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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100>은 오늘날 문화와 관광의 중심이 되고 있는 세계의 광장 100곳을 여행한 책이다.

뮌헨에서 그 어느 곳도 성모 광장만큼 바이에른 지역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은 없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화려한 마상 시합이나 왕실 결혼식의 축연, 공개 처형이나 수많은 횃불 잔치의 장관을 관람하기 위해 성모 광장에 모여든다. 성모 광장은 뮌헨 시민들의 응접실이자 중심가이며 야외무대였다. 뮌헨의 그 유명한 카니발이 주 무대로 벌어지는 곳도 성모 광장이며, 정치인들이 열띤 정견을 발표하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또한 FC바이에른 뮌헨 축구팀이 매년 독일 챔피언 우승컵을 따고 행진하는 곳도 성모 광장이다.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100> 독일의 성모 광장 편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100>겉그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100>겉그림
ⓒ 도서출판 터치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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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 100곳 광장 중 유독 편안하게 여겨지는 곳은 독일 뮌헨의 성모 광장, 독일과 뮌헨시의 광장을 위한 정책 덕분에 뮌헨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처이자 축제의 현장이 되고 있는 곳이다.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하고 우아한 성모 마리아 상이 뮌헨 시민들의 떠들썩하고 분주한 일상을 고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뮌헨 시민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성모 마리아가 있는 곳, 그래서 '성모 광장'이란다.

지금은 성모 광장으로 불리고 있으나 예전에는 단순히 '시장'으로만 불렸었다. 또한 한때는 '옥수수 시장'을 뜻하는 '슈란넨 마르크트'로 알려지기도 했단다.

이런 광장이 '성모 광장'으로 불리게 된 것은 19세기부터이다. 30년 전쟁 중 뮌헨과 란츠후트 지역이 스웨덴의 침략과 파괴로부터 무사히 살아남은 것을 감사드리고자 성모 기둥을 세우면서부터란다. 1638년의 일이다.

성모 광장을 상징하는 건축물로는 19세기에 완성된 신 시청사이다. 세 단계 건설을 거쳐 플랑드르 건축 양식에 바탕을 둔 화려한 네오고딕 양식의 건물로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도회장이 있다. 80미터의 탑과 함께 뮌헨의 역사인물로 장식한 파사드는 유명하단다.

성모 광장의 최고 행사는 크리스마스 시장이란 축제다. '네오고딕 양식의 시청사 파사드는 빛의 띠로 반짝거리며, 사람들은 솜사탕을 야금야금 녹여 먹으며 광장을 활보한다. 맥주의 고장 뮌헨에서도 이때만큼은 향료를 넣고 데운 따뜻한 글루 와인이 맥주 판매량을 앞지른다'고 저자는 이 축제를 표현한다.

솜사탕을 야금야금 녹여 먹으며 광장을 활보하는 뮌헨 시민들. 축제를 즐기는 광장의 시민들이 참 천진스러워 보인다. 성모 광장에서 벌어지는 뮌헨 시민들의 축제를 좀 더 엿보자.

전통과 축제가 살아있는 성모 광장의 '전통 술통 제조업자의 춤'과 '지갑 씻기'

-뮌헨의 성모 광장은 이곳 사람들의 응접실이자 중심가이며 야외무대와 같은 곳이다.-책속에서
 -뮌헨의 성모 광장은 이곳 사람들의 응접실이자 중심가이며 야외무대와 같은 곳이다.-책속에서
ⓒ 도서출판 터치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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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와 12시, 그리고 5시에 성모 광장을 비롯한 뮌헨시에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유럽에서 4위를 자랑하는 규모로 유명한 뮌헨의 종악이다. 43개의 종이 화음에 맞춰 연주되면 실물크기의 목각 인형 32개가 시청사 갤러리에 등장한다. 그리하여 16세기 바이에른의 중요한 역사적 장면 둘을 상연한다.

하나는 1568년 프랑스 로렌 공국의 레나테 공주와 바이에른 대공 빌헬름 5세와의 결혼을 축하하는 마상경기이며 또 다른 하나는 전통 술통 제조업자의 춤이다.

전통 술통 제조업자의 춤? 16세기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 유럽을 휩쓸었다. 사람들은 공포에 벌벌 떨며 전염병을 피해 집안으로 숨어들어 지내다시피, 그리하여 거리는 적막과 공포만이 감돌았다.

전염병이 물러갔다. 하지만 사람들은 거리에 쉽게 나서질 못한다. 이때 거리의 공포와 적막을 깬 것은 술통 제조업자들. 그들은 용감하게 거리에 나와 춤을 추며 전염병이 종식되었음을 알린다. 축제 때 볼 수 있는 전통 술통 제조업자 춤은 이런 그들을 기리는 것이다.

독일, 혹은 뮌헨 여행자들이 이 광장에서 꼭 봐야 할 것 중 하나는 카니발 기간 중 뮌헨 시장이 도시의 빈지갑을 피쉬 부룬넨에 씻는 풍습이다.

광장의 '물고기 분수'라는 뜻의 '피쉬 부룬넨'은 1862년과 1865년에 완성되었는데 이때부터 '재의 수요일'에 이 분수에 지갑을 씻는 전통 풍습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세계 대전을 거치며 구 시청사와 신 시청사를 포함한 광장 일대가 심하게 파손되었다. 분수도 이때 많이 파손, 오늘날 우리들이 볼 수 있는 분수는 후에 복원된 것이라고 한다.

아울러 성모 광장과 함께 떠올릴 것은 광장에 줄지어 늘어선 카페와 상점들이다. 이중 특히 두 레스토랑이 유명한데 저자는 '이러한 레스토랑은 독일의 또 다른 수도 뮌헨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다채롭고 생동감 넘치는 공간'이라고 표현한다.

특히 도니슬은 성모 광장과 250년을 함께 해 왔단다. 시청사 맞은편에 있는 또다른 카페 글록켄슈필은 종악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명당자리라고 저자는 귀띔한다. 사람 모이는 곳에 먹을거리도 한몫 단단히 하지. 성모 광장의 이런 공간 참 부럽다. 기회가 닿는다면 저자가 추천하는 광장의 카페에서 종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싶다.

저자는 이처럼 역사와 문화, 전통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세계 광장 100곳을 선정, 그곳만의 다양한 모습과 속살들을 자세히 들려준다. 성모 광장이 있는 뮌헨의 역사, 성모 광장의 주요 건물인 구 시청사와 신 시청사의  건축 내력과 특징 등 광장을 중심으로 알려주는 것들이 참 많다. 때문에 세계의 광장 하나 하나를 만날 때마다 알아지는 것들이 참 많다.

그리하여 책은 워낙 방대하다. 오죽하면 옮긴이가 "정보량에 멀미가 날 정도이니 단숨에 읽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라고 했을까?

여하간 이 책은 더디 읽힌다. 그런데 책을 읽는 동안 워낙 뿌듯해진다. 300여 컷에 가까운 광장 사진들도 흥미롭거니와 100개의 광장마다 간직하고 있는 그 나라 그 도시만의 전통과 풍습, 그 나라의 역사와 정치·문화·음식·광장 사람들 이야기 등 알거리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복잡하게만 여겨지던 세계사를 이렇게 만나니 흥미롭다.

저자는 또한 각 광장 이야기 끝에 광장에 가는 방법, 적절한 방문 시기, 광장에서 꼭 봐야 할 것까지 덧붙였다. 썩 좋은 기행문이자 여행 길잡이이다. 저자의 또 다른 저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100>이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100>도 읽고 싶다.

정치·문화·사회·종교적 배경을 염두에 두면서 100개의 광장을 둘러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여행이었다. 오늘날 각 도시의 중앙 광장은 당연히 제 1순위 관광지이다. 광장 주변에는 늘 값진 문화유산이 넘쳐나고, 광장에 몰려있는 미술관과 박물관 안팎은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이다. 또한 분위기 있는 카페와 맛깔스런 레스토랑, 이국적인 상가가 즐비한 곳도 바로 중앙 광장이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장터와 축제의 소용돌이에 몸을 맡길 수 있는 것도 광장의 매력이다. 이처럼 도시 여행은 광장에서 시작해서 광장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우리에게 광장은? 우리는 왜 광장을 가지지 못할까?

교황청 광장에는 일년 내내 세계에서 몰려온 방문객으로 활기가 넘친다.광장 위로 우뚝 솟은 웅장한 성벽과 궁전의 탑이 인상적이다.-책속에서
 교황청 광장에는 일년 내내 세계에서 몰려온 방문객으로 활기가 넘친다.광장 위로 우뚝 솟은 웅장한 성벽과 궁전의 탑이 인상적이다.-책속에서
ⓒ 도서출판 터치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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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사 탑 위에서 내려다 본 체코 공화국 프라하 구시가 광장.한가운데 안 후스의 기념비가 있고 그 뒤로 킨스키 저택이 있다.-책속에서
 시청사 탑 위에서 내려다 본 체코 공화국 프라하 구시가 광장.한가운데 안 후스의 기념비가 있고 그 뒤로 킨스키 저택이 있다.-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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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소칼로 광장에서 엄청난 규모의 정치 집회가 열리는 모습. 농민 혁명군 사파티스타 세력은 토지를 더욱 공평하게 분배하라는 대대적인 토지개혁을 요구하였다.-책속에서
 멕시코 소칼로 광장에서 엄청난 규모의 정치 집회가 열리는 모습. 농민 혁명군 사파티스타 세력은 토지를 더욱 공평하게 분배하라는 대대적인 토지개혁을 요구하였다.-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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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하우스 플로리안이 있는 마르코 광장, 완성하는데 500년이나 걸렸다는 이틸리아 밀라노의 두모오 광장,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야외 예술 전시장이라는 시뇨리아 광장, 세계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아비뇽 교황청 광장, 세계시민주의 도시의 심장 담 광장, 프레이트호프 광장, 젬퍼 오페라 광장….

시민들이나 여행자들의 휴식 공간이 되거나 자유로운 집회가 열리는 광장들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활보한다.  연인끼리 혹은 친구, 혹은 가족끼리 담소를 나누거나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혹은 악기를 연주하거나 기념사진을 찍거나 팔베개를 하고 누워 파란 하늘을 보는 사람들…. 광장을 맘껏 만끽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참 부러운 풍경들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100>을 읽는 동안 최근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한 얼굴로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지고 있는(을) 우리의 서울 광장이 자꾸 떠올랐다.

우리에게 광장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광장은 왜 없는가? 우리는 왜 광장을 가지지 못할까? 우리는 광장을 왜 빼앗겨야만 하는가? 저자가, 혹은 또 다른 누가 광장에 대한 책을 또다시 쓴다면 우리의 서울광장을 어떻게 쓸 것인가? 우리의 2008년과 2009년의 서울광장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책을 읽는 동안 이런 생각들이 참 분분했고 그리고 씁쓸해졌다.

유럽의 광장들과 우리의 광장은 많이 다르다. 이들 광장과 우리의 광장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광장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지, 광장이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고 바람직한 광장을 위해 국가와 도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와 같은 물음에 충분한 답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이 제대로 주목받았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도 우리만의 자유로운 시민광장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을 옮기면서 당장 광장으로 달려 나가고 싶은 충동을 참는 것이 가장 큰 곤욕이었다. 아마 독자들도 같은 고통을 겪지 않을까.

우리는 유서 깊은 도시의 광장에서 그 도시의 과거를 배우고,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를 점칠 수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한국의 광장을, 그 과거와 오늘과 미래를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그라고 무엇보다 내 인생의 광장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하게 될 것이다. 나의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확인하며, 내일을 꿈꾸면서 말이다. 우리가 당장 '광장'으로 떠나야 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덧붙이는 글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100>(앤 벤투스 外 지음/정현진 옮김/도서출판 터치아트/2008.12/값27,000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100

앤 벤투스 외 지음, 정현진 옮김, 터치아트(2008)


태그:#광장, #서울광장, #시청광장, #시민광장,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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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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