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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천정보통신학교 내에 위치한 인성교육관
▲ 인성교육관 송천정보통신학교 내에 위치한 인성교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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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소년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지만, 우리에게 그곳은 이른바 '문제아'나 '비행청소년'을 보호·관리하는 기관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조금은 폐쇄적이고 어두운 느낌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는 측면에서 소년원은 오히려 '희망'이 싹트는 장소일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비록 한때의 실수나 판단력 부재로 보호·관리를 받고 있지만, 그곳 아이들 역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진로를 설계하며 하루를 살아가는 일반 학생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의 획일적, 피상적인 잣대로는 짚어낼 수 없는 복합적인 내면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 그런 아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고, 그들에게 '미래'라는 값진 선물을 마련해 주기 위해 애쓰는 담당자 선생님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달 25일 전주시 송천동에 위치한 송천정보통신학교(구 전주소년원)를 찾았다.

송천정보통신학교를 가다

일반 가정집의 시설을 갖춘 가정관 내부의 모습
▲ 가정관 일반 가정집의 시설을 갖춘 가정관 내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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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입구에서부터 약간의 위화감을 느낀 게 사실이다. 지리적인 위치는 송천동 아파트 단지에서 그리 떨어져 있지 않았으나(괜히 멀리 있을 거라고 혼자 착각했다), 괜스레 '사법기관'이라는 이미지가 갖고 있는 느낌 때문에 지레 마음의 벽을 만들어 놓은 모양이었다.

송천정보통신학교는 '소년원'의 사법적인 성격보다는 교육적인 측면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990년부터 이뤄진 '소년원의 학교(學校)'화 정책에 맞춰 2000년 송천정보통신학교(구 전주소년원)로 개교했다.

어쨌든, 안으로 들어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물은 송천정보통신학교 선생님들이 근무하는 일종의 행정기관이었다. 그 주위로 '인성교육관'과 '가정관'. '만남의 장소'라고 이름 적힌 건물들도 눈에 들어왔는데, 이중 인성교육관은 말 그대로 이곳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담당하는 곳이었다.

인성교육은 집단상담과 집단지도, 기타 인성교육 등으로 나눠져 이뤄지는데, 특이할 만한 점은 송천정보통신학교에 수용된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교장과 검찰정, 법원 소년부 등에서 제안한 아이들을 대상으로도 체험식 인성교육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일종의 예방교육인데, 이곳에서 인성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학교적응력이 눈에 띄게 달라져 각 학교에서의 교육요청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가정관의 경우에는 수용된 학생들을 만나러 오는 학부모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식기도구와 방까지 갖춰져 있는 이곳은,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부모와 함께 1박 할 수 있는 모든 시설이 구비돼 있었다. 학생들이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할 나이인 만큼 하루라도 부모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하는 학교 측의 배려인 모양이다.

이곳 담당자는 "학생들이 가정관에서 지낼 수 있는 자격을 얻으려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한다"며 "면회라는 형식을 통해 부모와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잔다는 거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열심히 학교생활을 해 나가는 '동기부여'가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송천정보통신학교 학생들이 생활하는 생활관. 1층은 숙소, 2층은 교육관으로 이뤄져 있다
▲ 생활관 송천정보통신학교 학생들이 생활하는 생활관. 1층은 숙소, 2층은 교육관으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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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면회를 할 수 있는 '만남의 장소'와 몇몇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건물을 둘러 본 후, 실제적으로 학생들이 생활하는 생활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1주일에 3시간의 체육활동이 이뤄지는 운동장을 지나 도착한 생활관은 2층으로 이뤄져 있었다. 1층은 학생들이 잠을 자고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호실(방), 그러니까 숙소였으며, 2층은 각종 교실과 교무실, 컴퓨터실, 검정고시반, 도서실 등이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학교의 시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수업은 오전 9시 20분부터 시작해 오후 5시까지 이뤄지는데, 교실 창문 너머로 수업 받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칠판에 가득한 "x, y" 수식들을 보니 수학시간이었는데, 역시나 수업에 열중하는 학생들부터 창밖을 바라보는 학생까지 일반적인 교실 안 풍경과 달라 보이는 건 없었다.

"송천정보통신학교에서는 중등교육과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15세~17세 아이들이 가장 많습니다. 여기서 수업을 들으면 중학교를 다닌 것처럼 인정이 되는 거죠. 또 별도로 검정 고시반을 운영하기도 하고요."

한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올해 4월 실시된 검정고시에서 송천정보통신학교 학생 31(중학교 과정 26명, 고등학교 과정 5명)명이 합격하기도 했다고 한다.

"혹시, 교실 안팎에서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마찰은 없나요?"

그래도, 사회에서는 말썽 꽤나 부렸던 학생들이니만큼 괜히 이곳에서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한 선생님께 질문을 드렸다.

"아... 물론 있기는 있죠. 하지만 이곳이 학교인 동시에 법집행기관이라는 성격이 있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대체적으로 잘 순응하는 편이에요. 오히려 일반 학교 교실과 비교하면 훨씬 잘 따르는 편이죠. 사회에서는 교실에서 교사에게 욕을 한다거나 심지어 폭행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이곳에서는 전혀 없거든요."

아이들 스스로 이곳에서조차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된다는 심리가 있겠지만, 그보다는 이곳에 오는 과정에서 지난 잘못에 대한 반성이 먼저 이뤄지다 보니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모양이다.

"아이들 변하는 모습에 보람 느낀다"

도서실에서 책을 보고 있는 선생님과 아이들
▲ 도서실 도서실에서 책을 보고 있는 선생님과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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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곳 아이들의 변화하는 모습에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송천정보통신학교 선생님들이다. 현재 이곳에는 64명의 직원이 근무 중인데, 그중 학생교육 담당 직원은 21명으로, 사실상 이들이 아이들의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직책상 법무부에 속하는 국가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이들은 3년 단위로 지역과 학교를 옮겨 다니며 근무를 한다. 하지만 짧게는 수년, 길게는 몇 십 년 동안 비슷한 아이들과 생활을 해오다 보니 아이들을 대하는 시선이나 태도는 실제 부모 자식 간 못지않다는 게 선생님들의 한결같은 대답이다.

송천정보통신학교에서 아이들의 생활지도를 맡고 있는 김진우(44) 담당은 "아마 선생님들 가슴에 품고 있는 아이들이 못해도 개인당 10명은 될 것"이라며 "이곳에서 퇴원한 후에도 연락을 계속 해오는 학생들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스물넷에 처음 근무를 시작한 김진우 선생님의 경우에는 자신이 처음 일을 하며 맡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성인이 돼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며, 심지어 마흔이 넘은 학생도 있다고 밝혔다. 자칫 '문제아'로 낙인찍혀 올바른 사회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없을 정도로 내몰렸던 아이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가는 걸 볼 때 일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내부가 깔금하게 정돈된 아이들의 숙소. TV와 컴퓨터 등 편의시설이 눈에 띈다
▲ 생활관 내부 내부가 깔금하게 정돈된 아이들의 숙소. TV와 컴퓨터 등 편의시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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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힘든 점도 있다. 나흘에 한 번 씩 근무를 서며 24시간 아이들을 지켜봐야 한다는 점과 이곳 아이들에게 쏟는 애정이나 에너지만큼 자신들의 자식에게 해주지 못할 때 느끼는 '인간적인 고충'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에서 각종 비행문화에 젖어있던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귀여운 모습을 보이거나, 선생님께 예쁨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 하나 둘씩 변화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면 절로 힘이 나요."

어쩔 수 없는 선생님의 모습이다. 하긴, '이곳에 있는 아이들이 이들과 같은 선생님 말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또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을 드니, 아이들에게 각별할 수밖에 없는 선생님들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사실 이곳에 오는 아이들의 경우, 그 비행과정을 살펴보면 결손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90% 이상이거든요. 기댈 곳이 없는 아이들이 쉽게 밖으로 나돌고 그러면서 비행 문화에 젖어드는 것이죠."

아이들의 특별활동을 담당하는 서숙현(43) 선생님의 경우에는 이 때문에 퇴원하는 아이들의 사후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곳에서 마음을 다잡고, 사회로 나갔을 때 가정과 사회가 똑같은 환경이라면 이들은 다시 비행문화에 젖어들게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재 송천정보통신학교의 경우 필요한 상황에 따라 사후 방문 지도가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 상 전화나 메일을 통한 통신 지도가 주로 진행되는 상황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보호관찰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이 제도 역시 커다란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보호관찰 담당자가 책임져야 할 인원이 많은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아이들을 보호·관찰하는 게 아니라 외부출입을 막고 통제하는 형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아이들 사이에서 보호관찰이라는 제도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송천정보통신학교 김진우(좌) 선생님과 서숙현(우) 선생님
▲ 선생님들 송천정보통신학교 김진우(좌) 선생님과 서숙현(우)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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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 학생들이 해오는 고민 상담 중 가장 많은 상담건수가 바로 진로와 미래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학생들은 퇴원 후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상담을 요청해 온다고 한다.

학교로서는 각종 교육프로그램은 물론 문화유적지 답사, 사회봉사활동, 문화예술공연관람 등 체험학습 위주의 개방적 인성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사회성 함양 및 재비행 방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책임에 따라 이곳에서 생활하고, 교육받으며 다시금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한 때의 실수를 평생의 '낙인'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차별어린 시선이 아닐까. 그들 스스로가 오랜 방황의 터널을 지나 찾아낸 '꿈'과 '미래'라는 희망을 막아 설 이유, 우리 누구에게도 없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소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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