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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대한민국의 해양레저산업을 이끌겠다며 야심차게 준비한 경기국제보트쇼가 끝나던 지난 7일. 이날 경기도청에서는 또 하나의 은밀한 프로젝트가 이뤄졌다. 도 공무원, 기자, 전문가 등 37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이 유럽탐방에 나선 것. 그러나 탐방인지 관광성 외유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도를 비롯한 관련기관이 여행일정에 대해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명한 행정을 도민에게 알려야할 의무를 가진 대변인실이자만 오히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행정을 펼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대변인실 모습.
 투명한 행정을 도민에게 알려야할 의무를 가진 대변인실이자만 오히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행정을 펼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대변인실 모습.
ⓒ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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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구로 더 의심받는 유럽여행

지난 7일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관련 해외탐방이 시작됐다. 일주일간 진행되는 이번 탐방은 선진국의 광역급행철도를 둘러보고 벤치마킹하기 위한 것으로 (사)대한교통학회가 주관했다. 방문국은 독일, 헝가리, 러시아 등이다.

여행길에는 경기도청 공무원 7명을 비롯해 도청 출입기자 21명, 지질연구원 소속 연구원 등 전문가 5명, 피클뉴스(도정 홍보담당) 기자 2명, 경기도시공사 2명 등 모두 37명이 참가했다.

해외여행치고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여행으로 드는 돈만 1억 50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1인당 400만 원가량이 소요되는 여행이라는 것.

여행에 함께한 기자 21명의 여행경비는 모두 대한교통학회가 부담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교통학회 측은 정부나 도가 GTX 관련 용역을 실시할 경우 그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교통학회는 지난해 경기도시공사로부터 '수도권 신개념 광역교통수단 도입방안 연구용역'을 수주했다. 당시 용역금액은 6억 7000만 원이었다. 

행선지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이 여행에 동참한 공무원들은 심흥식 홍보기획관을 비롯해 모두 7명이다. 도 대변인실 관계자는 공무원이 사단법인체가 주관하는 여행에 동참한 이유에 대해 취재지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교통학회가 수행하는 연구용역 중 학계 전문가, 기자 등과 함께 해외탐방을 실시하는 과제가 있는데 학회 측이 언론에 대해 잘 몰라 힘들어했고 (경기도에) 기자 소개를 요청했다"며 "공무원은 기자들의 취재를 지원하기 위해 함께 갔다"고 설명했다. 취재지원에 나선 공무원의 여행 경비는 총 2800만 원에 달한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일주일간의 여행 동안 둘러볼 방문지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가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당초에는 "세금을 들여 여행간 것이 아니어서 세부내용을 알려줄 의무가 없다"고 전했던 관계자는 공무원 여행경비로 세금이 지출된 것이 확인되자 "연구용역과 관련된 것이어서 알려줄 수가 없다"고 말을 바꿨다.

기자 21명이 함께한 여행임에도 비밀스런 용역이어서 알려줄 수가 없다는 것.

방문지에 대해 입을 닫은 곳은 도청뿐만이 아니었다. 여행에 동참한 경기도시공사 측도, 여행을 주관한 대한교통학회도 방문일정은 함구했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도청이 알려주지 않으면 도시공사에서도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교통학회 관계자는 "사비로 가는 여행이라 말해 줄 수 없다"고 전했다.

16곳의 회원사로 구성된 도청 지방지기자실. 이 가운데 10개 언론사 11명이 해외취재를 떠났다.
 16곳의 회원사로 구성된 도청 지방지기자실. 이 가운데 10개 언론사 11명이 해외취재를 떠났다.
ⓒ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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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돈으로 언론인 길들이기?

도 대변인실 관계자는 "유럽의 철도망과 선진기술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탐방"이라며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으며 언론을 비롯한 사회전반적인 수준이 향상됐고 언론인들도 올바른 기사작성을 위해서는 해외 선진국에 가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청을 출입하고 있는 한 기자는 "이번 여행으로 도는 보트쇼 관련 흠집 내기 기사 무마와 함께 앞으로 있을 GTX 사업 홍보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며 "한마디로 언론인을 위한 접대여행이며, 공무원들은 (언론인의) 비서 역할을 하러 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대변인실은 최근 도민의 혈세 수십억 원을 아무런 기준도 없이 홍보비로 지급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며 "이미 일부 언론인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고 비난했다.

이를 반영하듯 대변인실 관계자는 여행에 참여한 언론사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통상 해외 취재 시 방문지와 동행취재에 나선 언론사 등을 자신 있게 밝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도 국외여행 규정 '있으나 마나'

여러모로 비밀스런 부분이 많은 이번 여행은 실제로 문제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국외여행 매뉴얼에 따르면 해외여행 2개월 전 공무국외여행 사전심사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공무원이 동행했음에도 이러한 절차가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매뉴얼은 15명을 초과하는 여행의 경우 외국기관이 단순 관광성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커, 부득이한 경우라도 여행 시 통상 20명을 초과할 수 없다는 유의사항도 담고 있다. 아울러 유관기관 등에 대한 접대수단으로 공무국외여행을 이용해서는 안 되며 연구용역 등 이해관계 기관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비용을 전가하거나 예산의 용도변경을 통한 여행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그러나 도 여행주관부서는 이러한 부분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관련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한교통학회에서 경비 대부분을 제공한 이번 외유를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한편 공무국외여행 절차를 관리·감독하고 심사해야 할 경기도 교류통상과 공무국외여행 심사담당은 별다른 제재조치 없이 심사승인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쓴 것 아니니 공개할 의무 없다"
도 공무원들의 말 말 말

철도항만과 직원- "GTX 관련해서 여행간 것으로 아는데 자세한 내용은 홍보기획관실에서 주관했다. 그쪽으로 문의해라."

홍보기획관실 직원- "여행 취지는 아는데 방문일정, 예산출처 등은 아는 바가 없다. 대변인실에 문의해라."

대변인실 직원- "세금 쓴 것 아니니 여행내용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생각한다. 여행 주관은 대한교통학회에서 했고 기자들 경비도 그곳에서 부담했다. 그곳에서 알아봐라."

대한교통학회 관계자- "최저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얻기 위한 방문이다.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는 이야기 할 수 없다. 일정도 알려줄 수 없다."

대변인실 직원- "세부방문지에 대해서는 용역수행 중이어서 비밀이다. 동행한 기자들이 기사를 쓰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공개할 수도 없다."

경기도시공사 직원- "(여행에 대해)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나 경기도가 공개하지 않으면 우리도 공개할 수 없다."

교류통상과 직원- "여행의 적법여부를 심사하는 부서이지만 방문일정 등은 여행을 주관한 대변인실에서 알아보는 것이 편할 것 같다. 지금 출장 나가야 하니 다음에 이야기하자."

덧붙이는 글 | 데일리와이(www.why25.com)



태그:#경기도, #해외여행, #G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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