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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수단체가 부산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민주공원'을 '중앙공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부산지부는 최근 부산시 중구 영주동 산에 있는 민주공원 입구 게시대에 "잘못된 공원명칭 중앙공원으로 복원하자"는 내용의 펼침막을 내걸었다. 이 펼침막은 한때 철거되었다가 최근에 다시 내걸렸다.

 

이 단체는 널리 알려져 있는 '민주공원'이라 하지 말고 '중앙공원'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곳을 경유하는 시내버스는 2개 노선(38번, 43번)인데 모두 '민주공원'이란 표시가 붙어 있다. 이 단체는 시내버스에 붙은 이름도 '중앙공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공원은 부산의 중심에 있고, 부산 중구-서구-동구가 붙어 있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판자촌을 이루고 살던 대청산을 휴식처로 가꾼 것이다. 처음에는 '대청공원'이라 불렀다. '대청동'은 중구 소속으로, 이후 서구와 동구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1986년 명칭이 '중앙공원'으로 바뀌었다.

 

이곳에는 가장 높은 곳에 높이 70m의 충혼탑이 있는데, 이곳에는 1948년 이후 나라를 지키다 숨진 7704위의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다. 또 넓은광장과 야외조각 소공원, 중앙도서관, 벚꽃단지, 해군전승비, 시민헌장비, 장건상동상, 전승탑 등이 있다.

 

충혼탑 맞은편에 있는 민주공원은 1999년 10월 16일 부마민주항쟁 20주년 기념일에 개원했다. 1960년 4·19혁명과 1979년 부마민주항쟁, 1987년 6월민주항쟁 등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것이다. 민주공원은 부산시에서 조례를 만들어 놓았다.

 

공원 관리사무소 앞에는 "호국과 민주정신이 살아 있는 역사 테마 공원"이라는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 공원 입구 쪽에는 '중앙공원'이라는 큰 표지석에 있고, 1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민주공원'이라는 표지석이 있다. 시내버스 안내 표지판에는 '민주공원'으로 되어 있다.

 

 

"원래 이름으로 바꾸어야"-"바꾸면 다시 혼동" 

 

김은숙 부산 중구청장은 "공원은 중구에 있지만 관리 책임은 부산시에서 하고 있다"면서 "전몰군경유족회에서 그런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28일 공원에서 만난 60대 어르신은 "원래 이름이 중앙공원이었고, 민주공원은 뒤에 생겼는데, 지금은 민주공원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면서 "원래 이름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시내버스 기사는 "지금은 민주공원으로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데, 다시 바꿀 경우 혼동이 올 것 같다"면서 "시내버스에 민주공원이라고 붙여 다닌 지는 오래됐다"고 말했다.

 

 

"정치적 지형이 바뀌어서 그런 것이냐"

 

최철원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권력감시팀장은 "시민 편에서 생각해야 하고, 시민들이 알기 쉬운 명칭이 되는 게 옳다"면서 "특정한 목적을 갖고 민주공원이라는 명칭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이고, 민주공원도 거기에 있는 것이 사실이며, 지금은 버스 정류장을 개정하라는 것이 시민들에게 오히려 더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호 민주공원 관장은 "민주공원은 부산시의회에서 조례로 만들어져 있으며, 시의회에서 정한 만큼 존중되어야 한다"면서 "10년이 지나서 지금에야 펼침막을 내걸고 하는 부분은 정치적 지형이 바뀌어서 그런 것인지 되묻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이번 주장은 민주공원과 중앙공원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 같고, 부산의 민주항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문제이다"면서 "충혼탑이 전쟁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면 민주공원은 민주주의 열망을 안고 있는 곳으로 부산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고, 공존과 상생으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어느 일방이 어느 일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쪽으로 가는 것은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태그:#민주공원, #중앙공원, #대청공원, #부산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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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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