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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끝없이 펼쳐진 들판 끝에 이어진 수평선이다. 지표면과 하늘이 맞닿아 있는 지평선은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풍선처럼 부풀게 한다. 연인과 함께라도 지평선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달리게 되면 마치 영화 속 주인공 같은 느낌이다

보리대를 태우는 모습, 보리대 따는 냄새가 구수하니 고향생각이 절로 난다.
▲ 보리 보리대를 태우는 모습, 보리대 따는 냄새가 구수하니 고향생각이 절로 난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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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지평선으로 이어진 김제의 넓은 들녘, 아직 베지 않은 보리가 누렇게 익어 간다.
▲ 보리 끝없는 지평선으로 이어진 김제의 넓은 들녘, 아직 베지 않은 보리가 누렇게 익어 간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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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렇게 보리가 익어가는 유월, 보리 베기가 한창인 전북 김제의 서쪽에 있는 광활면을 찾았다.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보아도 들판은 끝없이 이어진다. 벌써 보리 베기가 끝난 논에는 보리밭을 태우느라 농부들이 여념이 없다. 보리밭을 태우며 하늘로 날리는 회색빛 연기가 들판의 또 다른 장관을 이룬다. 보리 베기는 보통 유월의 망종을 전후에 이루어지는데, 시기적으로 지금이 적기라 한다.

길옆에 있는 보리밭에 들어가 보았다. 보리이삭이 금세 떨어질 것처럼 누렇게 익었다. 혹시 큰비라도 내리면 그동안 땀 흘려 지은 농사가 날아갈 것 만 같다. 그래서 농부들의 마음은 바쁘기만 하다. 여기 저기 사방에서 보리를 베는 콤바인 소리가 요란하다. 쉼 없이 이어지는 보리 베기 작업, 콤바인은 마치 전쟁을 하듯 벌판을 거침없이 달린다.

진봉산 전망대에서 바라다 본 김제의 넓은 들녘
▲ 김제의 들녘 진봉산 전망대에서 바라다 본 김제의 넓은 들녘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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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모내기가 진행되고 있고 이미 심어져 있는 곳도 있다. 뜬모(기계로 모가 잘 안 심어져 있는 곳)를 다시 심기 위해 농부들은 백로가 먹이를 찾아 다니 듯 논을 조심스럽게 돌아다니고 있다. 아직 베지 않은 보리밭도 사방에 널려 있다. 그래서 장마가 오기 전에 보리를 베고 하루 빨리 모를 심기 위해 농부들은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 같다. 아침부터 저녘늦게 까지 보리를 베고 그것도 모자라 한밤중에도 작업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광활한 지평선을 따라 농부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자전거를 급히 타고 밭으로 달려가는 아주머니, 보리밭을 태우는 아저씨, 그리고 보리밭을 갈아엎고, 이앙기로 모를 심는 농부들, 모두가 저마다의 일에 진지한 표정으로 매진하고 있다. 아이들은 엄마를 따라 자전거을 타고 지평선을 달리고 아저씨들은 농기계를 몰고 벌판을 누빈다.

광활한 벌판에는 곧게 죽 뻗은 농로와 전봇대만 있을 뿐 나무 하나 보이지 않는다. 일을 하다가 잠시 일손을 놓고 쉴 만한 그늘도 없다. 너무 숨이 막히고 삭막한 느낌이 든다. 길 가다가 쉴 수 있는 큰 나무가 곳곳에 있으면 어떨까 ? 혹시 나무 그늘로 인해 농사에 지장을 준다면 달리 생각을 해 볼 일이다. 나무그늘이 드리우는 주변을 휴식처로 만들어 다함께 휴식할 수 있는 쉼터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 광활면의 서쪽 끝에는 심포항이 있다. 조그만 항구지만 크고 작은 배들이 포구에 많이 묶여져 있고 횟집들이 줄지어 들어 서있다. 싱싱한 멍게 해삼 꽃게 낙지등의 해산물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조개를 끓인 백합죽은 맛이 일품이다. 다른 해산물을 먹고 난 뒤, 후식으로 먹는 백합죽은 맛이 좋아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진봉산 전망대 주변에서  바라다 본 일몰
▲ 심포항 일몰 진봉산 전망대 주변에서 바라다 본 일몰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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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항의 주변에는 높지 않은 진봉산이 있다. 이 산에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바닷가에 지어진 조그만 절이 있다. 이름하여 망해사라는 절이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심포항구와 광활한 들판이 한눈에 들어 온다. 이곳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멋진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산 아래 바다가로 내려가면 유서 깊은 망해사를 돌아 볼 수 있어 아쉬움이 적은 곳이다. 망해사는 심포항에서 진봉산으로 직접 걸어올라 가거나. 5분 정도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위치 해있다. 망해사로 가는 길은 큰 소나무가 가득 들어서 있어 걸어가는 운치가 있다.

어둠이 조심스럽게 밀려오는 저녁나절 가로등 불빛만이 외로이 서 있다.
▲ 망해사 어둠이 조심스럽게 밀려오는 저녁나절 가로등 불빛만이 외로이 서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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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틔인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종각의 모습
▲ 망해사 종각 탁 틔인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종각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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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경건한 모습으로 불경을 외우며 불공을 드리고 있다.
▲ 불공드리는 모습 스님이 경건한 모습으로 불경을 외우며 불공을 드리고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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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따라 내려가면 절지붕이 보이고 그 너머로 툭 터진 시원한 바다가 보인다. 절 마당으로 들어서면 바닷가에 큰 범종이 걸려 있는데 거센 바닷바람으로 금세 종소리가 울릴 것만 같다.

절마당 한켠에 앉아 있으니 은은한 목탁소리와 비구니의 법경소리가 밀물처럼 들어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지평선, #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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