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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뺄셈이다."


"사진을 찍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선을 끌기 위해 한 장에 많은 것을 담아내려 하지만 심플해야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사진의 기본은 굉장히 단순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전남대학교 여수 극동캠퍼스 평생교육원에서 사진을 가르치고 있는 사진학과 '민병태 교수'는 직장인들에게 10년째 그가 쓴 사진촬영기법을 가르치고 있다. 여수에서 태어나 한때 한국일보 사진기자로 활동했던 그는 아버지의 부름에 못이겨 낙향한지 어느덧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단다.

후학양성을 위해 '평생교육원'에서 직장인들을 상대로 사진을 가르치는 그의 약력은 국전(한사전으로 바뀜)을 거쳐 한사전(한국사진대전) 초대작가 겸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생활예술과정 사진학과'는 1년에 2번 상.하반기 15주 과정으로 이번 학기에는 사진에 대한 다양한 취미를 가진 38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지난 3월부터 개강해서 사진을 시작한지 14주째로 접어들어 이제 마지막 수업을 남겨두고 있다.

백로의 서식지로 떠오른 죽도는 사진작가들의 새로운 출사포인트로 알려지고 있고 섬 주변에 백로가 쫙 깔렸다.
 백로의 서식지로 떠오른 죽도는 사진작가들의 새로운 출사포인트로 알려지고 있고 섬 주변에 백로가 쫙 깔렸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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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배우기 위해 평생교육원에 수강을 신청한 이들의 이유는 저마다 다양하다.

어떤 이는 비싼 사진기를 사놓고 10년 동안 애지중지하며 장농속에 넣어 두었더니 곰팡이가 슬어 습기 때문에 막상 사진기를 버렸다. 정년퇴직 3개월을 남겨둔 이는 퇴직 후 아내와 여행을 준비 중인데 사진을 배워 추억도 남기고 앞으로 새롭게 노후생활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40세 늦깎이 장가를 간 새 신랑은 아내가 임신을 했는데 곧 태어날 아이의 첫 돌 사진을 아빠가 꼭 찍어 주기 위해 수강신청을 했단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배우는 공통된 이유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퇴근 후 사진으로 자기계발을 해 놓겠다는 것!

나 역시 처음에는 자기계발을 위해 수강신청을 했지만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점점 사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사진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내 자신도 사진을 배우게 되면서 사진의 구도를 알게 되었다. 이제 배운 것을 토대로 현장의 모습들을 사진에 담아 좀 더 생생한 기사를 써보고 싶다. 이곳 평생교육원 사진반 수업은 매주 화요일(6:30~9시)에 이루어진다. 화요일은 사진에 대한 이론교육을 실시하고 주말이면 출사(야외실습)를 나간다.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백로가 뭔가를 주시하고 있다.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백로가 뭔가를 주시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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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를 찍기위해 망원렌즈를 펴고 촬영중인 열혈 사진작가! 한껏의 사진작품을 남기기 위해서는 많은 인내력이 필요하다.
 백로를 찍기위해 망원렌즈를 펴고 촬영중인 열혈 사진작가! 한껏의 사진작품을 남기기 위해서는 많은 인내력이 필요하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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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고 떠난 죽도의 백로출사


이론 수업에 이어 지난 6일 사진반 학생들이 야외출사를 다녀왔다. 야외출사는 매주 전국을 무대로 하지만 오늘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죽도의 '백로'가 관전 포인트이다.

죽도는 여수시 화양면 용주리에서 배를 타고 10분 거리에 위치한 자그마한 섬인데 그곳에는 왜가리, 대백로, 중대백로, 황로의 서식지로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이 사진작가들에게 알려진 것은 4~5년 전으로 매년 백로를 찍기 위해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원래 죽도는 대나무가 유명하여 임진왜란 때 이곳 대나무가 적을 물리치는데 쓰였으나 세월이 흘러 대나무와 소나무 숲들이 우거져 이제는 백로의 서식지로 변신했다.

백로들은 가장 높은 소나무 위 나무가지에 앉아 주변 사람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
 백로들은 가장 높은 소나무 위 나무가지에 앉아 주변 사람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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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의 종류는 대백로,중백로,소백로,황로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가 있다.
 백로의 종류는 대백로,중백로,소백로,황로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가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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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통 약으로 쓰였다는 천연기념물 백로

광선호 선장 조제만(51년생)씨는 죽도의 백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날에는 신경통에 좋다고 많이 잡아묵어 개체수가 줄어들었는디 요즘은 야생법인가 뭔가 땜시 잡으면 쇠고랑을 찬케로 손을 안대서 겁나게 많이 늘었어라."

죽도에 도착해 섬 한가운데로 들어가자 다른팀들이 먼저 와 있었다. 이곳은 마치 쥬라기공원에 온 듯한 우거진 숲과 대나무 사이로 백로들이 집을 지어 이곳저곳에 알을 낳아 본격적인 번식기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사진으로 보는 백로의 우아함과는 달리 주변은 온통 백로들이 배설한 똥들이 나뭇가지에 하얗게 널려있다. 백로가 서식하는 곳에는 백로들의 배설물로 인하여 나무가 말라죽는다는 말이 이래서 나왔나 보다.

백로는 번식을 위해 대개 3~4개의 알을 낳는데 이들의 생존율은 50%범위이다
 백로는 번식을 위해 대개 3~4개의 알을 낳는데 이들의 생존율은 50%범위이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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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지위에 앉은 새끼 백로들이 사진취재에 놀라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있다.
 둥지위에 앉은 새끼 백로들이 사진취재에 놀라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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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에 들어간 백로들은 이미 알을 낳아 부화를 하였고, 일부는 알을 품고 있는 장면이 목격되었는데 그 광경은 신비로움 자체였다. 사람의 인적이 드문 이곳 죽도는 백로들의 천국인 듯 싶었으나 오늘은 사진을 찍으러 온 많은 사람들 때문인지 사람들을 경계하는 어미 백로들은 계속 주위를 날며 맴돌았다.

백로의 서식지 죽도
백로는 흰색의 우아한 자태로 일찍부터 사진소재로 많이 다루어져 왔고 사진을 배우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촬영소재로 다루고 싶어 한다. 백로는 우리나라에서 한철을 보내고 다시 남쪽으로 이동해 가는 해오라기과의 철새이다. 몸의 길이가 30cm 전후이고 흰색의 깃털과 부리와 다리는 검은색을 띠며 물고기, 개구리, 뱀, 물벌레 등을 잡아 먹는다.

죽도는 왜가리부터 황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철새들이 거쳐가는 곳이다. 번식을 위해 모여든 백로는 대개 3~4개의 알을 낳는데 이들의 생존율은 50%범위이다. 동물의학지에 의하면 "동물들은 새끼를 낳으면서 새끼에 대한 이상 징후를 냄새로 감지하는 기관이 있어 냄새를 통해 기형 등 이상이 발생하면 과감히 버린다"고 한다. 이렇듯 종족번식을 위해 백로의 세계에서도 강자만이 살아 남는 적자생존의 법칙은 인간들의 삶과 비교된다.

이들 철새중 가장 높은 자리는 덩치가 큰 왜가리가 차지하는데 왜가리와  대백로는 쌍벽을 이룬다. 이어 중백로와 소백로 그리고 황로순으로 서열이 나뉜다. 금년 들어 죽도에 백로 개체수가 더 많아진 이유는 양식장이 많아서 먹을거리가 풍부해진 탓이라고 한다.

제대로 된 사진을 찍으려면 수동으로...

오늘의 관전 포인트는 최대한  백로에 가까이 접근하여 어미 백로가 새끼에게 모이를 먹이는 모습을 찍는 근접촬영이다.

"사진을 제대로 배우려면 처음에는 불편하더라도 수동인 TV모도(셔터모드)나 AV모드(조리개모드)로 놓고 찍소."
"글구 백로 사진은 검은 눈동자가 나와야지 생동감이 더해지니까 살아 있는 눈을 배경으로 찍어야 되네."

부부로 보이는 잉꼬백로가 물고온 나무를 쪼으며 장난질 하는 모습
 부부로 보이는 잉꼬백로가 물고온 나무를 쪼으며 장난질 하는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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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짜기라도 한듯이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한쌍의 백로
 마치 짜기라도 한듯이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한쌍의 백로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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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다리로 보이는 백로가 한발로 나무가지에 서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외다리로 보이는 백로가 한발로 나무가지에 서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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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여태껏 사진 촬영을 하면서 자동이나 N모드에다 놓고 찍어서 오늘도 자동을 놓고 사진을 찍으려는데 교수님께 들켜버렸다. 교수님의 말대로 감도와 셔터속도를 맞추고 사진을 찍었지만 막상 모이를 먹이는 모습은 하나도 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한편 사진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오늘 출사가 날씨가 흐려 실망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명재권씨는 "오늘 맘에 드는 작품은 단 한 컷뿐이지만 주변 환경을 탓하기보다 최선을 다한 것에 만족한다"며 오늘 출사의 소감을 대신했다.

전남대 평생교육원 학생들이 출사를 마치고 민병태 교수님(가운데 모자쓴 사람)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전남대 평생교육원 학생들이 출사를 마치고 민병태 교수님(가운데 모자쓴 사람)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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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백로출사, #죽도, #외가리, #평생교육원, #황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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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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