내 청각을 자극하였다. 그 뉴스에서 들리는 '사고', '봉하마을', '노무현'이라는 단어에 귀가 번쩍 뜨였고, 내 심장은 덜컥 내려앉았다.

 

그리고 짧지만 강한 충격을 주는 '서거'라는 단어를 듣게 되었다. 그날 하루, 버스 안의 대다수 사람들은 라디오를 들으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고, 나 또한 침통한 심정으로 귀가하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 난 노무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하였고, 서울광장을 찾아 경찰들이 짓밟은 대한문 분향소에 가서 대한민국을 보았다. 그리고 봉하마을로 가서 그분이 잠든 곳을 바라보았으며, 시민기자로서 이러한 사실들을 기사로 써서 스스로 시민들의 눈과 귀, 그리고 발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노무현 대통령의 육성을 담은 책을 보고 그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다.

 

책을 좋아하는 나는 서거 이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책을 한 권 사야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되도록 노무현 대통령의 흔적이 짙게 남은 책을 원하였고 자서전을 사고싶었다. 하지만 서거로 인하여 출간되기 힘든 상황이고, 유고집은 49재 이후부터 정리하여 출간될 계획이었기에 많은 고민을 하였다. 그러다가 <오마이뉴스>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한 마지막 심층 인터뷰를 담은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라는 책을 출간했음을 알고 바로 인터넷 서점을 통하여 주문하였다.

 

이 주문에 결정적으로 쐐기를 박은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추천사였다. 내가 존경하는 또 다른 대통령인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의 추도문을 이 책에 바쳤고, 이 책을 통하여 국민들이 노무현을 공부하기를 원하였다. 어떤 책이기에 한평생 그와 민주화 운동을 하였다는 분이 스스럼없이 자신의 마음속에 품고 있던 소중한 글을 준 것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에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오마이뉴스> 독자로서 오연호 대표기자의 <인물연구 노무현>을 정독하였기에 사실 약간의 망설임도 있었다. 하지만 직접 책을 보니 인터넷 기사로 보던 것과는 다른 노무현 대통령을 볼 수 있었다. 책 속에서는 오연호 대표기자의 말 그대로 6명의 노무현이 있었고, 난 6명의 노무현을 만날 수 있었다.

 

[인간 노무현]

자신을 사랑하면 세상을 사랑하게 되고, 세상을 사랑하면 세상에 대한 분노를 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하여 가장 먼저 접하게 된 노무현은 인간 노무현이었다. 우리들은 이미 노무현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눈물을 흘리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때론 고뇌하고 어린애처럼 즐거워하는, 농민에게 무릎 꿇고 막걸리를 따르며, 지지자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던, 그리고 결국에는 서민으로 돌아간 대통령, 인간 노무현.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평가포럼 연설에서 '자신을 사랑하면 세상을 사랑하게 되고, 세상을 사랑하면 세상에 분노를 하게 된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언뜻 보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세상은 부정직하고 혼란스러우며, 흉악하다. 하지만 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러한 행복한 권리를 원하고 또 세상에게 바란다면 당연히 분노하게 되지 않겠는가?

 

우리는 언제나 인간을 보고 또 인간을 느끼며 살아가는 인간이다. 인간으로 살아가기에 인간에 대한 가치에 대해 무관심 할 때가 많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것은 인간답게 살기 위함이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언제나 염두에 두었다. 그가 꿈꾸던 세상은 바로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즉 '사람 사는 세상'이었고, 그 사람 사는 세상의 인간들은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인간이길 바라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에 보면 오연호 대표기자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통령님은 대통령님을 사랑하고 계시지요?'라는 질문을 하였고, 이에 스스로를 사랑하였다고 자신 있게 대답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당당하게 자신을 사랑하던 분이, 결국 스스로의 몸을 던져 불귀의 혼이 되었다. 역설적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되, 그 자신은 자기의 신체가 아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였다는 것을. 그 가치를 국민에게 일깨우기 위한 마지막 항거로서 자결을 택했고, 자신의 죽음이 씨앗이 되어 '사람 사는 세상'이 싹트길 고대한 것은 아닐까?

 

[정치인 노무현]

나는 20년 정치 생애에서 여러 번 패배했지만, 한 번도 패배주의에 빠진 일은 없었습니다

 

사실 이 책이 나올 때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반론글이 들어가길 바랐다. 개인적으로 오연호 대표기자의 <인물연구 노무현>을 읽으면서 가장 신선했던 부분은 노무현 대통령의 반론글이었다. 오연호 대표기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패배주의에 빠져 있었다고 분석하였고 그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는데, 이틀 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반론글을 작성하여 보내준 것이었다.

 

이러한 소통은 나로서는 매우 새로웠다.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이가 직접적인 토론이라는 '대화'로 해결한다는 것이. 그리고 그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독자로는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자평은 '나는 20년 정치 생애에서 여러 번 패배했지만, 한 번도 패배주의에 빠진 일은 없었습니다'는 말이 가장 제대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YS로 인하여 정치권으로 데뷔한 후, YS의 삼당합당에 불참한 이후엔 그야말로 가시밭길을 걸어가고, 언제나 어려운 선택을 하였기 때문이다. 숱한 패배 속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은 언제나 정도(正道)를 걸었고, 그로 인하여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는 결코 패배에 주눅 들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당당하게 패배주의가 아니라고 단언한 것이리라.

 

이러한 노무현 대통령을 보면 그가 가장 존경하였던 링컨이 떠오른다. 사실 이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오해도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던 한 선생님이 있었다. 그 선생님은 노무현 대통령의 막말을 매우 싫어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싫어하였던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김구와 링컨을 비교하면서 김구는 실패한 정치인이기에 링컨을 존경한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나도 이 말을 들으면서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고, 이는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오해는 결국 이 책을 통하여 풀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구를 존경하였지만, 그가 실패하였다는 것에 한계점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링컨은 수많은 패배와 재임 중 악평에도 불구하고 백년 후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었고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은 링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의는 항상 패배한다'는 것이 가당찮은 역설에 지나지 않도록 만들면서 진리를 대하는 사람들의 이중성을 깨끗이 씻어준 본보기는 김구선생이 아니라 링컨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결국 둘의 최후는 타살과 자살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둘 다 타살되었다고 해야 될까?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서 그들이 추구하였던 가치는 그대로 역사 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결국 링컨 대통령은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았으니,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문득 미래의 평가가 궁금하다.

 

[정치학자 노무현]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대선 출마 선언 연설을 떠올릴 것이다. 촛불시위로 인하여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이 비교가 될 때, 그리고 노무현 서거 이후에 인터넷에서 급속하게 퍼져 여러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던 연설이었기 때문이다.

 

열정적으로 연설하였던 이 연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비겁한 교훈을 배웠던 자신, 정확히는 국민에 대해 말하였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눈치 보면서 살아라'가 그동안 세상의 진리였다고. 그리고 그는 이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랬기에 스스로 600년간의 잘못된 전통의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난 이게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이면서도 정치학자로서 노무현 대통령의 깊은 고민을 알 수 있는 발언이라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학자다.

 

원광대에서 명예박사를 받았을 때, 스스로 노명박(노무현 명예박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랬던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에 대해 제대로 다룬 교과서가 없다고 하면서 스스로 정치학개론을 쓰겠다고 장담했던 적이 있다. 그만큼 정치에 대해 수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결국 그러한 정치론에 대한 핵심은 과거의 잘못을 후세에서 반복할 수 없이, 이를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쌓은 탑을 한꺼번에 무너뜨리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 탑의 저항은 상상을 초월하고, 오히려 탑을 무너뜨리려다가 다치게 되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흔히 이를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부른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쳐서, 결국에는 바위가 깨지는 경우가 있다. 이를 우리는 혁명이라고 부른다. 노무현 대통령은 책에서 결국 권력은 시민에게 있고, 그 시민이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투표를 통해서라고 말하였다. 한두 개의 계란으로는 바위를 깰 수 없지만 수백만 개의 계란이 일제히 바위에게 쏟아진다면 과연 바위가 깨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우리의 역사적 과오를 청산하는 것은, 이를 청산하려는 의지부터 시작된다. 그러한 의지는 바로 시민의 권력, 즉 투표의 힘에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투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려면 시민 스스로의 각성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게 바로 집단지성이고, 그 집단지성의 산물이 작년의 한반도를 뜨겁게 달궜던 '촛불항쟁'이다.

 

결국은 시민의 권력이 가장 강대한 권력이고 무서워해야할 것이라는 게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신조이고, 정치학자로서의 결론이다. 이에 대해 아직 해답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그 역사적인 실험대가 바로 한반도이며, 조만간 역사적인 실험결과가 나오게 되지 않을까싶다. 노무현 대통령의 시각은 이미 여기까지 와 있었다.

 

[대통령 노무현]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에게 역사의 사실을 존중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열정적인 대통령인 노무현도 스스로의 한계를 절감한 적이 있다. 이는 다름 아닌 외교 분야에서 있었으며, 바로 미국과의 외교가 그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 외교 중 2가지 분야에서 지지자들에게 큰 반대를 받았다. 하나는 이라크 파병이고, 다른 하나는 한미FTA였다. 이 책에는 이 두 사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입장으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는 부분이 있다.

 

일단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해서는 스스로 잘못된 선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부분이 너무나도 놀랍다. 스스로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그대로 실행하였다니…. 이는 비단 나 뿐만이 아닌 오연호 대표기자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선택에는 현실주의자였던 노무현이었기에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으로서 변명하고 있다.

 

이러한 변명이 결코 엉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 처신을 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는 부분이 명백히 있었을 것이며,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소신에 최선을 다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병력 1만이 아닌 비전투병력 3천을 보냈고, 이는 미국과의 외교에서 플러스요인이 되었다며 자평하고 있다.

 

그럼 한미FTA는? 이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입장처럼 선공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어차피 세계는 글로벌화가 되며, 시장자유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FTA는 압력에 대한 굴종이 아닌, 새로운 시장으로의 개척이라고 보았으며, 그러한 확신이 있었기에 FTA에 대해 강력하게 주장 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주의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 바로 역사의 사실을 존중하라는 것이었다. 진보주의자들의 개방문제에 관한 주장 중에서 사실로 증명된 것은 없고 현실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에서 그 교훈을 얻기를 원하였고 시대에 역행하기 보다도 어려운 현실을 과감하게 돌파하여 결국 승리를 쟁취하는 쪽을 택하였던 것이다.

 

대통령으로서의 노무현은 자신의 이상과 함께 국가를 생각하는 현실주의적인 진보주의자였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노무현의 정치철학을 그대로 만나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진보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된다.

 

[바보 노무현]

무릇 공동체 살림을 살겠다고 하는 사람이면 바보로 살아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별명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국민들의 십중팔구는 입을 모아서 한 목소리로 대답할 것이다. '바보'라고. 도대체 노무현 대통령은 왜 바보가 되었고, 왜 바보라고 불리는 것을 스스로도 좋아할까?

 

본디 노무현 대통령은 바보라는 말을 들으면 서글펐다고 한다. 네티즌들이 바보라는 애칭을 붙여주기 전까지, 그에게 있어서 바보라는 말은 현실에 타협할 줄 모르는 노무현에 대해 약간 비아냥거리는 어조의 그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 네티즌이 바보 노무현이라고 부르면서 그의 바보관(?)은 달라지게 된다.

 

한 네티즌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를 외치면서 끊임없이 부산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 바보라고 외쳤다. 하지만 그 바보는 '거짓말하지 않고 정직하며 소신과 지조를 지키고 야합하지 않는 바보'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글에 큰 감명을 받고 스스로도 바보 노무현이라고 부르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이렇게 우직하고 뚝심 있는 순수한 바보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한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노무현은 이렇게 말한다. 정치인들은 바보가 되어야 한다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바보라는 얘기가 이런거 아니겠습니까?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영악하지 않았다. 이거 아니겠습니까? 공공재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라고 얘기하는 것인데, 신뢰와 원칙을 위해서 자기 이익을 포기한 사람한테 붙여주는 애칭이 바보 아니겠어요. 무릇 공동체 살림을 살겠다고 하는 사람이면 바보로 살아야 합니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는 바보가 되어야 한다…. 이 말을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누구를 생각하고 있었을까? 바로 당시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이명박씨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걱정하고 있었다. 이명박씨는 결코 바보가 아니었기 때문에. 공동체의 이익보다 자신과 소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업의 CEO로 살아왔기 때문에. 결국 그러한 노무현 대통령의 예측은 맞아 떨어진 것일까?

 

[사상가 노무현]

결국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행동 속에, 궁극적으로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작은 비석 특강'이었다. 이 '작은 비석 특강'이 실망스러워서 아쉬운 게 아닌,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사상을 드러내기에는 결코 길지 않아서 아쉬웠다는 것이다. 이 글은 일방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오연호 대표기자에게 강연하는 식으로 짜여 있다. 하지만 자기 할 말만 하기보다도 새로운 진보와 정치에 대해서 제시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아쉽다는 점은 바로 이 점이다. 이 부분은 오연호 대표기자에게 전해들은 것도 사실은 감지덕지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책으로 집필하여 국민들에게 알려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란 아쉬움이다. 이 특강은 굉장히 시사 하는 바가 크고, 노무현 대통령의 날카로운 분석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기에서는 그동안의 정치학에 있어서 수많은 화두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역사에 있어서 정치가 무엇이었으며 그 구도는 어떻게 바뀌어왔고, 또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라는 문제, 그리고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은 무엇이며, 어떤 게 더 우선시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그리고 지도자의 비전과 역사인식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문제, 보수와 진보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 등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권력은 시민에게 있다는 것이며, 시민은 이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역사에서는 하늘이 권력을 내어줬다고 하며 소수 지배층을 정당화시켰으나, 시민들의 각성으로 인하여 결국 권력은 사람에게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진행 중이며, 이 역사적 변화가 완성되려면 기득권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으로 보인다.

 

민주주의란 시민의 의사가 정치에 반영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시민의 역할은 중요하다. 민주주의란 결국 시민들이 행동하는 것이며, 이게 가장 큰 원동력이고 가장 큰 권력임을 깨닫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시각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현실은 어떤가? 민주주의는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탄압받고 언로는 계속 닫혀가고 있다. 인터넷은 봉쇄되며 정부에 대한 비판은 탄압받는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 검찰은 어용화되어 과거 정권에 대한 복수에만 눈을 번득이고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죽임을 당하게' 되었다.

 

이제 진정한 시민각성이 있어야 할 시점이며, 이는 집단지성으로 나타나야 할 때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끝까지 말하려고 했던 가치는 여기에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 땅에 자리 잡기를 원하였으며, 그러한 노무현 대통령의 생생한 육성은 이 책에 담겨져 있다. 김대중 대통령도 이와 동일한 생각을 하였기에 이 책에 자신의 마음속에 깊이 담아둔 추도사를 거리낌 없이 준 게 아닐까?

덧붙이는 글 |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를 하루 만에 읽고 감명받아서 쓴 기사입니다. 다소 양이 많은 것에 대해서 양해 부탁드립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이라고만 씁니다. 저에게 있어 대통령은 오직 노무현 대통령 뿐이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 대통령 노무현과 기자 오연호의 3일간 심층 대화, 개정판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2017)


태그:#노무현,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노무현 대통령, #오마이뉴스,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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