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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교사들의 시국선언에 대해 한 고등학생이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내왔습니다. 학생의 요청에 따라 학교와 실명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18일, 1만6000명의 선생님들이 시국선언을 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미 교수들, 종교계, 심지어 영화감독들까지 시국선언을 했던 마당이라 새롭고 놀랍기보다는 당연하고 외려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스운 것은 전교조의 시국선언을 '실정법 위반'으로 몰고 가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태도다. 불과 2~3분이면 가능할 서명을 했다하여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 거나, '직무상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데, 서명운동과 시국선언에 참여하지 말라는 권고를 무시했다는 식이다.

 

선생님들께 '상명하복' 정신 배워야 합니까?

 

교육정책의 장이 되어야할 교과부가 공안정국 조성에 일조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과거 전교조나 교총 등이 수차례 시국선언을 했지만, 이렇게 시끄러워지지는 않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008년에도 전교조는 9000여 명이 참여한 '검역주권 회복 시국선언'을 발표했지만,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

 

헌데, 예년과 달리 일관성 없이 대처한다면 그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교과부는 이미 내부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실정법을 위반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도, 불과 며칠 만에 '엄중 처벌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 속에서 교과부의 진의를 유추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성문법에 얽매여 이것저것 따지지 않더라도,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태도는 무엇인가? 공무원으로서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원칙을 따르고, 온갖 불의를 저지르고 있는 정권에 충성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교사들이 견지해야할 태도로 적합한 것인가?

 

학생들에게 있어 선생님은 삶의 거울이자, 인생의 나침반이자,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다. 그런 선생님들에게 눈 감고, 귀 닫고, 입 다물라는 것은 생명을 끊어놓는 일이나 다름없다.

 

선생님들은 당연히 나서야 했습니다

 

세상이 어지럽다. 민주주의는 80년대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고, 전직 대통령은 몸을 던졌다. 곳곳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음에도, 그런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는 괴물 같은 정권이 바로 이 땅, 한반도에 있다. 이처럼 세상이 어지럽다보니 배움의 전당인 학교 역시 혼란에 휩싸였다.

 

학생들은 의미도 없는 일제고사에 휘둘리고, 교육청과 각 학교에서는 '학력 미달'을 없애기 위해 시험 성적을 조작하기도 했다. 일제고사에 반대하던 S모 여중의 교사는 해임되고 말았다.

 

어린 초등·중학생들에게는 심각한 서열화 문제를 낳고, 이 시험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아는 고등학생들에게는 입시자료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어쩔 수 없이 치르는' 일제고사 하나가 번번이 학교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로 넘어간 뒤 대학 입시에서도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 해 제기되던 고려대학교의 고교등급제 의혹은 결국 규명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흐지부지 넘어갔다. 대교협은 대입 선진화, 대학 자율성 등을 주창하며 수시로 3불 정책을 폐지할 기회를 엿보고 있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각 대학들이 의욕적으로 도입한 입학사정관제 역시 결국은 사교육을 심화시켜 도입 목적이 점차 퇴색되고 있고, 고교등급제를 묵인하는 꼴이라는 지적도 있다.

 

위의 사례들은 단순히 각 교육 현장에 생긴 '모럴 해저드'가 아니라, 교육 당국의 정책 기조부터 근본적으로 잘못된, 총체적인 교육 위기의 단편임을 보여준다. 위기의 한 가운데에 있는 선생님들이 당연히 나설만한 상황인 것이다.

 

전교조의 시국선언은 시의와 내용이 적절한 현장의 목소리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선생님들을 검찰에 넘기겠다는 것은, 그런 목소리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짓밟는다고 해서 그 외침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원래 등불은 어두운 곳일수록 빛을 발하는 법이 아니던가.

 

국민들은 이미 '마음속의 시국선언' 했습니다

 

현 정권은 '시국선언'이라는 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미 현실을 알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마음속으로 시국선언을 했다. 그 결과는 연일 정부 여당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여론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말이 더 필요 없는 상황임에도, 국민의 80%로부터 지지를 받은 정통성 있는 정권임을 주장하던 이들은 이제 야당과 진보진영을 향해 '특수 상황을 이용해 국민의 인기에 영합하려한다'는 주장을 되풀이 중이다.

 

앞서 언급한 현실감각 떨어지는 이들은 '시국선언'이라는 용어 자체에 심각한 혐오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전교조의 시국선언은 민심을 대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해석은 자유다.

 

그러나 이 시국선언을 한낱 '좌빨 노조'의 반정부 투쟁의 일환으로 받아들인다면 감당해야할 몫이 커질 것이다. 국민의 뜻은 언제나 국민과 가까운 곳에서부터 전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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