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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우리의 후손, 아동들의 것'이라고 쉽게 얘기하지만, 아동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은 언제나 '이중적'이다. 힘이 없는 만큼 보호 대상으로 여기지만, 힘이 없기 때문에 아동들의 의사는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 아동학대와 아동폭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아이들의 뜻과는 상관없는 어른들의 선택(일례로 강압적인 사교육)조차 때로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그 과정에서 아동의 권리(생존권, 발달권, 보호권, 참여권)는 언제나 논외대상이고, 아동은 힘과 조직력이 없는 까닭에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분들이 있잖아요. 자식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끼려고 하고요. 그럴 경우 아이의 뜻과는 상관없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바로 아이의 참여권이 훼손되는 경우입니다. 반대로 부모의 경제적인 능력이나 주변 환경 때문에 바르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지 않는 아이들은 생존권과 발달권을 침해 받는 경우고요."

 

올해로 창립 90주년을 맞이한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국제아동권리기관)의 전북지부장을 맡고 있는 유혜영(36)씨는 이렇게 침해받는 아동권을 위해 각종 사업과 상담 및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동복지 전문가이다.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는 희망의 단서는 바로 아동'이라고 주장하는 유혜영 지부장을 지난 3일 만나봤다.

 

"아동권리, 어른들 잣대에 따라 왜곡"

 

유혜영 전북지부장이 주장하는 아동권은 크게 생존권, 발달권, 보호권, 참여권으로 나뉜다. 이는 올해로 제정 20주년을 맞이한 'UN 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것으로, "만 18세 아동은 어떤 경우에라도 인종이나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 등에 따른 어떤 종류의 차별로부터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계층의 인권, 예를 들어 여성인권, 노인인권, 장애인인권과 달리 아동권은 실제로 지역사회 내에서 그렇게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우선 아동은 선거권이 없고 조직력이 없기 때문에 이들의 의사가 정책적으로 반영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또한 '아동은 어른들의 말에 따르는 존재'라는 생각이 강해 이들의 권리는 어른들의 잣대에 따라 왜곡되기 일쑤다.

 

"체벌만 해도 그렇죠. 예전부터 '때려야 말을 듣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체벌논쟁이 끊이지 않는 것도 아이들을 어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이에요. 세이브더칠드런에서는 긍정적인 훈육을 내세우며 '체벌은 안된다'라는 입장입니다. 또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생존권과 발달권이 달라지고, 아동에 대한 부모의 관심 여하에 따라 때로는 참여권 등이 침해받기도 합니다. 심지어 아동폭력이 존재하기도 하는데, 이젠 소리없는 아동에 대해 지역사회에서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나 싶어요."

 

"아동권리, 상담사 아닌 지역민 관심 필요"

 

대학에서 아동복지를 전공한 뒤, 올해로 10년 넘게 아동복지와 사회복지 일을 해오고 있는 유 지부장은 아직까지 지역사회에서는 아동권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세이브더칠드런이 1953년 한국에서 처음 활동을 시작할 당시 전쟁고아와 미망인이 많은 서울·인천·경기 지역과 부산 등지에서 주로 사업을 펼쳤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와 민간에서 운영하는 아동센터들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

 

"아동·청소년 복지법이 올해 통합되면서 관련 정책들도 이제 입안되기 시작했어요. 그전까지는 사실상 아동권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미비한 수준이었던 거죠. 특히 아동권은 아동센터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의 몫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많았고요. 하지만 진정한 아동권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 주민들의 관심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유 지부장은 우리 주변의 아이가 맞지는 않는지, 다른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아동복지가 실현된다고 밝혔다. 또한 아이의 의욕보다 부모의 의욕이 앞서 아이들을 옭아매지 않는지도 돌아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국제아동권리기관) 전북지부는?

 

한편,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1919년 영국인 에글렌타인 젭 여사가 창립한 국제아동권리기관이다. 그녀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보며 '아동에게는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가 있다'는 아동권리 선언을 하고,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국제아동권리기관)을 창립하기에 이르렀다.

 

올해로 90주년을 맞이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53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6월 한국어린이보호재단과 합병하고 현재는 국내에 29개 사업장을 두고 있다.

 

전북지부의 경우에는 지난 2000년 한국어린이보호재단 전북지부로 활동을 시작한 이래, 2004년 합병과정에서 지금의 세이브더칠드런 전북지부로 이름을 바꿨다. 전북지부는 현재 전주시 인후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유혜영씨는 작년 6월부터 지부장으로 일해오는 중이다.

 

세이브더칠드런 전북지부는 인후동에서 '새움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부차원에서는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북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새움지역아동센터는 인후동 아동을 중점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한다.

 

"지부차원에서는 저소득층 자녀와 차상위계층 아이들에게 석식을 제공해주는 무료급식사업과 의료비 및 장학금 등을 지원하는 사례관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반면, 지역 아동들의 학습지도와 상담 등 집중적인 관리를 위해 별도로 새움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죠."

 

2006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새움지역아동센터는 현재 인근지역 아동(대부분 저소득층 가정 자녀) 29명을 대상으로 야간보호·교육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내 자산은 바로 아이들"

 

올 7월말에서 8월 사이, 구 인후1동사무소로 이전을 준비 중인 세이브더칠드런 전북지부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그만큼 지부장을 맡고 있는 유혜영씨도 각오가 남다르다.

 

"사실, 그동안은 세이브더칠드런 전북지부가 많은 활동을 못 한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전을 하고 나면 지역사회 모든 아동이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곳이라 느낄 수 있도록 센터를 만들어 나갈 생각이랍니다. 기관장으로서는 기관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후원금 등을 확보하는데 신경 쓸 계획이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지역사회 내에서 아동들을 위한 관심과 정책이 조금 더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제 실수를 저지른 아이가 내일 반성을 하고, 십 년 전 아이가 올해 취직을 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힘이 난다는 유혜영 지부장. 그녀는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과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야 말로 자신이 이 길을 걸어 나가는 이유라고 전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당시 상담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저의 후원자와 정신적 지주예요. 아이들이야 말로 제 자산인 셈이죠."

 

행복한 아이들. 자신감 넘치는 아이들. 그들로부터 미래의 희망을 본다는 유혜영 지부장은 그래서 오늘도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의 기쁨을 위해, 기꺼이 고민에 빠진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아동권, #아동권리,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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