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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한국의 '몽마르트르'(?) 언덕이라는 통영 동피랑에 다녀왔습니다. 강의가 있어 통영에 갔다가 일정이 끝난 후에 예정에 없던 동피랑을 둘러보고 통영문학제 구경도 하고 왔습니다. 블로거들이 동피랑에 다녀와 쓴 글을 여러 번 보면서 언제 한 번 가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마침 통영에 간 김에 둘러보고 왔습니다.

 

작년 8월에 동피랑을 한 번 둘러보았다는 선배님께서 이것 저것 여러가지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동피랑의 피랑은 '벼랑'의 통영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동피랑'은 동쪽 끝 벼랑이라는 뜻이라고 하더군요. 이름 그대로 바다를 내려다 보는 언덕 위에 마을이 있더군요.

 

특별히 표지판이 없어도 강구항 공영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언덕 위를 쳐다보면 벽화가 눈에 띄어 쉽게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그림을 따라서 언덕 꼭대기까지 둘러 볼 수 있도록 화살표 안내가 잘 되어 있구요.

 

선배님께서는 "동피랑은 공공디자인이 지역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시더군요. 마을을 둘러 보면서 그런 생각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진 탓인지 늦은 토요일 오후인데도 적지 않은 관광객들이 마을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통영시에서 철거를 계획했던 마을에 '관광객'이 몰려오는 대변신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 벽화들이 아니라면, 결코 이 동네를 찾아올 것 같지 않은 젊은 사람들이 신나게 웃고 떠들면서 사진을 찍더군요. 벽화 속의 아이와 손을 잡고, 벽화 속의 공룡과 마주보며,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참 이색적이었습니다.

 

 

마산에도 공공디자인으로 벽화를 그려 놓은 곳이 있는데, 동피랑 같은 성공(?)을 거두고 있지는 못합니다. 한 마디로 많은 사람들이 벽화를 보러 일부러 찾아 오지는 않다는 뜻이지요. 동피랑 성공 사례에는 두 가지 남다른 특징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는 이름입니다. '동피랑'이라는 어감이 참 멋집니다. 누가 언제부터 동피랑이라고 불렀는지 모르지만, 실제로 마을에 와 보기 전에도 '동피랑 마을'이라는 명칭만 들어도 뭔가 아기자기하고 예쁜 마을일 것 같다는 느낌을 같게 됩니다. 저만 그런가요?

 

둘째는 경관입니다. 동피랑 마을에서 내려다보는 '강구항'이 멋집니다. 통영이라는 도시 그리고 바닷가를 내려다보는 언덕에 동피랑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동피랑이 통영 바닷가가 아니라 서울 시내 복판에 있었어도 성공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이 벽화 앞에서 음악회가 열렸다고 하더군요. 축대 아래에는 합창단이 노래를 하고 축대 위에서는 지휘자가 지휘를 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십니까? 재미와 상상력이 만들어 낸 멋진 축제였을 거라는 짐작을 해보았습니다.

 

 

이 공룡 그림이 그려져 있는 문을 열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문을 열어보지 않았지만 그냥 직감적으로 '화장실'일 거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혹, 화장실이 아니어도 '창고'겠지요.

 

그런데, 전국에서 찾아온 수 많은 관광객들이 이 화장실(혹은 창고)을 카메라에 담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여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화장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정확하겠지요.

 

아무튼, 이 화장실이 수많은 관광객의 카메라에 담길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동피랑 벽화는 2년마다 새 단장을 한다고 합니다. 작년 8월에 다녀오신 선배님께서는 벌써 작년에 비하여 바뀐 곳이 많다고 하시더군요. 벽화도 늘었고, 집과 벽화가 더 잘 어울리게 집을 새로 칠한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2년마다 새로 단장하기 때문에 몇 년 후에 다시 가면, 지난 번 방문 때와 달라지는 것. 이것도 참 재미있는 발상인 것 같습니다. 늘 갈 때마다 바뀌니... 저 번에 봤어 하고 그냥 갈 수가 없을 것 같거든요.

 

 

선배님께서는 이제 남은 중요한 과제는 이렇게 많이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인하여 마을 사람들에게도 뭔가 실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보기에도 그랬습니다. 지금은 그냥 방송에 소개된 유명한(?) 마을과 벽화만 둘러보고 가버리기 때문에 통영시 전체로 보면 관광 수입이 늘어날지 몰라도 이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이익이 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노인들이 많고, 소득이 높지 않은 분들이 사는 '동피랑 마을'이 그냥 구경거리만 되지 않고, 주민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소득 증대를 위한 아이디어가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동피랑, #통영, #벽화, #공공디자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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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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