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학교와 경남대학교가 학교 이름을 놓고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진주 경상대가 지난 11일 교육과학기술부에 '경남국립대학교'로 교명 변경을 신청한 가운데, 마산 경남대(사립)는 적극 저지하고 나섰다. 국립 창원대도 경상대를 '경남국립대'로 바꾸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이다.

경상대 "경남대에서 대승적으로 판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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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대는 교명을 '경남국립대학교'로 바꾸기로 하고, 지난 11일 동창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결의대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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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총장 하우송)는 지난 11일 교명변경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경남대와의 갈등이 표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상대는 두 대학이 위치한 지역 간의 대립구도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강재태 경상대 기획처장은 "역사적 과정을 살펴보면 '경남대학교'라는 이름 되찾기 운동을 펴야하는데도 이웃 대학끼리의 정서를 감안하여 '경남국립대학교'로 신청하는 것"이라며 "경남대에서 대승적 판단을 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하우송 총장은 "경남대는 지역 명문 사립대학교로서 훌륭한 총장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며 "경남지역에서 두 국립대와 사립대가 화합,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여 인재양성과 경남 발전을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우송 총장은 이번 교명 변경과 관련하여 두 대학이 위치한 진주지역과 마산지역 주민들 간의 감정대립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경상대는 교명변경 신청서에서 "경상대는 국가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한 국립대학이고 경남대학교는 개인이 자기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한 사립대학"이라고 지적했다.

경상대는 "국립대학은 학교의 법적 지위, 설립 주체, 설립 목적, 학교 운영방식 등에서 사립대학과 법적으로 완전히 다른 국가기관"이라고 강조하고 "국립대학의 명칭과 사립대학의 명칭이 비슷하다고 해도 그 실체가 법적으로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갈등의 문제가 생길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상대는 경남도를 대표하는 거점 국립대학으로서 경남지역의 문화, 예술, 기초학문, 학문의 사각지대 등 모든 면에서 경제성을 추구하지 않고 공익실현과 지역 발전을 위해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남대 "경상대의 무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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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대가 '경남국립대학교'로 교명 변경을 추진하자 경남대는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 입장을 나타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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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는 경상대의 교명 변경에 발끈하고 나섰다. 경남대는 서명운동뿐만 아니라 마산지역 곳곳에 펼침막을 내걸어 놓았다. 경남대 동창회도 경상대의 교명 변경을 반대하고 나섰다.

경상대가 '경남국립대학교'라는 명칭으로 상표를 등록한 것에 대해, 경남대는 "이는 6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사립대학인 '경남대'의 이름을 도용한 것"이라며 "전 경남대 구성원뿐만 아니라 경남도민과 경남대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우롱하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경남대는 "같은 경남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두 대학 사이의 우호 관계와 인화를 해치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경상대의 '경남국립대학교' 상표 등록 취소를 강력하게 주장하며, 경상대와 그 산하 어떤 기관에서도 경남대와 유사한 명칭과 상표의 사용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경남대는 오는 21일까지 서명을 받고 있다. 또 경남대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이름 지키기'에 나섰다. 경남대는 "'한경대학교'가 '경기국립대학교'로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신청하였으나, 한경대는 경기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1심(특허심판원)과 2심(특허법원)에서 모두 패소하였다"고 설명했다.

경남대 최덕철 대외부총장은 "대학은 구성원 스스로의 노력으로 그 이름을 널리 알리고 빛내야 한다"며 "학문과 교육에 전념해야 할 지성의 요람인 대학이 교명변경 관련으로 되지도 않을 일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양심과 윤리의식을 저버린 경상대의 무모함과 무례함에 엄중 경고한다"고 말했다.

경남대 총동창회는 15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도의 이름을 국립대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상대의 작태를 보면서 11만 동문들은 분노를 넘어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한 측은함을 지울 수 없다"며 "경남대라는 교명은 11만 동문의 이름이며 63년 역사 속에서 자리잡은 고유명사, 세계속의 고유 브랜드"라고 밝혔다.

경상대는 경남도립 진주농과대학으로 문을 열었다가 1968년 국립대로 전환했다. 당시 경상대는 '경남대'로 교명변경을 추진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후 여러차례 교명변경을 신청했지만 무산되었다. 경남대는 1946년 국민대학관으로 개교했으며, 1952년 해인대학, 1961년 마산대학, 1971년 경남대로 교명이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