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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의 법적 성질'에 대해 강의하는 최승수 변호사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의 법적 성질'에 대해 강의하는 최승수 변호사
ⓒ 김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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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연예인 매니저도 자격증이 필요한 시대가 올지 모른다. 약 80여 개의 매니지먼트 회사가 가입된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에서 '연예매니지먼트 법무연수과정'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연예 매니저는 협회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을 받게 된다.

협회에 가입된 5년차 이상의 현직 매니저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며 간단한 인터뷰와 협회의 회원으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한다. 김길호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사무국장은 "현재 3차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데 1, 2차를 수료한 매니저는 40여 명 정도 된다"며 "점점 많은 매니저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무국장은 자격증에 대해 "아직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협회 측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므로 곧 가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격증에 대해 매니저들은 대체로 "번거롭지만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 연예 매니저들에게 별다른 자격증은 없는 상태다. 'OO의 매니저', 혹은 어떤 기획사 소속인지가 그들을 증명한다. 

7년 정도 일을 한 연예인 J씨의 매니저 A씨는 "연기학원 수강료를 받아내기 위해 길거리에서 매니저라고 사칭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가 욕 먹는다"며 "자격증이 생기면 아무래도 이런 일이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번거롭지만 앞으로 필요할 것 같아서' 온 이들도 있다. 5년차 매니저 B씨는 "앞으로 자격증 없다고 일 못하게 하면 어떡하냐"며 "지금 당장 있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대세'를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5~10년차 매니저들 앞에서 '출석체크'를?

강의 듣는 회사 대표 혹은 매니저들의 모습, 지루해하거나 조는 모습도 눈에 띈다.
▲ 강의를 듣는 모습 강의 듣는 회사 대표 혹은 매니저들의 모습, 지루해하거나 조는 모습도 눈에 띈다.
ⓒ 김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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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4일부터 시작해 매주 금요일 4주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이번 프로그램은 대체로  연예 매니지먼트 관련 법률에 대한 강의로 이루어져있다.

19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교육장을 찾았다. 강의 내용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기에, 강의를 경청하는 매니저는 드물었다. 여느 강의실 풍경과 마찬가지로 졸거나, 핸드폰 게임을 하고 삼삼오오 떠드는 모습은 지루한 강의 탓만은 아니었다. 강의 내용에 대한 매니저들의 반응을 들어보았다.

"저 분들(강사)이 매니지먼트에 대해 뭘 알겠어요. 그냥 변호사니까 법에 대해서만 알려주는 거죠."
"다 5년 이상 된 매니저들인데 강의가 귀에 들어오겠어요? 자격증 준다니까 왔어요."
"전 현장에서 뛰어다녀야 해요. 저런 건 대표들이나 실제로 계약에 관여하는 사람들에게만 필요하죠. 물론 알면 좋겠지만."

일부 매니저들은 새로운 내용을 알게 되어 좋았다는 대답도 했다. 하지만 그 곳의 풍경은 초등학생 교실의 풍경을 방불케 했다. 심지어 대학생들이 흔히 하는 수법인 '중간에 도망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휴식시간에 사무국장이 직접 '출석체크'를 했다. 그는 "강의 끝나고도 할 겁니다"라는 말로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이 바닥에서 몇 년 동안 일 해온 우리에게 시험 봐서 자격증 따라는 건 말이 안 되죠. 비록 형식적이지만 이런 식으로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제 매니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부터는 제대로 하겠죠."

영화배우 H씨의 매니저 C씨의 말이다. 그동안 자격증 없이 활동해온 연예 매니저들에게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 시행착오가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기존의 매니저를 배려하되, 이제 매니저가 되려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이 적용될 필요성이 있다는 뜻이다.

형식적인 교육보다는 매니저의 자질부터 갖춰야

강의가 진행되는 중에 일부 매니저들은 밖에서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 강의 중에 자체 커피타임? 강의가 진행되는 중에 일부 매니저들은 밖에서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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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본 매니저 대부분은 이렇게 형식적으로 자격증을 부여하는 방식에 부정적 시선을 보였다. 강의가 한참 진행되는 동안, 밖에 모여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그 중 한 명을 만나보았다.

"자격증? 형식적인 게 뭐 중요한가요. 지금 강의하는 내용도 필요하겠지만 일단 매니저는 자질부터 갖춰야 합니다. 법이고 뭐고 아무리 떠들어 대도 매니저는 남의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니까요. '장자연 사건'도 사실은 법 문제보다는 매니저나 회사의 자질 문제라고 생각해요."

자격증에 대해 그는 '가식적'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있으면 사명감도 생기고 좋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경력만 따지고, '누구의 매니저'인지가 중요한 이 바닥에서 자격증 내민다고 달라질까요. 너무 가식적이에요. 자격증도 5년 이상은 준회원, 10년 이상은 정회원으로 나눈다고 하던데 또 다른 차별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그는 이곳에 온 이유에 대해 "윗사람들이 하는 일인데, 어쩌겠냐"면서 "평생 이 일을 하며 살려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치열한 경쟁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에서 이 '자격증 바람'은 분명 의미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체계적인 제도로 정착함으로써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지, 또 다른 밥 그릇 싸움으로 번질지는 두고 봐야겠다.

아무쪼록 "누군가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평생 매니저 일을 하겠다"던 그의 소박한 바람이 이뤄지길 바란다.


태그:#매니저, #자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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