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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인 여름이다. 장맛비도 주룩주룩 내리고, 잠시 비가 그치기라도 하면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과 습기로 아주 죽을 맛이다.

특히, 습기가 많고 무덥다보면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흘러내리기 일쑤다. 이렇다보니 땀 냄새는 물론 집안에서도 습기로 인해 생기는 곰팡이 냄새로 진동을 한다.

나도 모르게 윗도리가 축축해지도록 흘러내리는 땀을 식히기 위해 시원한 바닷바람과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바닷가를 찾았다.

생선말리는 냄새 맡아 보셨나요? 안 맡아봤으면 말을 마세요

해수욕장 가는 길에 위치해 있는 멸치 건조장. 이곳에서 나는 것으로 예상되는 역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져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 멸치 건조장 해수욕장 가는 길에 위치해 있는 멸치 건조장. 이곳에서 나는 것으로 예상되는 역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져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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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앉아 시원한 바닷바람을 쏘이고 때로는 바닷물에 몸을 담가가며 땀을 식히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코끝을 자극하는 역한 냄새가 자연스레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이게 무슨 냄새지?"
"이거 생선냄새 아녀?"
"생선냄새? 그 냄새가 이렇게 역겨워?"
"뭐 말리나 본데? 야! 빨리 창문 닫아라"


더워 죽겠는데 도저히 차 창문을 열고 갈 수가 없어 창문을 올리고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다.

그 때 길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큰 창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멸치 냉풍 건조장"이라고 간판을 내건 걸 보니 냄새의 근원이 아닌가 생각됐다.

'지금이 멸치 말린 때인가?'

시기상으로는 멸치가 아닌 다른 생선을 말리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냄새는 맡아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 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차라리 화장실 냄새가 낫다 싶을 정도의 역겨운 냄새가 뜨거운 바람을 타고 날아와 허기도 날려버릴 정도였다.

건조장이 없는 집에서는 왜 냄새가 나지? 그 원인은?

수산물 시장에서는 생계를 위해 냄새가 나더라도 생선을 말릴 수밖에 없다. 상인들도 이 냄새가 싫다고 말하지만 생계가 달렸고, 또 이제는 어느정도 냄새에 익숙해져 그나마 괜찮다고 말한다.
▲ 수산물 시장에서 생선 말리는 풍경 수산물 시장에서는 생계를 위해 냄새가 나더라도 생선을 말릴 수밖에 없다. 상인들도 이 냄새가 싫다고 말하지만 생계가 달렸고, 또 이제는 어느정도 냄새에 익숙해져 그나마 괜찮다고 말한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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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의 근원지였던 건조장을 뒤로 하고 바닷가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똑같은 냄새가 집에서도 나는 게 아닌가! 건조장과는 한참을 떨어져 있는데 냄새가 나다니 이상했다.

"뭐야? 여기서 왜 아까 그 냄새가 나지?"
"글쎄, 이 근방에도 또 건조장이 있는 거 아녀?"
"없는데? 혹시 수산물 시장 쪽에서 날아 온 냄새인가?"
"뭐 그럴 수도 있지. 거기는 건조장이 아니더라도 그냥 말리는 사람들이 많잖아"


하긴 그럴 만도 했다. 태안 최대의 수산물 시장인 신진도 수산시장에서는 싱싱한 활어도 있지만, 포와 반건조 수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각 점포마다 항구길을 따라 생선을 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 수산물 시장 단골집의 한 상인은 "우리도 활어만 팔면 좋은데 이것저것 찾는 손님들이 많아 팔아먹으려면 어쩔 수 없이 말린 생선도 해야 되니께"하며 "여기서 수십 년을 살았지만 가끔 생선 냄새가 싫을 때도 있지만 이제는 적응이 돼서 그나마 괜찮어"라고 말하며 코를 막는 엄살을 부리기도 했다.

이 상인은 또 "냄새가 싫다고 안 말릴 수는 없잖여. 생계가 달린 일인디"하며 냄새는 싫지만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바닷가 사람들은 냄새와 생계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수산시장에서 매일 생선 냄새를 맡으며 살고 있는 사람들도 그런데 평소에는 비린 생선 냄새를 맡아보지 않았던 사람들은 오죽 하겠는가.

하여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난 집안의 모든 창문을 닫아 버렸다. 차라리 냄새보다는 더운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결국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창문을 열기에 이르렀다. 창문을 열자마자 바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무더위를 한 번에 날려버려 주었고, 등줄기를 타고 내리던 땀도 어느새 말라버릴 정도로 시원해졌다. 물론, 이로 인해 역겨운 생선 냄새는 다시 맡을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무더운 여름 무더위를 피하고 땀 냄새에서 벗어나자니 문을 열어야 하고, 생선 말리는 역겨운 냄새를 피하자니 문을 다시 닫아야 하고 지금 난 딜레마에 빠져있다.

덧붙이는 글 | '냄새나는 글' 응모글



태그:#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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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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