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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처음 다니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도 '브랜드'를 인식한다. 누가 무슨 신발을 신었네. 어떤 점퍼를 입었네. 가방 메이커가 뭐더라 등 그 아이를 지칭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가 되어 버릴 때도 있다. 물론 아이들만의 탓은 아니다. 이런 것들은 그 아이를 가르치는 부모와 어른들에 의해 자연스레 학습되는 내용이다.

 

같은 티셔츠를 보더라도 브랜드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가격이 몇 배씩이나 차이남에도 브랜드를 고집하는 사람들. 자신의 지위가 높아지고 명예로워 지는 것은 아마 광고의 힘일 것이다. 무지함이 저지르는 죄. 그 상표의 뒷면에 어떤 세계가 있는지, 물건의 원료가 생산되는 그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흘리는 땀과 눈물, 피. 알아야 행동한다.

 

바로 다음과 같은 사례 때문이다.

 

하나, 1996년 미국의 월간 '라이프'는 '어젯밤 당신이 150달러를 주고 샀을지도 모르는 나이키 신발을 만든 사람이 12살 된 파키스탄 어린아이며, 그 아이가 하루에 받는 돈이 고작 2달러에 불과하다'고 고발해 서구인들에게 깊은 충격을 던졌다.

 

둘, 전 세계 축구공의 70~80%가 파키스탄 시알코트 지방에서 생산되는데 16만명의 아이들이 봉제 작업의 25%까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1996년 논란 끝에 나이키는 아동 노동을 근절하겠다고 선언했다. 지금도 바느질 하는 어린아이들은 학교도 다니지 못하는 지경에서 혹사당하고 있다. 10살도 안 된 애들이 바느질을 1200번을 해야 한 개의 축구공 탄생. 그런데 하루 일당이 200원, 300원도 안 된다?

 

우리가 상황을 바꿀 수 있다. 더 많은 사례를 살펴보고(공부하고), 우린 행동을 해야 한다. 유통마진이 크고, 제3국의 생산자에게 쥐꼬리만큼도 안 되는 이익을 주는 제품은 소비하지 말아야 한다. '나쁜 브랜드'에 소비하지 말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착한 소비가 가능한 곳의 물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 걸음마 단계인 공정무역은 우리가 입는 옷, 신발, 액세서리, 마시는 커피 등이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고 수입되어 오고 있다.

 

'공정무역은 만드는 사람과 사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한다. 이윤추구를 위해 돈과 상품이 주인 행세를 하고 인간의 삶 자체도 상품화되는 시장의 반생명, 비인간화로부터 공정무역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새로운 만남을 주선한다.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자들은 기존에 종속된 임노동자가 아닌 자신이 기획하고 창조한 예술품의 장인으로 존중받는다.'-p.32

 

공정무역으로 들어오는 물품들은 어떠한가. 일단, 수공예를 기본으로 하고 '유기농'인 제품으로 구성된다. 생산자는 자신의 손으로 기계의 힘을 거의 빌리지 않은 수작업을 통해 본인의 노동의 대가를 바라고 이를 '제값'을 주고 사는 과정이 이루어지면 생산자의 성취감과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내 농산물의 경우도 마찬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동남아시아를 기초로 한 물품유통의 구조는 오로지 생산자의 '희생'만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제의 세계화로 브라질의 산타 크루즈라에 다국적 기업의 의류공장이 들어섰고 이 마을의 여성들은 이 공장에 고용된다. 그들은 일자리에 감사했고 육체적 고단함도 견뎌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을 힘들게 한 것은 정신적인 문제였다. 똑같은 옷을 반복해서 만들어 내는 단순한 기계작업은 그들이 지닌 전통 바느질 기술을 활용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금속 장식이 달린 축제 의상을 잘 만들기로 유명했던 그들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공장시스템에 위축되었고 그들의 공동체가 지녔던 바느질 기술과 전통적인 표현법은 잊힐 위기에 처한다. 이때 로즈마리라는 한 여성이 자신들의 전통 기술을 보존하고, 그들 스스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그리고 아이들에게 탁아와 방과 후 학교가 지원되는 바느질 협동조합을 조직하기로 결심한다. 한 공정무역 단체가 이들에게 재봉틀을 제공했고 이 조합의 수공예품이 계속 거래될 수 있도록 판로를 개척해 주었다."

 

기계화산업속의 인간은 하나의 부품에 불과하다. 전통적인 수공예는 인간 본연의 능력을 살릴 수 있는 기회이다. 다만 이것이 판매를 통해 수익으로 돌아올 때 그 기회가 극대화 될 수 있는 것이다. 공정무역업체는 이 순박한 생산자와 영악한 소비자의 어려운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김정희: 공정무역이 어떻게 마을을 바꾸나요?

하루요: 우리가 10년 전에 커피 거래를 시작했을 때는 마을에 전기가 없었습니다. 그때는 커피 껍질을 벗기지 못해서 먼 곳의 업자에게 부탁을 했기에 농민들 이익이 적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계를 사서 마을에 설치하려 했고, 마을 사람들이 정부 예산을 따냈습니다.

 

우리가 인도에 가서 기계를 샀는데 그 후에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커피를 열심히 팔아서 점점 남은 양이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해의 커피를 껍질 벗겨 보내 주기를 바랐죠. 하지만 껍질 벗기는 기계가 왔는데도 전기가 없어서 몇 십 킬로 떨어진 곳에 가서 전선을 끌어 와야 했습니다. 전봇대가 없어서 전봇대를 세우느라 시간이 또 지체됐습니다. 전기도 끌어 왔고 기계도 왔고, 커피를 받을 수 있겠다 생각했죠. 그런데 또 다른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기계를 정부 예산으로 샀기 때문에 정부의 관리가 와서 오프닝을 하지 않으면 기계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우리의 사정을 이야기 했으나 소용없었습니다. 두 달을 기다렸습니다. 아무리 전화해도 설득하지 못했는데, 그곳 나름의 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그렇게 껍질 벗기는 기계를 샀고 자신들이 직접 했기에 수익이 올랐습니다. 전기가 들어왔지만, 각 농가마다 전기가 들어와 있지 않아요. -p.144

 

자, 각자가 대답해보자. 같은 지방에서 원료를 사다가 볶아서 내리는 커피. 그 커피의 가격이 그리도 차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다. 마진. 우리가 내는 가격 안에 있는 원가는 얼마 되지 않는다. 결국 광고와 브랜드, 운송비, 광고비, 매장을 예쁘게 꾸밀 때 들어가는 인테리어 비용 등이 다 한잔의 커피가격에 포함되는 것이다.

 

마진을 줄이고 최대한 생산자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이 시스템은 문제가 없을까. 당연이 이 때엔 무역을 담당하는 '착한업체'가 '희생'을 하게 된다. 그 희생의 짐을 벗어버리는 방법은 소비의 양이 늘어나거나 가격이 올라가야 한다. 결국 내(소비자)가, 키를 쥐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연구원이자 활동가이다. 책의 구성은 조금 아쉽게도 '2008년 여성과 공정무역' 느낌의 세미나 자료집 같지만,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지금 소수의 집단이 주도하고 참여하는 공정무역은 소폭의 움직임으로도 생산자공동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공정무역단체 또는 개인과의 만남이 수십 명, 수백 명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일을 하느라 학교에 못 다니던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고, 십여 킬로미터를 물 긷느라 보내는 여성들이 자신의 시간을 자기능력개발에 활용하고, 스스로 일해서 돈을 벌게 되므로 가정에서 상대적 지위가 상승하고, 상습적이던 가정폭력이 감소하고, '누구를 대하더라도 자신감 없이 고개를 떨어뜨리던 여인'들이 이제 상대방의 눈을 맞추며 자신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 것이 다른 어려운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준다. 그러므로 이 시대의 '공정무역'이 착한 소비자가 되고 싶은 우리가 주목해봐야 할 이유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공정무역희망무역/동연/13,000원/294.p


공정무역, 희망무역 - 아시아의 여성 공정무역을 중심으로

김정희 엮음, 동연(와이미디어)(2009)


태그:#동연, #공정무역희망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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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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