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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11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표현의 자유 침해 실태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정부 탄압에 쓰러진 모습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2일 오전 11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표현의 자유 침해 실태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정부 탄압에 쓰러진 모습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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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11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표현의 자유 침해 실태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정부 탄압을 벗어던지는 모습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2일 오전 11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표현의 자유 침해 실태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정부 탄압을 벗어던지는 모습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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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상습시위꾼 검거 특별수사본부' 발족, 검찰 '미네르바' 허위사실유포죄 혐의 구속, 국방부 불온도서 23종 선정, MBC <PD수첩> 제작진 체포 및 구금….

'신 공안정국'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22일 표현의 자유 침해를 규탄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렸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경찰은 "발언의 수위가 일탈했다"며 해산경고를 했고, 회견 참석자들을 찍는 경찰의 채증 활동도 여전했다. 서울광장 잔디밭은 이날도 열리지 않았다. '잔디가 쉬는 날'이기 때문이다.

직장인·학생까지 잡아가고 개인 블로그도 뒤지는 경찰

이날 오전 11시, 서울광장 분수대 앞에서는 각계 사회단체 활동가 20여 명이 집회·시위는 물론 언론·출판·영화·인터넷 게시물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자유 탄압 실태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미 표현의 자유는 시민단체 활동가나 기자·작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민간인을 탄압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긴급한 경우에만 허용되는 경찰 채증이 이제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채증을 한 뒤 멀쩡하게 직장 생활하는 사람, 학교 다니는 사람까지 잡아들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상습시위꾼 검거 특별수사본부'와 관련 "정부 정책에 대해 꾸준히 비판하겠다는 것인데 상습적으로 시위하면 왜 안 되나"라고 비판했다.

한지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활동가 역시 "자신의 블로그에 북한 관련 글을 올린 양현수씨나 황장엽씨에게 협박소포를 보낸 김아무개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거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면서 "단체 활동가 뿐 아니라 일반시민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인터넷은 일반 시민이 의견을 직접 표명할 수 있는 유일한 매체"라면서 "이명박 정부의 인터넷 정책 때문에 역설적으로 일반 시민들도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 주성영 의원, 어청수 전 경찰청장 비판 게시물이 명예훼손으로 차단되고, 이명박 대통령을 '머리용량 2MB'라고 표현한 게시물도 삭제됐다"면서 "지금은 삭제로 끝나지만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사이버모욕죄'가 국회를 통과하면 '쥐박이'라는 표현 하나로 철창 신세를 져야할 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22일 서울광장 잔디밭은 시민들의 출입이 통제됐다. '잔디가 쉬는 날'이기 때문이다.
 22일 서울광장 잔디밭은 시민들의 출입이 통제됐다. '잔디가 쉬는 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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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11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표현의 자유 침해 실태 발표 기자회견'.
 22일 오전 11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표현의 자유 침해 실태 발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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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가들 역시 표현의 자유 침해를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청소년 모방위험을 이유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반두비>의 신동일 감독은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청소년을 위해서 만든 영화"라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시나리오를 쓸 때마다 '청소년이 이 장면을 볼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상상의 자유마저 빼앗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두비>는 여고생과 이주노동자의 우정을 그린 영화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12세 관람가'로 상영됐고 올 7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이 영화에는 "명박이 믿고 뉴타운만 보고 있다 망했다" 등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발언도 몇 차례 등장한다.

정재훈 우리만화연대 사무국장은 최근 원주 시정홍보지에 '이명박 욕설만화'를 그렸다가 고발당한 시사만화가를 사례로 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 욕하기'가 국민스포츠가 될 정도로 누구나 대통령을 욕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나도 시사만화를 그리지만 이러다가 잡혀가는 것 아닌지 걱정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언론악법이 통과되면 재벌수구신문, 보수정치권력만을 위한 뉴스가 시민들의 눈과 귀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언론 자유를 강조하면서 회견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치가 들어서면서 독일 국민들이 학살의 가해자가 됐듯이, 이대로 가면 기자들이라고 권력의 부역자가 되지 말란 법이 있냐"고 강조했다.

참가자 20여 명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애도의 표현으로 검은 천을 망토처럼 걸쳤고, 정부의 탄압을 상징하기 위해 '언론악법' '불온서적' 등이 적힌 상자를 얼굴에 뒤집어썼다. 기자회견 뒤에는 바닥에 누워있다가 일어나 상자를 벗어던지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 규탄' 기자회견장, 어김없이 나타난 복면의 카메라

22일 오후 1시 서울경찰청 제1기동당 앞에서 열린 '경찰폭력 인권감시단' 발족 기자회견에서 사복을 입은 경찰이 참가자들을 채증하고 있다.
 22일 오후 1시 서울경찰청 제1기동당 앞에서 열린 '경찰폭력 인권감시단' 발족 기자회견에서 사복을 입은 경찰이 참가자들을 채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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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1시 서울경찰청 제1기동당 앞에서 열린 '경찰폭력 인권감시단' 발족 기자회견.
 22일 오후 1시 서울경찰청 제1기동당 앞에서 열린 '경찰폭력 인권감시단' 발족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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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기자회견은 오후 1시 서울 신당동에 위치한 서울경찰청 제1기동단 부대 앞으로 이어졌다. 인권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가 경찰진압 폭력을 감시하는 인권감시단 '민주넷'을 발족한 것이다.

경찰청 본부나 서울경찰청이 아닌 제1기동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은 지난 10일 6.10범국민대회에서 제1기동단 소속 경찰들의 진압이 가장 강경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제1기동단 해체와 전경부대 이름표 부착을 요구했다.

랑희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익명성이 문제라고 인터넷실명제를 실시한다는 정부가 정작 시민들을 때리는 경찰에 대해서는 익명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찰이 이름표를 붙이지 않는 것은 물론 마스크를 쓴 채 무차별 채증을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날 기동단 건물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복경찰이 기자회견 참석자와 기자들을 촬영했다. 또한 기자회견 도중 기동단에서 나온 경찰이 확성기를 들고 나와 "여러분의 발언은 그 수위를 일탈했다, 회견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해 참석자들에게 항의를 받기도 했다.

단체들은 다음날인 23일 지난 6.10범국민3대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경찰을 고소할 예정이다. 당시 가스총을 쏘던 애국기동단 등 보수단체에 대해서도 폭력단체구성죄로 고소하고 이를 제재하지 못한 경찰도 직무유기죄로 고소한다.

또한 집회 시위 현장에서 경찰 폭력 사진·동영상을 직접 촬영할 뿐 아니라 홈페이지(minju.jinbo.net)를 통해 관련된 시민들의 제보를 접수받고, 이후 표현의 자유 억압과 관련된 국제인사들의 한국정부 규탄선언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대한문 앞에서는 이번 주 내내 표현의 자유에 관련된 문화행동이 이어진다.

24일 저녁 7시에는 '이명박정부 표현의 자유 침해 성토대회'가 열린다. 학계·시민사회단체·누리꾼·청소년 등의 다양한 피해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다. 23일과 25일 저녁 7시에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영화제가 열리고, 26일 저녁 7시에는 표현의 자유 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22일 오후 1시 서울경찰청 제1기동당 앞에서 열린 '경찰폭력 인권감시단' 발족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경찰이 해산경고방송을 하고 있다.
 22일 오후 1시 서울경찰청 제1기동당 앞에서 열린 '경찰폭력 인권감시단' 발족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경찰이 해산경고방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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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표현의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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