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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부산지역본부 소속 노동자 김영훈씨가 지난 11일 새벽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 사진은 부산해양병원 장례식장에 있는 빈소의 조화 모습.
 쌍용자동차 부산지역본부 소속 노동자 김영훈씨가 지난 11일 새벽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 사진은 부산해양병원 장례식장에 있는 빈소의 조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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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칼바람이 불어 닥친 쌍용자동차에 노동자가 사망하고 있다. 지난 5월 27일 고 엄인섭씨가 '신경성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로 사망한 데 이어 지난 11일 새벽 김영훈(47·부산지역본부)씨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가 평택공장에서 20일 넘게 파업 투쟁을 벌이는 가운데, 노동자들이 사망하고 있어 관심이 높다. 김씨는 지난 10일 오전 사측이 평택공설운동장에서 연 '결의대회'(노측에선 '관제대모'로 부름)에 참석했다가 부산으로 돌아온 뒤 동료들과 술을 먹고, 혼자 있다가 다음 날 새벽 숨진 것이다.

김씨는 부산 중구 중앙동 한 가게 화장실에서 쓰러져 있다가 발견되었다. 당시 고인은 술을 먹은 상태였다. 가게 주인에 의하면, 고인이 화장실을 이용하겠다고 해서 쓰도록 했고, 30여 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아 들어가 보았더니 쓰러져 있었다는 것.

고인은 119 응급차로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을 거두고 말았다. 고인의 빈소는 부산해양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다. 12일 부검 결과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판명났다.

고인은 평소 특이한 질병을 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인(49)은 "치과에 다니거나 감기약을 먹는 정도였지, 몇 년 동안 아프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인은 "남편은 평소에는 아침 6시에 일어나 8시 30분까지 출근하는데, 10일에는 새벽 4시경 일어나서 준비해서 나갔다"면서 "10일 밤 늦게 전화를 몇 차례 했는데 받지를 않아서 아직 부산에 내려오지 않고 평택에 있는 줄 알았는데, 11일 새벽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고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부산지역본부 김영훈씨가 심장질환으로 지난 11일 새벽 사망해, 빈소가 부산해양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어 있다.
 쌍용자동차 부산지역본부 김영훈씨가 심장질환으로 지난 11일 새벽 사망해, 빈소가 부산해양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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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사측은 이번에 정리해고를 단행했는데, 정비를 맡고 있는 부산지역본부는 3명이 해당되었다. 김씨는 정리해고 대상은 아니었고, 3명은 희망퇴직한 상태다.

가족과 동료들에 의하면 김씨는 정리해고와 '노노갈등'으로 고통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인은 "남편은 다른 사람이 정리해고 되고 나니까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면서 "평택에 가야한다고 해서 노조 데모하러 가는 줄 알았더니 '회사에서 단합대회하러 간다'고 하더라, 그래서 '한쪽에서는 데모하는데 회사가 단합대회하면 되느냐'고 했더니 고민을 하더라"고 덧붙였다.

노조 지부 정비지회 조합원 윤충렬씨는 김씨가 사측의 구조조정 방침 이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왔다고 밝혔다. 그는 "평택에 가서 집회를 하면서 고인과 자주 전화통화를 했는데, 고인은 '며칠 기다리면 부산 조합원 다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면서 "그 뒤 전화통화에서는 고인은 '전부 가지 않기로 했는데 회사에서 혼자 가려면 자리가 없어진다'고 하더라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윤씨는 "유족의 말에 의하면, 고인은 집에 와서 술을 먹고 울기도 했다고 한다"면서 "고인은 정리해고에다 노노 싸움이 되면서 고통이 심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고인은 부산지역본부에서 희망퇴직한 3명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더 미안하다고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11일 "얼마나 더 죽일 것인가. 살인행위 정리해고 즉각 철회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김영훈 조합원은 그동안 공장점거 파업에 함께 하지 못해 굉장히 괴로워했고, 노노 분열을 노리는 관제데모(사측 결의대회)에 동원되는 것도 무척 힘들어 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노조 지부는 "사측은 관제데모에 참석하지 않을 시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협박까지 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관제데모에 참가하고 돌아와 친구에게 괴로움을 수 차례 토로하다가 그 다음날 새벽 갑자기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달 23일 정리해고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로 쌍용차 노동자 엄인섭 조합원이 세상을 등진 지 불과 보름만의 일"이라며 "사측은 희망퇴직을 강요하며 온갖 회유와 협박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줘 엄인섭 조합원이 세상을 등진 지 불과 보름만의 일이다"고 노조 지부는 밝혔다.

11일 새벽 갑자기 사망한 쌍용자동차 부산지역본부 김영훈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문자메시지다. 쌍용차 사측은 10일 평택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는데, 사측은 김씨한테 하루 전날 일찍 출근할 것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11일 새벽 갑자기 사망한 쌍용자동차 부산지역본부 김영훈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문자메시지다. 쌍용차 사측은 10일 평택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는데, 사측은 김씨한테 하루 전날 일찍 출근할 것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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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사측 "고인은 정리해고 대상 아니었다"

쌍용차 사측 관계자는 "김영훈씨는 정리해고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노조 지부에서는 김씨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고 했지만, 쌍용차 사측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구조조정 등과 관련해 고인만 압박을 받은 게 아니고, 회사가 어렵다보니 모든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씨가 사망하게 된 경위를 더 파악해 봐야 하고, 정확한 사인도 살펴봐야 한다"면서 "고인의 사망과 관련한 회사의 입장은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할 수 있고, 노조의 주장처럼 섣부르게 이야기 할 수 없다, 더구나 고인의 명예도 있어 호도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쌍용자동차 사측은 평택공장에서 파업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징계를 하겠다고 압력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쌍용자동차 사측은 평택공장에서 파업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징계를 하겠다고 압력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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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쌍용자동차, #구조조정, #전국금속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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