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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고군분투로 정부여당이 추진하려했던 비정규직 유예법안이 좌초됐다. 추 위원장은 비정규직의 고용보호가 건강한 경제발전 및 민주주의의 견인차라는 점을 강조하며 노동계와 시종일관 입장을 같이 했다. 지난 10년의 여당시절 민주당이 정리해고법안을 통과시킨 후 노동계와 줄곧 긴장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관료 출신의 보수성향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에서 추미애로 상징되는 '신진보'가 부상하는 순간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그간 민주당은 MB악법저지 등 야당성을 발휘해오긴 하였으나, 한편으로는 뉴민주당 플랜을 발표하며 사회경제정책에서 다시금 반쯤 한나라당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민주당 원로인 정대철 고문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중도우파까지 포용할 수 있는 정체성이 필요하다"며 우향우를 주문했고, 박상천 의원 등 당내 보수 의원들도 '중도개혁'을 내세우며 이에 동의했다. 뉴민주당 플랜은 이런 흐름에서 나온 것인데 부자를 적대시하지 않는 정책, 특권층까지 껴안는 정책 운운하며 한나라당의 선진화 방안과 흡사한 정책이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많은 의원들이 뉴민주당 플랜에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보수언론이 쳐놓은 색깔론에서 벗어나야

 

 문제는 이 같은 보수화 경향이 보수언론이 촘촘하게 짜놓은 이념틀에 묶여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며, 민주당 지지층조차 놓치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함정이라는 데 있다. 아마 정대철 고문이나 박상천 의원이 자신과 친한 사교모임에서 전달받은 목소리를 민심으로 받아들였지않나 볼 정도다. 정대철 고문은 그동안 참여정부가 '이념이 좌로 경도되어서 민심을 잃었다'고 언급해왔다.

 

박상천 의원의 트레이드마크인 중도개혁도 실상 '중도'에 방점이 찍힌 것인데, 참여정부 시절 소수야당 대표로서 그는 줄곧 참여정부를 좌파로 규정하고 이를 탈이념화 하자는 취지에서 중도를 말해왔다. 뉴민주당 플랜을 만든 김효석 의원도 탈이념정당을 민주당의 새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그들 모두 탈이념을 말하지만 실상 보수언론이 짜놓은 이념틀에 의존하여 좌쪽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으려는 이념편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편향에서 형성된 뉴민주당 플랜이라는 것은 결국 보수언론이 선진화라고 주장해왔던 과도한 시장주의의 수용이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렇게 보수언론의 색깔공세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가운데 과도한 시장화를 조금이라도 교정해보려는 대안은 과도한 규제=반시장, 반기업=저생산성=비효율로 격하되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민주당이 대표한다는 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창의적인 상상력'은 반시장인지 반기업인지 자체검열을 먼저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렇듯 스스로 정책대안 공간을 좁힌 것이 참여정부였고 더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 현재의 민주당이다.

 

서민을 위한 창조적 대안 내놓길 

 

 이런 면에서 추미애 위원장이 반시장이니 반기업이니 하는 보수언론의 십자포화를 뚫고 비정규직 유예를 저지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민주당이 지지층으로 삼고자 하는 서민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여당 10년 동안 등졌던 노동계와 연대한 것도 의미가 깊다. 앞으로 친노동=좌파=비효율로 이어지는 사상적 노이로제에서 벗어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향후 비정규직 사용제한이나 외주화 규제 등 서민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계 등 야권과 협력할 공간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스스로 민주주의 강화를 위해 시장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태그:#비정규직법, #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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