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장산마을로 가는 길
 장산마을로 가는 길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장산마을에는 포구가 없다

다시 포장도로를 걷는다. 자연스럽게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길도 흐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길은 어디로 흘러갈까? 지나치는 버스정류장에는 불무골이라 이름표가 붙었다. 바다 쪽으로는 새우양식장 수차가 연신 물을 돌리고 있다.

군데군데 새우음식점이 있는데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새우철인 겨울에만 장사를 하는가 보다. 장산마을로 들어선다. 마을입구에는 작은 가게가 있다. 작은 간판에 장산구매점이라고 써 있다. 가게 앞 냉장고는 덮개로 덮어놓았다. 가게 문도 닫혔다.

장산마을은 해안가에 큰 마을을 이루고 있다. 마을을 가로질러 간다. 현대식으로 개량해 놓은 집도 있고, 돌담이 남아있는 집도 있다. 그중에는 빈집도 있다. 골목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해안가를 찾아간다. 마을이 끝나는 곳에는 해안을 따라가는 시멘트 포장길이 나온다. 장산마을에는 포구가 없다.

인안방조제를 따라서

해안 길을 조금 걸으니 인안방조제가 시작된다. 인안방조제 안쪽으로 난 길은 무척 넓다. 차가 넉넉히 비켜갈 정도다. 둑 아래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간다. 비포장 된 넓은 길. 흙을 밟으며 걸어가는 기분이 좋다.

인안방조제 따라 가는 길
 인안방조제 따라 가는 길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장산갯벌관찰장. 갯벌도 말랐다.
 장산갯벌관찰장. 갯벌도 말랐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한쪽 집게발이 비정상적으로 큰 농게
 한쪽 집게발이 비정상적으로 큰 농게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태양광 발전소도 보인다. 발전용량이 1MW 라고 하며, '빛으로 만든 새로운 世上'이라고 큰 바위 표지석을 세웠다. 태양열이 친환경 에너지라고 하는데, 집열판이 넓은 면적을 차치하고 있어 그리 좋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맞은편으로 장산갯벌관찰장도 있다. 관찰장을 걸어들어간다. 갯벌이 말랐다. 짱뚱어는 다 어디로 가고 붉은 발을 비정상적으로 키운 농게가 구멍을 들락거린다. 조그만 소리가 나도 쏙!

쉬엄쉬엄 걸어가니 다리를 만난다. 인안교다. 거차마을에서 걸어오면서 처음 만난 다리다. 다리를 경계로 별량면을 벗어나 도사동(道沙洞)으로 건너간다. 다리는 쇠줄을 걸었다. 철새보호를 위해 차량 통행을 막았다고 안내하고 있다. 다리 앞에서 다리쉼을 한다. 물가로 장뚱어가 지들끼리 영역싸움을 하느라 펄 위에서 팔딱거린다.

갈대가 바람에 운다.

눈앞에 펼쳐지는 너른 개펄이 좋고 개펄 냄새를 이리저리 싣고 다니는 바람의 흔적이 좋다. 키 넘게 훌쩍 자란 갈대숲. 갈대들의 목이 꺾어져 있다. 모두 같은 방향이다. 바람은 가끔씩 갈대숲 사이로 들어온다. 그럴 때 갈대들은 자신의 내면 안에 숨긴 낡고 오래된 악기의 소리를 낸다. 어디로 갈까…… 고개 숙이고 끝없이 걸어가는 갈대들의 행렬은 순례자의 그것을 닮아 있다.  - 곽재구의 <포구기행> 중

인안방조제를 따라 걸어가는 길. 비포장 길을 한적하게 걸어간다. 이런길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인안방조제를 따라 걸어가는 길. 비포장 길을 한적하게 걸어간다. 이런길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길은 방조제를 따라간다. 방조제 둑에는 띠가 하얀 수염을 날리면서 바람에 춤을 춘다. 억새는 벌써 꽃을 피웠다. 짙은 자주색 꽃들이 바람을 즐기고 있다. 갈대가 키보다 더 크게 섰다. 바람에 잎을 비빈다. 사라락~ 사라라락~

갈대밭 사이로 모터보트가 커다란 엔진소리를 내면서 지나간다. 철새를 보호한다고 차량 통행도 금지하면서, 갈대밭 한가운데로 모터보트가 춤을 추면서 다니게 하다니…

갯골. 바라로 흐르는 길. 저 멀리 솔섬이 보인다.
 갯골. 바라로 흐르는 길. 저 멀리 솔섬이 보인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길을 걷다가 방조제 위로 올라선다. 갈대밭이 순천만을 가득 채우고 있다.
 길을 걷다가 방조제 위로 올라선다. 갈대밭이 순천만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한참을 걸어가다가 방조제 둑 위로 섰다, 갈대도 모양이 가지각색이다. 둑 너머로 펼쳐진 갈대는 아직 크게 자라지 않았다. 푸른 잎 위로 줄기만 앙상한 꽃대가 남았다. 지난 가을의 흔적을 아직 버리지 못했는가 보다. 그 흔적 끝으로 솔섬이 보인다. 솔섬에는 고슴도치 가시처럼 자란 소나무가 나름 아름답게 보인다.

대대포구 음식점은 정비 중

방조제 둑 너머로 무진교가 보인다. 순천만을 가로지르는 수로 건너편 탐방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람을 즐기고 있다. 하늘이 하루 종일 흐리더니 기어이 비를 뿌린다. 갈대밭을 즐기던 관광객들도 준비가 철저하다. 다들 우산을 펴고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던 길을 가고 있다.

건너편 탐방로에는 순천만을 찾은 사람들이 보인다.
 건너편 탐방로에는 순천만을 찾은 사람들이 보인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대대포구 음식점들은 임시휴업 중
 대대포구 음식점들은 임시휴업 중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점심도 먹지 않고 걸었다. 대대포구에서 짱뚱이탕 먹으려고. 그런데…. 대대포구 식당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안내문에는 '순천만을 국제적인 생태관광지로 가꾸기 위한 환경정비사업'으로 임시휴업 한단다. 난감!

배는 무척 고프다. 밥을 먹고 용산전망대로 가야 하는데. 할 수 없이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대대포구를 뒤로하고 나온다.

장뚱이탕 먹으려면

주차장 입구 관광안내소에서 식당을 물으니 도로변에 횟집을 안내한다.
"짱뚱이탕 먹으세요."
"그러려고요."
"조금 비싸더라도 전골이 나을 겁니다."
탕과 전골의 차이? 탕은 짱뚱이를 갈아서 끓이는데, 전골은 짱뚱이를 통째로 넣고 끓인 거란다.

짱뚱어 전골. 짱뚱어가 통채로 들어있다. 
짱뚱어탕 (大) 35,000원, (中) 25,000원.  짱뚱어전골 (大) 50,000원, (中) 35,000원.
 짱뚱어 전골. 짱뚱어가 통채로 들어있다. 짱뚱어탕 (大) 35,000원, (中) 25,000원. 짱뚱어전골 (大) 50,000원, (中) 35,000원.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소개한 식당은 개업한 지 석 달 정도 되었단다. 예전부터 있던 시골집은 개조해서 식당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짱뚱이가 산란철이라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 냉동된 걸로 끓이는데, 개업한 지 얼마 안 돼 보관된 게 없단다.

그래서 바로 잡아온 걸로 끓여서 맛이 더 좋다고 한다. 정말 싱싱하고 큰 놈들이 많이 들었다. "머리까지 드세요. 먹을 줄 아는 분들은 머리가 더 맛있다고 하데요." 식당아주머니는 머리만 골라 놓은 걸 보고 먹어보라고 한다.

비가 내린다. 식당을 나와 버스를 기다린다. 젊은 친구들이 쌍쌍이 버스를 기다리고 앉아있다. 보기 좋다. 반대편에서 버스가 들어온다. 오늘 용산전망대를 넘어가려는 계획은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덧붙이는 글 | 거차마을 가는 85번 시내버스 시간표(기점 출발기준) : 07:00, 09:40, 12:10, 14:30, 17:20, 19:25, 21:25(순천역이나 터미널을 지나가는 시간은 출발시간 10분 후)

대대포구 가는 67번 시내버스는 30분간격으로 수시 운항

걸은 거리 13km, 걸은 시간 5시간(쉬는 시간 포함)

이동 시간 내역 : 순천버스터미널 버스(09:50) - 거차(10:28) - 걷기시작(10:40) - 창산마을(11:02) - 죽전방조제(11:13) - 간식(11:20~11:45) - 도로(11:54) - 하포마을(12:13) - 우명마을(12:46) - 초가집(12:56) - 장산마을(13:26) - 인안방조제(13:33~43) - 장산갯벌관찰장(13:51) - 인안교(14:10) - 무진교(15:05) - 주차장(15:28) - 순천만 버스(16:43)



태그:#순천만, #장산 마을, #짱뚱어, #농게, #대대포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