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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27일한일 서불학술좌담회를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 한일 서불학술좌담회 기념촬영 2009년 6월 27일한일 서불학술좌담회를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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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21년, 중국 천하를 통일하고 스스로를 첫 황제라 부르게 했던 진시황제. 불노불사를 꿈꾸었던 그는 방사 서복으로 하여금 불로초를 캐러 가도록 만든다. 서복은 배 60척, 일행 5천명, 동남동녀 3천명을 거느리고 먼 항해 길에 나선다.

그중 한 곳이 거제도 해금강. 해금강이 있는 우제봉 암벽에는 '서불과차(徐巿過此)'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고 전해오고 있다. 그런데, 1959년 '사라' 태풍으로 글자가 새겨져 있던 암벽이 떨어져 나가 지금은 흔적을 찾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불 일행이 유숙했다고 전해지는 서불 유숙지. 경남 거제시 일운면 와현 마을이 그 곳이다. 와현 마을의 옛 이름은 '누우래'다. '누우래'는 '눕다'라는 뜻으로 서불 일행이 불로초를 캐러가기 위해 이 마을에서 유숙했다고 전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설을 바탕으로 거제도와 서불의 관계 찾기를 시도하는 단체가 있어, 이 지역에서는, 현재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거제서불연구회(회장 이무홍)가 주최한 한-일 서불연구회 학술좌담회 개최가 그것.

'서불'의 이것저것 야메시와 한국 중국의 우호관계를 발표하고 있다.
▲ 아카사키 박사 발표 '서불'의 이것저것 야메시와 한국 중국의 우호관계를 발표하고 있다.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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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는 일본에서 키타지마 후지타카(후쿠오카현 야메시 부시장)씨와 발표자인 아카사키 토시오(야메시청 문화재계장, 고고학 박사)씨 등 2명이 참석하여 서불 연구와 관련한 자료를 공개하고 발표함으로써, 이 지역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아카사키 박사는 거제와 서불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해금강을 10여 차례 방문한 바 있다.

"현재 한국에서 서불의 흔적은 제주도 정방폭포에 새겨졌다던 '서불과차(徐巿過此)'와 남해 금산 금석문에 새겨진 글자가 두 곳 모두 글자체나 모양이 비슷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록과 근거를 추적해 보면 서불이 불로초를 캐기 위해 남해, 거제도 그리고 제주도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매년 1월 20일 동남산에서 낙엽을 태워 연기를 나게하여 서불의 혼을 달래는 행사. 2200년전, 서불이 폭풍우로 배가 난파해 동남산 산내에 표류한 것을 마을사람들이 불을 지펴 극진하게 간호하였으나,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숨을 거두었다는 전설이 내려져 오고 있음.
▲ 동남산 서불축제 매년 1월 20일 동남산에서 낙엽을 태워 연기를 나게하여 서불의 혼을 달래는 행사. 2200년전, 서불이 폭풍우로 배가 난파해 동남산 산내에 표류한 것을 마을사람들이 불을 지펴 극진하게 간호하였으나,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숨을 거두었다는 전설이 내려져 오고 있음.
ⓒ 아카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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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측 아카사키 박사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서불이 거제도를 거쳐 지나갔음을 추측하면서, 거제서불연구회가 체계적인 탐사활동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서불 연구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문을 해 주겠다는 의사도 전달하였다. 실제로 다음날, 일본 애지현립대학 쓰지 시호 국제문화학 박사의 동의를 얻어, 2명이 공동으로 거제서불연구회 고문으로 활동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이 단체는 서불연구 활동에 큰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불이 태어난 중국 연운항시에 있는 서불동상과 기념비
▲ 서불상과 기념비 서불이 태어난 중국 연운항시에 있는 서불동상과 기념비
ⓒ 아카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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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연구 결과에 따라 와현 마을 '매미공원'에 세워져 있는 '서불유숙기념지' 주변으로 서불의 입석상과 동남동녀 상을 제작 설치한다면, 일본과 중국의 관광객을 불러들일 수 있는 좋은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면서, "약수터 이름도 '서불약수터'라 이름 붙이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서불이 태어난 중국 연운항시에 있는 서불 기념상
▲ 서불상 서불이 태어난 중국 연운항시에 있는 서불 기념상
ⓒ 아카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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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한국 측 발표자로는 거제서불연구회 이성보(시인, 거제자연예술랜드 대표) 고문의 '거제도에서의 서불과 불로 장생초'라는 주제였다. 경남 거제시 남부면에 위치한 대한민국 명승 2호인 해금강은 서불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중요한 곳이다.

"해금강의 본래 명칭은 칡이 많다고 하여 칡 섬이라 불린 갈도(葛島)였다. 이 해금강 섬 옆에는 우제봉(雨祭峯)이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 우제봉을 서가람산(徐伽藍山)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한다. '가람'이란 승려가 불도를 닦는 집이라는 말로서, 절경에 반한 서불이 은둔한 곳이라고 한다. 우제봉이란 기우제를 올린 곳으로, 이곳에서 기우제를 올리면 영험이 있다는 전설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해금강 북단에는 사자암이라 부르는 바위섬이 있다. 옛적엔, 마을 노인들은 이 사자암을 '굴레섬'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굴레는 그네의 사투리로 해금강 천년송이 있던 바위와 사자암에서 그네를 타고 노닐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우제봉', '서불과차', '해금강', '굴레섬', '서가람산' 등을 미루어 보면 서불이 거제도에 상당 기간 머물렀음을 알 수 있는 근거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측 발표자로 나선 거제서불연구회 이성보 고문이 '거제도에서의 서불과 불로장생초'라는 주제를 가지고 발표하고 있다.
▲ 이성보 고문 발표 한국 측 발표자로 나선 거제서불연구회 이성보 고문이 '거제도에서의 서불과 불로장생초'라는 주제를 가지고 발표하고 있다.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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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문은 "서불은 항로마다 족적을 남겼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해금강이며, 서불이 유숙했던 와현 마을과 해금강의 집중 탐사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연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어 '거제서불연구회의 발전방향과 추진과제'라는 주제는 김영완(거제서불연구회원)씨가 맡았다. 김 회원은 연구회 초창기부터 참여한 활동가로 잘 알려져 있다.

"서불은 거제지역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구전돼 온 전설 속의 인물이다. 우리 할아버지 세대들은 다 아는 이야기다. 이제는 우리 후세들이 서불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하고, 기록을 탐사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필요하다면, 전문가 그룹을 영입할 필요가 있다.

한일 서불학술좌담회의 모습
▲ 한일 서불학술좌담회 한일 서불학술좌담회의 모습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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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거제지역의 중요한 관광자원을 만들어 글로벌 시대에 걸맞도록 해야 한다. 서불에 대한 연구가 일본과 중국에 비하여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착실히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다행히, 오늘 이 자리에는 일본에서 서불 전문가로 알려진 아카사키 고고학 박사의 발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진시황이 갈망했던 '불노불사'는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적인 과제였다. 현재의 의학도 인간의 생명과 관계되는 일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지 않은가? 시대는 달랐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의 원초적 욕구인 오래 살고 싶은 '영원불멸'의 꿈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불로초를 캐러가는 서불의 행적 찾기야말로, 지금의 우리들에게 불노불사의 길을 찾는 메시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일본 국가지정 중요유형 민속문화재인 동남동녀 3천상
▲ 동남동녀 3천상 일본 국가지정 중요유형 민속문화재인 동남동녀 3천상
ⓒ 아카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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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거제서불연구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연구회가 향후 논의할 과제가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거제도와 서불의 관계를 정립할 수 있는 서불의 흔적 찾기와 고증을 통한 기록유지 및 논리 개발로 국제적인 학술 심포지움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다음으로, 서불 기념관 건립과 동상을 세우고, 3천 동남동녀 조각상을 설치하여 관광자원화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최종적으로는 서불의 발자취를 재현한다는 것. 서불은 기원전 255년 제나라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그의 두 번에 걸친 불로초 찾기 여행은 한국과 일본을 찾아 헤맸다. 따라서 고증을 통하여 당시의 배를 건조하고, '불로장생초' 찾기를 위한 해금강까지 바닷길을 탐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한다는 것이다. 이런 테마를 바탕으로 '서불축제' 또는 '불로장생초' 축제를 기획한다면, 일본과 중국의 관광객이 대거 몰려들어 관광거제 발전에도 큰 보탬이 된다는 주장이다.

경남 거제시 와현마을에 있는 서불유숙지 기념비와 석등(야메시에서 기증). 좌로부터 키타지마 야메시 부시장, 이무홍 회장, 아카사키 박사, 서화목 사무국장, 그리고 필자
▲ 서불유숙지 경남 거제시 와현마을에 있는 서불유숙지 기념비와 석등(야메시에서 기증). 좌로부터 키타지마 야메시 부시장, 이무홍 회장, 아카사키 박사, 서화목 사무국장, 그리고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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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서불은 별로 알려진 게 없다. 그러나 중국민의 90%와 일본국민의 10%는 서불이 무엇을 한 사람인지를 알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서불과 관련한 전설이 30여 지역에서 전해져 오고 있다. 이를 토대로 서불유적지를 조성하고 관광 상품화로 많은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실정. 대표적 서불 전설지로서는 사가현에 많이 분포돼 있다. 부바이(서불이 상륙지를 점친 술잔이 흘러 도착한 곳), 서불이 판 우물과 심은 나무인 향목, 금립산을 향한 서불의 휴식 터 등이 조성돼 있다. 또한, 천포(서불일행이 천 필의 천을 깔고 전진한 곳)와 금립숲(금립산에 들어갈 때 도중에서 일박한 곳), 금립길, 금립산 산정, 금립신사 중궁, 손 씻는 관음과 낙석(서불이 발견한 손을 씻는 폭포), 학영선(서불이 발견한 샘물) 등 수많은 곳에 서불 전설을 테마로 서불의 이야기를 현실에 접목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2009년 6월 5일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진시황의 사자(使者)' 서불의 이야기가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이다. 한중일 180억 규모의 24부 대작이다. '엄마가 뿔났다', '조강지처클럽' 등을 제작한 삼화네트웍스 신현택 회장은 "서불의 드라마틱한 여정을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이 모여 드라마로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서불의 이야기는 일본에서 먼저 흥미를 가져 기획을 했다. 그래서 전체 제작비 180억 원 중 절반인 90억 원도 일본에서 대기로 했다"며 "주인공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타 중에서 섭외할 것이며, 한류 스타도 여러 명 캐스팅해 아시아 전체를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연구회원들은 서불 드라마 제작에 거제시가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서불학술좌담회에 참가한 일본 연구팀과 기념촬영(좌로부터 서화목 사무국장, 아카사키 박사, 윤종환 서불연구회원, 키타지마 야메시 부시장)
▲ 해금강 방문 기념촬영 한일 서불학술좌담회에 참가한 일본 연구팀과 기념촬영(좌로부터 서화목 사무국장, 아카사키 박사, 윤종환 서불연구회원, 키타지마 야메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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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개최한 한-일 서불학술 좌담회는 두 시간을 넘는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거제시의회에서도 이태재 의원(산건위원장), 강연기 의원, 이상문 의원 등 3명의 의원이 참여하여 질문 및 토론 시간도 가졌다. 또한, 이 단체는 오는 9월 26일부터 27일까지 중국 절강성 자계시에서 열리는 한중일 서불국제학술심포지움에 참가하여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향후, 거제서불연구회가 의미 있는 성과물을 도출해 낼 수만 있다면, 거제지역 주민들로부터 큰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다.


태그:#서불, #거제서불연구회, #아카사키, #해금강, #우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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