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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장수의 죽음에 슬피 울던 천마의 발굽!!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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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진산'인 계양산에서 큰 활기가 서쪽으로 뻗쳐 형성된 철마산의 원래 이름은 천마산(天馬山)이다.

 

천마산이 철마산으로 이름이 바뀐 것은 망할 일제 때문이다. 강제합방 직후 일제가 전국을 측량할 때, 이곳에 온 일본인 측량기사가 '천마'를 '철마'로 빗듣고 무심하게 기록한 뒤부터라고 한다.

 

 

관련해 천마산에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양어깨에 날개가 달린 천마(天馬)가 살았고, 산 아래 남쪽에 아기장수가 태어났다는 전설이 있다.

 

천마가 그 모습을 사람들에게 가까이서 보인 적은 없지만, 이따금 말 울음소리가 들리고 동이 틀 새벽 하늘에 날개를 힘차게 저으며 날아가는 말을 멀리선 본 사람도 더러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옛부터 사람들은 구태여 천마를 찾아보려 하지 않았는데 산 구석구석을 헤매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근처에 영웅이 태어나고 그 말을 타고 출정할 것이라는 신령스런 전설 때문이다.

 

그러다 조선중기, 산 남쪽 아랫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버섯이나 나물을 캐어 먹고사는 합천이씨가 몇 가구 살았는데, 이 집안에 사람들 칭찬이 자자한 젊은 부부가 살았는데 결혼 십 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없었다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밤, 부지런하고 얌전한 아내가 말이 힘차게 품안으로 들어오는 꿈(태몽)을 꾸고 아기를 갖게 되었다. 열 달이 지난 뒤 부부는 등에 북두칠성이 있고 눈이 부리부리하고 총명하고 어깨가 넓은 사내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는 열흘 만에 혼자 일어나 걷기를 했고 한 달 만에 뛰어다녔다.

 

백일이 되자 아이는 맷돌을 번쩍 들어올렸고, 몸도 민첩해 방바닥에서 벽을 타고 달려올라가 천장을 타고 뛰다가 반대편 벽을 타고 뛰어내리고, 초가지붕 위로 휙휙 날라 다녔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우리 마을에 아기장수가 태어났구나"하고 경탄했고, 이 소식은 관아까지 전해졌다.

 

 

나라 지킬 천마와 아기장수만 살았더라면...

 

'콩을 한 줌 뿌리면 그것이 병사가 되고 팥을 한 줌 뿌리면 그것이 모두 군마가 되어 막강한 군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아기장수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고을 사또는 마을을 찾았는데, '아기장수가 나오면 역적이 되어 나라를 망친다'는 속설까지 믿고 있던 어리석은 사또는 아기를 광에 가두게 한다.

 

사또가 돌아간 뒤 아기장수의 부모는 아기를 광에 가두고 눈물로 시간을 보내는데, 아기장수를 죽이기 위해 서울에서 관군이 내려와 아기와 일가를 모두 죽일 것이라는 소문이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그러자 아기장수의 아비는 "아기야, 나를 용서해라. 네가 관군에게 잡혀 죽고 일가가 몰살 당하느니 너의 목숨을 내가 끊는게 낫다"고 말하니, 아기는 "저를 묻을 때 콩 다섯 섬과 팥 다섯 섬을 가이 묻어 주세요"라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결국 아비는 아기장수를 다듬잇돌로 눌러죽이고 땅에 묻으며 콩과 팥을 묻었다. 다음날 관군이 몰려와 아기장수의 무덤에 이르렀는데, 아기장수는 죽지 않고 살아 있었고 아기와 함께 묻은 콩은 군사가 되고 팥은 군마가 되어 아기장수를 호위하려 일어나려 했다.

 

 

 

이에 놀라 관군 장수는 "어서 진압하라! 어서 저 역적들을 죽여라!"라고 소리쳤고, 아기장수는 눈물을 흘리며 "왜 나를 역적이라 하십니까? 머잖아 나라에 쳐들어 올 적군을 맞아 싸우다 죽게 해주십시오!"라며 하소연했지만, 관군은 아기장수를 칼로 내리쳐 죽이고 만다.

 

그러자 천마산 골짜기에서 천마의 울음소리가 하늘을 흔들며 들려왔고, 천마가 힘차게 날개를 휘저으며 달려와 아기장수의 주검 위를 한나절 동안 선회하며 슬피 울다 땅으로 떨어져 죽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은 아기장수 무덤 옆에 천마를 묻어주었는데, 인천 서구 심곡동이 도시계획으로 지각 전체가 뒤바뀌기 전 마을에는 말 무덤이 있었다. 무덤처럼 불룩 솟은 둔덕을 마을 사람들은 천마의 무덤이라 여겨 왔었다.

 

아기장수와 천마가 죽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임진왜란이 터졌고, 왜군에 의해 조선의 강토가 유린당하고 수많은 백성들의 목숨이 그들의 발굽에 짓밟혔다 한다. 마을 사람들은 어리석은 관군 때문에 아기장수와 천마만 죽지 않았다면, 아마 왜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남았을 것이라 탄식했다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천마산, #철마산, #아기장수, #말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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