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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다. 등록금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올 4월 9일 등록금 마련을 위해 사채를 쓰고, 그 사채업자로부터 불법채권추심을 당하는 고통을 겪다 결국 한 대학생과 아버지가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났다. 등록금 천만원 시대의 고통이 낳은 끔찍한 결과이다.

 

나는 지난 1월 핀란드의 교육제도를 시찰할 기회가 있었다. 1세 이후의 보육비, 대학 등록금을 정부가 다 댄다. 말하자면 모든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다. 한국도 알뜰하게 세금은 다 거두어 어디에 쓴단 말인가. 따지고 보면 영국을 제외한 유럽 여러 나라에는 대학 입학금이나 등록금이 없다. 최근에 등록금 제도가 생겼다고는 하나 한국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현재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로 신용불량자가 된 대학생들만 1만 명이 넘어섰다고 한다. 한편 지난해 4년제 사립대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739만원. 도시근로자 가구의 연간 평균 소득 4673만 원의 15.8%에 달한다. 자녀 2명이 한꺼번에 대학에 다닐 경우 등록금에만 소득의 3분의1을 써야 한다. 올해 대학들은 등록금을 대부분 동결하기는 했지만,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들로서는 여전히 등록금 고통에 허리가 휜다.

 

등록금 총액과 인상폭을 제한하는 등록금 상한제 등 많은 제도적 개선을 전문가들은 내놓고 있다. 최근 생겨난 등록금 네트워크는 전국 가구 월 평균 소득(약 330만원)을 기준액으로 하고 그 150% 범위 안에서 등록금을 정하도록 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 한나라당은 이른바 반값 등록금 약속을 지난번 대통령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8조원이 넘는 추경예산 안에서 등록금 지원 예산 편성액은 겨우 2072억 원에 불과하였다. 등록금 공약을 지키라며 시위하는 대학생들을 연행해 가기도 했다. 그나마 민주당 등 나머지 야당들의 주장에 의해 8230억원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공적자금이다. 정부가 다른 곳에서 예산절감을 한다면 대학등록금의 상당 부분을 커버해 줄 수 있으리라고 본다. 교통영향평가를 잘못해 BTL방식으로 진행된 도로공사의 유지비용으로 14조원을 낭비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 아래 토목공사 등에 무려 28조원 이상의 추경을 쓰고 있다. 고통받고 있는 우리의 미래세대, 등록금을 못내 학업을 포기하거나, 그 학비 마련에 공부는 뒷전이고 각종 아르바이트에 분주한 우리의 이웃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할 때이다. 그것은 돈의 문제라기보다는 비전과 생각, 그리고 실천의 문제이다.


태그:#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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