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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군 주산면 배메산. 점선은 2차 토석채취 대상지이다. 이 안에는 지표조사도 제대로 끝나지 않은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부안군 주산면 배메산. 점선은 2차 토석채취 대상지이다. 이 안에는 지표조사도 제대로 끝나지 않은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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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내부 개발이 시작되면서 간척지 주변의 산들이 떨고 있다. 이미 외곽방조제에 살점을 내준 산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가운데 방수제 138km를 쌓기 위해 또다시 간척지 주변의 산들이 석산개발업자들의 '공략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새만금사업의 시행사인 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은 작년 11월 부안군 계화도와 의복리 주민들을 모아놓고 주민설명회라는 걸 열었다. 새만금사업 내부개발의 기본계획에 대한 것이 주내용이었는데 요지는 계화도의 양지마을 뒷산인 계화산 일부와 의복리 돈지마을 일원의 산을 헐어 토석을 채취한다는 것이었다. 본격적인 '산 허물기 작업'의 '예고편'인 셈이었다.

실제 그 첫 신호탄은 부안군 주산면 사산리에서 터져나왔다. (유)정일산업과 한빛개발이라는 두 석산개발업체가 주산면 사산리 산 76-1번지 일원의 산 23만9030㎡(7만2300평)에서 약 313만㎥의 토석을 채취하겠다고 전북도에 사업신청을 해놓고 오는 3일(금요일) 오전 10시 주산면 면사무소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사업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사업대상지는 백제시대 테머리식 토성인 소산리 산성이 있는 배메산의 서쪽 사면이다. 이 산은 이미 3년 전 끝물막이 공사를 위해 북사면과 남사면 일부의 살점을 내주었다. 이번 사업신청지는 북사면의 채석장을 서쪽으로 더 확장한 것이다. 

1975년 배메산 소산리 산성에서 출토된 볍씨자국 토기편. 1975년 이 볍씨자국 토기편이 출토됨으로써 한반도에서 일본보다 앞서 벼농사를 지었음이 입증되었다.
 1975년 배메산 소산리 산성에서 출토된 볍씨자국 토기편. 1975년 이 볍씨자국 토기편이 출토됨으로써 한반도에서 일본보다 앞서 벼농사를 지었음이 입증되었다.
ⓒ 허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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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문화재지'에 따르면 소산리 산성은 민무늬토기계 고지위곽유적이었던 것을 삼국시대에 이르러 성책을 만들었으며, 노출된 유물로는 삼각형석도편 4점, 마제화살촉선 3점, 마제석부편 1점, 첨두석기, 부형석기, 고석(敲石) 각 1점, 편평인석기 1점 등이다.

토기편으로는 적갈색사질민무늬토기, 홍도, 흑도 등의 조각들이 수집되었다. 유적출토품 중에서 다수의 삼각평석도편과 함께 채집된 볍씨자국이 있는 민무늬토기편이 있는데 이는 명홍색사질토기의 밑바닥에 벼잎자국과 함께 볍씨자국이 찍혀있다. 이는 당시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 된 벼농사를 표명하는 고고학적 자료로서 1975년에 학계에 보고되어 주목을 끌었다.

한편 배메산 남쪽 사면 채석장에서 100미터도 안되는 곳에는 10기 이상의 돌방무덤이 덮개석과 함께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2001년 이 지역을 조사한 전북대학교 윤덕향 교수(고고인류학)는 "토성은 삼한단계의 유적으로 판단되며, 그 주변지역에는 그와 관련된 유적 및 삼한을 전후한 시기의 유적이 존재하거나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전 지표조사가 이루어져야 하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 일대 토성 유적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매산 남사면 곳곳에 산재한 백제시대 돌방무덤
 배매산 남사면 곳곳에 산재한 백제시대 돌방무덤
ⓒ 허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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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원광대학교박물관에서 발행한 '부안군문화유적분포지도'를 보면 이번 토석채취허가신청지 지표상에서 대형의 회백색 타날문 옹관편, 회백색 타날문 토기편, 암갈색 타날문 토기편, 회청색 타날문 토기편, 청자편 등이 수습되었으며 이러한 유물 산포 양상으로 미루어 보아 원삼국시대에서 고려시대에 이르는 유적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배메산 전체는 아직 지표조사도 제대로 마치지 않은 백제시대 문화유적의 보고이다. 이 마을 김아무개(47)씨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수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배맷산을 지키기 위해 주산면 주민들은 '결사반대'의 투지를 굳히고 있다"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는 새만금 내부개발을 10년 앞당겨 2020년에 완공하겠다고 하였다. 얼마나 많은 산이 헐려 바다로 들어가야 할지 측량하기도 어렵다. 해양생태계의 파괴에 이은 거대한 육상생태계 파괴와 문화유적 파괴가 예고되고 있다.

비응도에서 바라본 새만금방조제 안쪽. 이 바다를 메우는 데 들어갈 토석 채취로 거대한 육상생태계 파괴가 예고되고 있다.
 비응도에서 바라본 새만금방조제 안쪽. 이 바다를 메우는 데 들어갈 토석 채취로 거대한 육상생태계 파괴가 예고되고 있다.
ⓒ 허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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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지역 인터넷신문 참소리에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새만금, #내부개발, #배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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