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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청계천 상인들의 이주를 목적으로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조성중인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유통단지 '가든파이브'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청계천 상인들의 이주를 목적으로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조성중인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유통단지 '가든파이브'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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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상인들의 이주를 목적으로 조성 중인 동남권유통단지(가든파이브)가 애초 목적과 달리 일반분양으로 전환할 경우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수천억 원의 추가 이윤을 얻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높은 분양가로 인해 입주를 못하고 있는 청계천 이주상인들은 "서울시와 SH공사가 청계 상인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장삿속에 혈안이 돼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SH공사는 지난달까지 4차에 걸쳐 청계천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가든파이브 상가 특별분양과 우선분양 신청 접수를 받았다. 하지만 접수율은 40%를 밑돌았고, 분양률(계약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SH공사는 당초 오는 8월 말로 예정했던 일반분양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9월 그랜드 오픈을 위해서는 분양률을 70~80%까지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계천 상인이 입주하지 않아 SH공사에 귀속되는 물량 50%를 일반분양으로 공급했을 경우, 가블록에만 약 3500억 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계천 상인들의 계약률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SH공사의 수익 폭은 더 늘어나는 셈이다.   

청계천 상인들은 "우리가 가든파이브에 못 들어가도 서울시나 SH공사가 크게 상관하지 않는 것은 일반분양으로 돌려도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더 이상 장삿속에 매달리지 말고 청계천 이주 상인들의 분양률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계천 상인 분양률 저조해도 SH공사가 느긋했던 이유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가든파이브는 2003년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으로 상권을 잃은 청계천 상인들의 이주를 목적으로 조성 중인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유통단지다. 연면적 82만300㎡에 쇼핑과 레저를 위한 문화공간과 복합쇼핑몰, 아파트형 공장, 최신 공구와 기초 소재 상가 등 8000여 전문상가가 들어선다.

그러나 대부분 영세한 청계천 상인들은 높은 분양가 때문에 가든파이브 입주를 꺼려 초기 분양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시와 SH공사는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당초 이주 자격이 없던 청계천 일대 상인 6만여 명에게까지 우선분양 기회를 주는 '편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SH공사에 따르면 특별분양과 우선분양 신청자들이 모두 상가를 계약하더라도 총 8360개의 가든파이브 내 상가 분양률은 37% 수준에 그쳤다. 블록별 분양률 역시 가블록 55%, 나블록 20%, 다블록 6% 정도다. 특히 향후 전매 등을 위해 자금 마련 계획 없이 일단 신청부터 해놓은 상인들도 많아, 계약률은 이 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다점포로 추가 신청된 상가 388개 가운데 202개만 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든파이브의 분양률이 저조하자, 서울시와 SH공사는 일반분양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분양촉진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가든파이브의 일반분양가는 특별분양가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희수 SH공사 사업2본부장은 지난 5월 서울시의회에서 "특별분양가(조성원가)는 감정가(일반분양가)의 47.8%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제 원주민을 대상으로 공급된 300여 개의 상가가 감정가로 분양됐다.

서울시와 SH공사는 가든파이브의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일반분양 계획을 발표했지만, 사실 가든파이브는 청계천 이주 상인들 전용으로 건립됐다. 지난 2003년 이명박 전 시장 시절 추진된 청계천 복원 사업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계천 상인이 아닌 일반인을 상대로 분양을 하는 자체가 가든파이브 건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특히 SH공사는 일반분양을 통해 수천억 원의 예상치 못한 수익을 올리게 됐다. SH공사가 공개한 분양가에 따르면 가블록의 경우 당초 청계천 이주 상인이 모두 분양을 받을 경우 공급금액이 약 7167억8000만 원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청계천 상인의 가블록 내 상가 신청률은 55%이다. 실제 계약률은 다소 떨어질 것을 감안해 50%로 산정할 경우, SH공사는 나머지 50%를 일반분양으로 돌릴 수 있다. 일반분양가를 특별분양가의 2배로 계산하면 약 3583억9000만 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한다.

또한 가블록에 대한 청계천 상인의 계약률이 30%까지 떨어진다면, SH공사는 일반분양을 통해 무려 5017억4000만 원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만약 청계천 상인의 계약률이 70%까지 올라가더라도 SH공사는 2150억3000만 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한다. SH공사로서는 특별분양률이 저조하면 저조할수록 일반분양을 통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세운상가에서 전자부품업을 하고 있는 최한재(47)씨는 "서울시와 SH공사가 청계 상인들의 가든파이브 입주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는 것은 일반분양으로 돌려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삿속 때문 아니냐"고 지적했다.
 세운상가에서 전자부품업을 하고 있는 최한재(47)씨는 "서울시와 SH공사가 청계 상인들의 가든파이브 입주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는 것은 일반분양으로 돌려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삿속 때문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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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세운상가에서 전자부품업을 하고 있는 최한재(47)씨는 "상인들이 가든파이브에 입주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렇게 안하는 것은 일반분양으로 돌려도 큰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니냐"며 "그래서 (서울시나 SH공사가) 장삿속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이어 "일반분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청계천 이주상인들이 내야 할 분양가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며 "분양가를 깎아주는 전례를 만들기 힘들다면, 3~5년 동안은 관리비만 내게 하고 , 그 이후에 분양을 받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상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씨는 SH공사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와 관련 김남주 SH공사 공급관리팀장은 "경기 불황으로 일반분양가를 2배 이상 받기는 어렵겠지만, 특별분양가보다 높게 받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에 따른 수익은 지금까지의 (개장 지연에 따른) 손실금 처리에 쓰이거나, SH공사의 자체 수입으로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전 시장 "조성원가 분양"... SH공사는 "분양 장사?"

앞서 SH공사는 가든파이브 건립 당시 공사 이윤을 과다하게 포함하는 등 애초에 분양가를 너무 높게 책정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SH공사가 발표한 가든파이브 조성원가가 건설사들이 산정한 원가에 비해 3.3㎡당 100만 원가량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이명박 전 시장은 청계천 이주 상인에게 가든파이브를 조성원가에 특별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SH공사는 지난해 7월 청계천 상인들에게 분양가를 통보하면서 생활용품과 패션·가전매장인 가블록은 3.3㎡당 597만7000원, 공구상가인 다블록은 3.3㎡당 477만4000원이라고 밝혔다.

특히 연면적 42만6636㎡인 가블록의 조성원가는 건축비 6295억 원과 토지비 1416억 원 등 총 7712억 원이었다. 연면적 27만3851㎡인 다블록의 원가는 건축비 3559억 원과 토지비 393억 원 등 총 3953억 원이다.

동남권유통단지 상권활성화계획 보고서.
 동남권유통단지 상권활성화계획 보고서.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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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SH공사가 발표한 조성원가는 지난 2006년 건설사들이 제시한 입찰 원가에 비해 20% 이상 치솟은 것이었다. 건설사들이 SH공사에 제출한 '상권활성화 계획 내부 문건'에 따르면 가블록 시공사인 GS건설은 3.3㎡당 분양가를 490만 원에 산정했다. 또한 건축비는 5459억 원, 토지비 569억 원이었고, SH공사 사업이익 301억 원까지 포함해 총 사업비는 6330억 원이었다. 다블록 시공사인 대림산업도 3.3㎡당 분양가를 377만8000원에 제시했다.

결국 가블록 1380억 원, 다블록은 827억 원 등 모두 2200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 차액이 건설사와 SH공사의 몫이 된다. 당시 SH공사측은 "건축비 상승분을 추가한 데다 홍보비와 운영관리비 기반시설부담금 등 원가 증가 요인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계천 상인들은 "물가 상승을 핑계로 상인들에게 분양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 문제는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유정복 한나라당 의원은 "동남권 유통단지는 사업초기부터 건설업체들이 입찰을 위해 평가위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의혹을 받아 도덕적으로 질타를 받았던 지역"이라며 "이제 분양가까지 끊임없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태그:#동남권유통단지, #청계천 이주 상인, #SH공사, #이명박 전 시장, #가든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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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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