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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

 

기러기가 긴 V자 편대를 이루어 헤이리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뭇 생명들이 다시 부활하는 이른 봄의 찬란함을 두고 이 철새들은 계절의 경계를 날아 북으로 이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늘 높이 비행하고 있는 기러기 떼들을 볼 때마다 이들은 한 지역에 정주하는 텃새의 편안함을 버리고, 왜 수천Km를 오가는 고단한 여행을 택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져보곤 합니다.

 

제가 장거리 여행을 떠나서 오랫동안 타지에 있게 되면 때론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야하고 집에서의 편안함을 희생하고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렇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이 고생길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을 그만해야지.' 하는 여행 중에 했던 결심을 쉬이 잊어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또 다른 여행을 음모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곤 하지요. 저의 이 습성은 철새가 월동지와 번식지를 오가며 매년 그 서식지를 바꾸는 여행을 중단하는 일 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을 잘 압니다.

 

2006년 6월, 모티프원이 첫 개방된 이래 3년 동안 30여 개국으로부터 약 6000여명의 열정 넘치는 예술가와 여행자들이 모티프원을 다녀가셨습니다. 저는 모티프원으로 찾아드는 그분들과 대화하고 그 분들이 남긴 기록들을 통해서 모든 여행자들이 여행을 통해서 얻고자하는 것이 저의 목적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오늘 한국에서 임진강을 보았습니다. 북한 하늘을 보았습니다. 꿈만 같습니다. 이곳이 파주의 헤이리 마을이랍니다. 저는 이곳을 일생동안 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_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민족학교교사 김정애."

 

그곳에 평생을 두고 사는 사람에게는 그저 일상의 장소일 뿐이지만 어떤 여행자에게는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감격의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일상이 아닌 하루가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가볍게 하고, 가슴을 따뜻하게 채워주었습니다. _ 조인순"

낯선 곳에서의 하루가 가슴을 데우는 효험이 있습니다.

"shalom! _ Pegman"

여행이 '평화와 평강'을 회복시켜주기도 합니다.

"What a wonderful encounter! We leave here not only refreshed, but with a sense of new inspiration. _ Claudia"

낯선 것과의 조우가 영감을 일깨우기도 합니다.

"제 마음속에 모티프원 하나 짓고 갑니다. 내추럴함과 도시미, 코지함과 정돈미.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놀랍고 멋진 Heaven! _ 류경희"

 

'모티프원 | motif#1' 이라는 공간 이름은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최고의 이유 즉, '삶의 제 1 동기'를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서 삶에 대한 어떤 태도가 스스로를 열정가득한 주인공으로 만들 수 있는 지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2 쉼

 

여행을 통해서 얻고자하는 것 중의 첫째는 '쉼'입니다.

 

'쉼'은 압축된 삶을 살아온 자신을 응시하기 위해 그 압축을 푸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허락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교육받고, 일하고, 그 결과로 명예를 얻기까지 하지만 때론 자신의 부재를 느낍니다. 그 부재감은 압축이 풀린 그 시간들을 통해 스스로와 대면하는 기회를 가짐으로서 극복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간혹 내 삶을 채우기 위해 한 없이 노력해 왔음에도 때로 상실을 경험합니다. '쉼'은 도대체 그 상실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진단할 수 있는 시간이지요.

 

'쉼'이라는 이 단 한 자의 단어는 한 개인의 과거와 미래가 응축된 덩어리이며 때로는 내 인생이 절망에서 희망으로 전환되는 바로 그 접점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스스로를 위해 더 이상 노래하기를 멈춘 사람을 다시 노래하게 하는 것이며, 이웃을 위해 춤추기를 멈춘 사람에게 다시 춤출 수 있게 하는 것이며, 세상을 향한 사랑에 지친 사람을 다시 사랑하게 하는 것입니다.

 

#3 창조

 

저는 올 1월부터 3월까지 아프리카를 여행했습니다. 제가 태평양과 인도양을 건너는 먼 거리를 비행하는 동안 저는 줄곧 헤이리의 하늘을 가로질러 가을에는 남하하고 봄에는 다시 북상하는 철새의 이동을 생각했습니다. 철새에게 이동은 생존이고 제게 이동은 생존의 이유입니다. 나미비아의 황량한 사막은 저의 퇴화된 감각과 감성을 깨워주었습니다. 검은 피부에 흰 이빨을 드러내며 제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은 저를 남루한 옷차림에 보내는 동정sympathy대신 그들의 소박한 행복에 공감empathy하게 했습니다.

 

그 공감은 제 인생의 가고 있는 방향을 조금 돌려놓기도 하고 일상의 내용을 약간 바꾸어 놓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가족들에게 좀 더 낮은 목소리로 얘기할 수 있게 되었고, 변화된 감성은 '소박한 행복'을 발견하는 능력을 키워주었습니다. 결국 아프리카의 자연과 사람이 저를 좀 더 창조적인 생각으로 제 일상의 대상을 바라보게 했고 그곳에 숨겨진 달콤한 행복들을 발견하게 해주었습니다.

 

 

제게 아프리카처럼, 대처의 사람들에게 모티프원에서의 '쉼'은 잃어버린 노래와 춤과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 긍정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모티프원에서 빠름 대신 느림도 생각하고, 채움 대신 비움도 생각하고, 앞만 보는 대신 하늘을 올려다보는 여백을 회복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상대를 사랑하는 일이 더 크게 자신을 사랑하는 일임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여행은 자기인생을 긍정의 축제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며, '쉼'은 사랑을 회복하는 일이며 창조의 덧거름입니다. 각국 여행자들의 짧은 서식처인 게스트하우스 '모티프원'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1.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여행, #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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